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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 Feb 10. 2020

새내기 학생과 새내기 학부모

슬픈 저녁

가끔씩 민혁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찡해지면서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혹시 민혁이의 여린 마음이 나에게서 온 건 아닐까 싶어서. 정확하진 않을지 몰라도, 어릴 적 혼나서 울어 본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동생이 혼나거나 다른 친구가 혼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빨갛게 되곤 했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그랬던 눈물 많은 아이가 자라서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혹시 눈물 많은 것도 유전은 아닐까 싶은 거다. 물론 지금은 마음이 메말라서 그런 건 아니고, 안구건조증 때문도 아니지만, 눈물 흘릴 일이 없다.


아무튼 아침에 민혁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아침밥을 먹다가 출근 중인 와이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민혁이에게 아침 인사를 하는데, 민혁이는 대꾸 없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어젯밤 엄마한테 서운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고 하는 것이다. "뭐가 서운했어?" "엄마가 잠들지 않았는데, 자는 척하면서 내가 재워달라고 해도 재워주지 않았어" 아, 그랬구나.


이제 8살이 되기는 했지만, 밤이면 언제나 엄마에게 “엄마 재워줘”라고 말하며 엄마에게 안긴다. 그렇게 엄마에게 토닥토닥을 받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참 뒤에야 스르륵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내가 일찍 재우자고 와이프에게 자는 척하라고 말했는데 그게 서운했던 거였다.


민혁이 얘기를 들으니, 어린이나 어른이나 늘 저녁이 짧다고 느껴진다. 초등학교 생활의 가장 기본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연습을 시킨다고 민혁이에게도 일찍 자라고 하고 있는데, 사실 저녁에조차 엄마나 아빠랑 놀지 못하면 민혁이는 언제 부모랑 놀 수 있겠나 싶기도 하다. 나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지만, 초등학교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이 10시 전에는 자도록 유도한다. 잠을 잘 자야 키도 크고 마음도 크지 않겠나 싶어서. 그래야 여린 마음도 고운 심성으로 바뀌고 착한 아이로 클 것 같은 느낌.


민혁아, 엄마 아빠도 늘 놀고 싶어 너랑. 주말에 열심히 놀자.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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