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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4. 2021

앞 줄에 설 수 있는 용기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는 늘 자리가 많아도 맨 뒷 줄에 앉았다. 앞 줄은 괜히 선생님과 시선을 마주치게 될까 싶어 부담스러웠다. 클래스의 90프로 이상이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내 엉성한 포즈를 사람들이 보게 될까 봐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는 기둥 뒤에 숨어 있거나 맨 뒷줄에 앉아 잘하는 사람들의 동작을 훔쳐보며 요가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보다 더 못하는 남성분 한 명이 선생님과 마주 보는 첫째줄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분은 거의 모든 동작을 따라 하려고 시도하려다 쿵 소리를 내면서 뒤로 구르기 일쑤였다. 나는 속으로 킥킥 대면서 웃었다. 반가우면서도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유연할 것이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래도 저 사람보다는 내가 낫겠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에도 여전히 그분은 앞자리에 앉았다. 거의 모든 동작이 엉성했고 쿵 소리를 내면서 구르기도 했다. 한 다리를 들고 나머지 다리로 균형을 잡는 자세에서는 어찌나 몸이 흔들리던지 그 뒤에 있던 프로 선생님들도 영향을 받아 덩달아 흔들렸다. 나 역시 그 사람의 포즈를 보고 있노라면 별 수 없이 흔들리다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다가 문득, 그 사람이 늘 앞자리를 차리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았다. 그는 어쩌면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꼭 거기에 앉아야만 했는지 모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흔들림 없는 선생님의 포즈를 배우며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각오로 말이다.


몇 년이 지나고 요가에 대해 조금 알고 난 이제서야 나는 앞 줄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앞 줄에 매트를 깔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또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포즈를 취할 배짱도 필요하다.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매트 위에서 온전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요가를 하면서 배운 건, 옆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보다 눈을 질끈 감고 그냥 내 몸이 할 수 있는 대로 하는 것이 진짜 요가라는 것이다. 쿵 소리를 내며 굴러도 괜찮다. 사시나무 떨듯이 한쪽 발이 흔들려도 시작했고 마무리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가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내 옆에 매트를 깔 때, 지긋이 눈을 감는다. 그렇게 나는 옆 사람과 비교하는 내 모습을 멈췄다.


나에게 집중한다면 그게 제일 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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