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진심인 아이의 즐거운 학교 생활
지난 가을부터 겸이가 학교 체육팀인 Tenby tigers 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방과후에 수영, 축구, 티볼, 달리기 네 종목을 한 시간 씩 연습하고 온다. 올해 들어서는 월요일에 따로 훈련하는 수영팀에도 들어갔다. 사실 나머지 화요일엔 축구, 수요일엔 짐내스틱, 금요일엔 탁구 CCA를 신청해서 일주일 내내 방과후엔 운동을 한 시간씩 하고 온다. 학교 대표팀 훈련을 하는 월요일과 목요일엔 무료지만 나머지 사흘 방과후는 모두 유료다. 그나마 이틀이 빠져서 이번 학기엔 방과후 비용이 조금 절감되었다.
이번 학기 들어서 다른 학교와 친선 경기가 많아 방과후에 페낭의 다른 국제학교에 시합을 하러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작년 9월에 우리집 근처에 스토니허스트라는 영국계 국제학교가 개교를 한 후 학교 홍보 겸 다른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를 초청하여 스포츠 경기를 자주해서 축구경기와 수영 시합을 보러 두번이나 그 학교를 방문해서 아이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관람 했었다.
지난 주 토요일엔 바투페링기 근처에 있는 업랜드라는 국제학교에서 페낭의 여섯 개 학교가 참가한 축구경기가 있었다. 더운 나라라서 모든 일정이 아침 일찍 시작된다. 그 날도 7시 반까지 도착하라는 안내가 있어서 새벽에 일어나 먹을 걸 간단히 준비해서 7시에 업랜드로 출발했다. 오전 내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아이들은 열심히 뛰어 다녔다. 그늘에 앉아 구경만 하는데도 덥고 온몸이 땀으로 끈적이는데, 마침 라마단 기간이라서 무슬림 아이들은 물도 마시지 않고 경기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거의 오후 한 시가 다 되어 모든 경기가 종료되고 돌아오다가 춘천 닭갈비라는 한식집에 들러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고 돌아오니 오후 세시가 다 되어 간다.
그 주 수요일에 또 업랜드와 친선 티볼 경기가 있어서 이번에는 안가고 싶었는데, 마침 수요일 오전에 영어책 읽는 모임의 엄마들이 모임 끝난 후 다 아이들을 픽업할 겸 경기를 보러 가는 분위기에 휩쓸려 또다시 바투페링기로 가서 티볼 경기를 구경하다 아이를 데리고 왔다. 다른 엄마들이 다 왔는데, 나만 안가면 아이가 서운할까 싶은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자꾸 따라다니게 된다. 코로나도 있었지만 직장 다닌다는 핑게로 한국에선 아이 학교에 거의 간 적이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 진짜 초등학교 학부모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다.
지난 주 월요일엔 승겸이 학교에서 수영대회가 열렸다. 각 학교에서 모인 120여명의 아이들이 자유영, 평영, 배영, 접영의 각 종목을 학년별, 남녀별, 혼합 방식등으로 다양하게 거의 세 시간의 수영 시합이 있었다. 올해 들어 아이 체육행사 뿐 아니라, 학교에서 학부모를 수시로 초청해서 상담도 하고 아이들이 참여한 이벤트를 보러 오라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비자 리뉴 신청까지 겹쳐서 거의 하루 걸러 학교를 간 거 같은데, 엊그제 금요일 아침에는 학교 재단에서 지원하는 거리의 아이들을 돕는 재단에 돈을 기부하려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축구 경기 이벤트가 있어서 또 아이 등교하는 차를 타고 가서 한 시간 경기를 보고 돌아왔다.
온 교직원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다 나와 4,5,6학년 아이들과 한 번씩 축구 경기를 하는데, 마지막에 텐비 타이거즈 선수로 활동하는 아이들과 경기를 할 때는 ' 무슨 선생들이 초딩들하고 경기를 진심으로 하냐.' 싶게 체육 선생들이 골을 뻥뻥 차서 날리는 모습이 천진해 보이기까지 한데, 겸이 영어보충반 선생님인 젊은 미스 로즈는 아주 날아다녔다.
아무튼 결론은 이런 다양한 체육행사가 이어지는 날들로 인하여 겸이의 학교 생활이 너무나 즐겁다는 것인데, 사실 대회에 따라가서 보니 이곳에 와서 축구나 수영 실력이 눈에 보일만큼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안하던 학부모 노릇을 하려니 늙은 엄마의 체력이 너무나 달린다는 얘기....그리고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