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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7. 2021

매트 위에서 뀌는 방귀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어떤 블로그에서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겪었던 에피소드를 본 적이 있다. 게시글을 작성한 분의 고민은 요가를 할 때마다 방귀를 뀌고 싶은데 주변에 사람도 많고 선생님도 남자분이라서 그때마다 꾹 눌러 방귀를 참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냄새가 날까 봐도 걱정되고 무엇보다 조용하게 진행되는 클래스에서 '뿟' 하는 소리를 만들까 가 고민이라는 글이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해 한 참 웃었다. 나 역시 매트 위에서 몇 번 구르다 보면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면서 어느새 방귀가 뀌고 싶어 진다. 고백하자면 그럴 때마다 죽을힘을 다해 참거나 아니면 조금씩 조금씩 남들이 모르게 방출하곤 한다. 그런데 내 뒤에 바짝 붙어 누군가 수련을 하고 있거나, 왠지 괄약근이 배신할 것 같은 날에는 클래스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방귀를 참아낸다. 그럴 때는 요가 동작에 집중을 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소리를 안 내고 방귀를 없애버릴 수 있을까에 집중을 한다.


어느 날, 클래스에서 선생님이 몸에 가스를 참으면 독이 되어 몸속을 돌아다니게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방귀를 오래 참다 보면 마치 방귀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건 실제로 사라졌다기보단 가스가 아닌 다른 것이 된 것이란다. 참은 방귀가 독이 되어서 혈액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이후에 나는 참기보다는 어떻게든 배출을 하려고 애썼는데 아무래도 인원이 많은 클래스에서는 쉽지 않았다.


퇴근 후, 요가를 하러 간 날 그날은 딱히 배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안된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뒤로 구르는 동작을 하다가 "뽀-옹' 하는 소리를 내며 방귀를 뀌어버렸다. 순간 너무 놀라기도 하고 창피해 구르는 동작에서 멈칫하다가 마치 내가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다음 동작을 했다. 나는 가는 눈을 뜨고 아닌 척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클래스에서 모두가 자신의 자세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방귀 소리를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누구도 방귀 때문에 웃거나 나를 쳐다보거나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오직 그 방귀 소리를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나 스스로였다.


남몰래 뀌는 방귀 소리 '뽀오옹'


요가 클래스에서 간간히 방귀 소리가 들린다. 방귀 소리뿐이겠어, 누군가는 트림을 하고 누군가는 사바 아사나 때에 드르렁 거리며 코를 곤다. 예전 같으면 그런 소리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했을 테지만 요가를 몇 년 하고 나니, 누군가의 장에서 독소가 빠져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코를 곤다면, 요가를 통해 피로가 많이 풀려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그러고 보니 남몰래 뀌는 방귀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나는 좀 더 포용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또 요가를 하다 보니, 점점 가스는 사라져 방귀의 횟수도 줄어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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