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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06. 2021

나는 (긍정적으로)생각한다. 고로(긍정적으로)존재한다.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자기 계발서에 빠져 살던 한동안, 나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에 열을 올렸다. 아침에 일어나 긍정적인 감사의 말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당시 내 미라클 모닝 투 두 리스트(To-do List)였다. 주변에 응원에 힘입어 한 달 넘게 미라클 모닝을 했고 그 덕에 나는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 개인적으로 더 배워볼 요량으로  일대일 요가PT를 받게 되었다. 처음으로 피티를 받던 날, 나를 지도하던 선생님은 요가를 통해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 물었다.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단연, 나는 굽은 어깨와 등을 펴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선 자세에서 상체를 굽혔을 때 손바닥이 발에 닿았으면 했다. 내가 느끼는 가장 어려운 요가 동작은 늘 몸을 앞으로 굽혀야 하는 전굴 동작이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무릎 뒤가 쩌릿쩌릿하면서 도통 펴지질 않아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손바닥이 반드시 바닥에 닿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 이게 아니면 안된다고!


"선 자세, 굽은 어깨와 등, 상체를 굽혔을 때 손바닥이 바닥에 닿기, 이건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예요." 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선생님의 반응은 당연히 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길 해줬다. 그때 선생님의 유연한 몸동작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요가 선생님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피티를 받으면서 선생님의 친절한 가이드에 꽤나 애를 썼지만 내 손바닥은 땅으로 내려갈 줄을 몰랐다. 여전히 다리를 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두 다리의 햄스트링은 너무나 뻣뻣해서 자칫 힘을 더 줬다간 '쫘악' 소리를 내며 찢어질 것 같았다. 하루 만에 될 수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조금도 호전되지 않아서 실망했다.


마무리할 때쯤, 선생님은 오늘 피티를 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말해보라고 했다.

"다리가 뻣뻣하고 역시 손바닥이 바닥에 닿지 않아요." 몸과 마음이 모두 터덜터덜 해 진 나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나의 대답을 듣고 선생님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요가를 할 때, 평소 습관이 나와요. 아무리 잘했어도 모자란 부분에 집중하면 그것만 보여요. 오늘 제가 봤을 때엔 허리도 곧게 폈고 등도 시원하게 늘렸고, 다리도 처음보다 많이 유연해졌는 걸요.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어요?"  그리고선 평소에 스스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마주했다. 아침마다 미라클 모닝을 수행하며 스스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어쩌면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긍정을 흉내 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될 거야. 나는 긍정적인 생각만 할 거야. '라고 하면서 그 바탕에는 '아직도 모라자. 넌 더 해야 해.'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우리는 애써 스스로에게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손바닥이 발에 닿지 않은 것은 어떻게 보면 별 일 아니다. 그런데 나는 늘 그 점 때문에 내가 완벽하게 포즈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준의 바탕에는 '다른 사람은 저게 되는데 나는 안되네.'라는 판단이 있었다. 늘 남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휩싸여 스스로를 몰아세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늘 나는 나 자신을 더 배워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여겨왔던 것이다. 진심으로 원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나는 억지로 새벽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했고 요가 피티를 시작했다.


선생님과의 피티를 통해 나 스스로가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차 있음을 알아차린 이후, 나는 스스로를 칭찬하는데 마음을 후하게 썼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정말 칭찬해야 하는 일까지 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손가락 끝이 바닥에 살짝 스쳐도 '잘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만 해도 잘했어.
요가 클래스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만 해도 참 잘했어.


그리고 일대일 피티가 마무리될 때쯤, 선생님의 말처럼 손바닥이 발에 닿았다.

'바로 이거야.' 나는 오랜만에 나 스스로에게 만족했다. 그리고 긍정이란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것임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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