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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8. 2021

나만 룰루레몬이 없어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내가 처음 요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요가복'을 따로 사야 한다는 개념이 없었다. 펑퍼짐하고 편안한 옷차림이면 되었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처음이었을 때, 인터넷에서 할인행사로 구매했던 만 원짜리 티셔츠와 고등학생들이나 입을 법한 운동복 바지를 찾아 클래스에 갔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타이트한 레깅스가 시장에 출현했고 위아래 딱 붙는 요가복을 입은 사람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운동복과 티셔츠 차림이 요가 클래스에서는 더 어색한 복장이 되어버렸다.

 

너무 예쁜 요가복이 참 많은 세상

그래서 나도 작년부터 옷에 조금 신경을 쓰게 되었다. 나름 화려한 색상의 레깅스도 몇 벌 사보았다. 그렇게 복장을 갖추고 나니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클래스에서 사람들이 입는 옷의 브랜드가 눈에 쏙 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의 허리춤에 보이는 로고, 옆 사람의 브라탑에 새겨진 로고가 동작을 할 때마다 내 집중력을 흩뜨려 놓았다.

특히 모양이 화려하고 평소에 보기 힘든 디자인일수록 내 시선을 더 끌었다. 그런 매력적인 옷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고 있노라면 아이보리색 상의에 감색 레깅스를 입은 내가 촌뜨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 동료 A가 내 근황을 물어왔고 나는 요가를 배우고 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다짜고짜 룰루레몬을 샀느냐고 물었다. "룰루레몬? 그게 뭐야?" 내가 처음 듣는다는 말투로 답하자 A는 "요가복 계의 샤넬이라고. 언니도 그거 하나 장만해. 요가하려면 그거 한 벌 정도는 있어야지." 라며 살짝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녀는 자신도 이번에 룰루레몬 레깅스를 하나 샀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그날 저녁 나는 내친김에 룰루레몬 매장을 찾아 살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평소 검소한 소비를 지향하는 내게 그것은 너무나 비싼 축에 속했다. 물론 너무 예쁘고 괜찮은 디자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속으로 A가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추측건대 그녀가 산 레깅스를 족히 20만 원대를 넘었을 것 같다. 매장을 나와서 다시 요가 클래스로 향하면서 나는 살짝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요가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지녀야 할 물건인데 마치 나만 그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날 클래스에서 내 눈동자는 어김없이 룰루레몬 로고를 찾아냈고 동작을 하면서도 또다시 다른 사람들의 의상에 눈이 갔다.


내가 가진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다가 문득, 스튜디오의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동작에 엄청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어딘지 모르게 산만해 보였고 내 포즈는 다른 때와 달리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 생각과 나의 몸은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었다. 거울 속에 나를 보며 나는 나는 내 습관을 한번 더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관이 바로 그것이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더 멋져 보이고 인정받고 싶은 그 마음 때문에 옷을 사고 싶은 것이지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하거나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생각조차 나에게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A양의 말 한마디에 의해 시작된 것이었다. 그날 명상으로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더 이상 사람들의 옷이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룰루레몬을 사야겠다는 의지도 한 풀 꺾였다. 오히려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들어 준, 내 몸에 딱 맞춰진 오랜 옷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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