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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롱 Sep 24. 2021

명상의 이유

나의 요가 에세이 <생각은 멈추고 숨은 내쉬세요> 

고백하건대 내가 명상을 시작하게 된 건 '잘나고 싶어서'였다. 잘난 거랑 명상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한 때 자기 계발서에 빠져 여러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때 내가 읽은 책에서 모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명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 팀 패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유명 인사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점 중 하나를 명상으로 꼽았다. 그 책을 읽고 '대체 명상이 뭐가 좋길래 그렇게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 다 이걸 한 거야? '라는 호기심이 들었다.


명상이 아주 낯선 것은 아니었다. 가끔 요가 클래스에서는 모든 동작을 마무리하고 명상을 했다. 그때마다 마음이 정돈되고 평온한 느낌은 받았었지만 필요하다거나 구체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요가를 배우던 초반에는 명상도 마치 동작에 하나인 것처럼 배우려고 애썼고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적인 측면을 고민했던 것 같다. "명상할 때 어떤 생각이 들어요?"라는 요가 선생님의 질문에 내가 했던 대답이 아직도 생각난다. 나는 그 질문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라고 답했다. 그때는 명상을 하나의 기술로 생각했다. 그리고 집중을 하면 그 기술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유명인사들이 강조했던 명상은 내가 생각한 기술 터득의 측면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명상이 도움 된다고 생각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것을 꾸준히 할 때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필요하거나 아니면 좋아하거나. 내가 읽은 책을 기준으로 볼 때, 유명인들의 명상 루틴 소개에서는 '이렇게 해보세요' 대신에 명상을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었어요'가 있었다. 그리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루틴이 있고 주로 글쓰기, 운동하는 취미가 있다. 생각컨대 명상과 글쓰기, 운동의 공통점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조용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알 수 없는 음악을 배경으로 눈 감고 숨을 내쉬는 것. 표면적으로 봤을 때 명상은 그렇다. 그러나 명상을 해봤던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머릿속에 스멀스멀 잡생각이 끝도 없이 밀려온다. 다시 숨을 쉬어보고 내쉬어봐도 내가 완전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초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명상을 접하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집중을 하려고 애쓰지만 모든 생각이 그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오는 느낌, 그래서 명상을 하건 안하건 별반 다를 것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집중해서 모든 요가 동작을 행하고 사바 아사나와 함께 명상을 했을 때만큼은 조금 달랐다. 그때는 어려운 동작을 하면서 1차적으로 머릿속이 텅 비워졌고 숨도 가빠져서 그것을 고르느라 애써야 했다. 그 상태로 명상에 임하자 머릿속에 텅 비어져 버린 느낌을 받았다. 평소처럼 자세는 같았지만 아무 생각이 안 났다는 점이 달랐다. 그렇게 명상을 마친 뒤, 나는 깊은 잠에서 깬 것처럼 아주 평안함을 느꼈다. 몰입된 상태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었다.


지금은 요가 동작을 마치고 마무리로 꼭 명상을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다른 것을 하는 대신, 앱을 켜놓고 잠깐 명상을 한다. 여전히 생각은 밀려오지만 예전과 달리 그 생각들이 금세 사라진다. 이제 와서 보니, 명상을 잘하는 방법은 사실 단순하다. 요가 동작을 하면서 몸에게 최대한 집중해 주면 이내 생각은 사라진다. 꾸물꾸물 다시 생각이 올라오면 이내 그것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나면 깊게 이완이 되고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처음과 달리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는 그냥 편안하기 때문이다. 잘나고 싶어서, 자기 계발서에 나와 있으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명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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