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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너머 Oct 22. 2023

몽키비치에 다녀왔다

원숭이보다 사람이 훨씬 많은 

이번 주 금요일은 Malaysia Day 라는 국경일이라 또 연휴~ㅠ     

정확히 뭘 기념하는지 찾아보니 메르데카라고 불리는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이다. 쉬는 날인 국경인 전날에  학교에서 말레이시아 데이 기념으로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고 오라는 알림이 몇 주 전부터 학부모 포털에 올라왔다.   

   

이번에 5학년이 되면서 겸이 담임이 털털한 영국여자였던 잭슨샘에서 학교에서도 깐깐하기로 소문난 인도계 여선생님인  MS Satishia 로 바뀌었다. 5학년 등교 첫 날부터 아이들의 복장 규정이나 학교 규칙을 꼭 지키도록 하고 안 지키는 아이들을 따로 지도하는 걸 보고 겸이가 좀 겁을 먹었다.  말레이시아 데이에 한복을 꼭 입고 오라고 했다고 집에 와서 아이가 걱정을 하니 나도 괜히 신경이 쓰였다.  

   

 지난 학기에도 한복을 입고 오라고 하는 날이 있었지만, 한국에서 입던 한복이 작아져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다시 사오지 않아서 난감하긴 했었다. 근처 마트에서 말레이시아 전통 의상을 팔길래 이슬람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모자와 웃옷만 사서 입혀 보내는 걸로 지나갔는데, 사실 일년에 서너 번은 학교에서 한복을 입는 행사가 있는 것 같았다. 사소한 일에 관대했던 잭슨 선생님과는 달리 모든 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미스 사티샤를 무서워하는 아이가 걸려서 급하게 쿠팡에 한복을 주문하고 17000원의 항공 택배료를 지불하고 사나흘만에 한복을 배송 받았다.      


배송된 한복을  입어본 아이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하며 입고 등교할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한복을 입고 등교하는 날 아침에 그동안 짧은 옷만 입던 아이는 땀을 흘리며 무척 불편하고 쑥스러워하면서 마지못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수영 수업이 있는 날인데다 방과후에 축구를 하고 와야 되서  가방에 수영복과 슬리퍼 뿐만 아니라  체육복을 따로 챙겨 넣었는데, 축구화까지 챙기는 아이를 오늘만 그냥 운동화를 신고 축구를 하도록 말렸다. 아침 운동을 하러 함께 픽업차량이 기다리는 로비로 내려가서 보니 함께 차를 타는 쎄컨더리 형아들은 아무도 한복을 안 입었다. 아무튼 아끼던 한복을 입고 등교했던 아이는 축구를 하느라 갈아입은 체육복만 입은 채 홀쭉해진 가방을 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복은 어쨌냐고 물으니 그때서야 학교에 한복을 두고 온 것을 알아차린다. 헐~~     

방과후 옷을 갈아입는 사물함 위에 얹어 두고 왔다는데,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사흘간 연휴 후에 제대로 찾아 올지 모르겠다. ㅠㅠ      

    

집에 있으면 휴대폰들고 게임만 하려는 아이를 데리고 어디라도 다녀오려고 마음을 먹은 연휴 첫째 날,     

아침부터 날씨가 변화 무쌍하다.  요즘 계속 하루에도 두어차례 씩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모처럼 화창하게 하늘이 맑길래 놀러가기 좋겠다 싶었더니 조금 후에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면서 세찬 소나기가 쏟아진다. 그러나 페낭에서는 비가 한 시간 이상 내리는 법이 없으므로 그다지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과연 잠시 후에 비가 그치고 다시 하늘이 맑아져서 가볍게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서려고 하는데 다시 하늘이 흐려지더니 또 비가 내린다.   

   

 결국 두시가 넘어서 겸이 친구네 차를 타고 국립공원인 타만네가라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도 다시 하늘이 맑았다가  다시 흐려지기를 반복한다. 타만네가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국립공원 사무소 쪽으로 가니 몽키비치나 터들비치에 데려다 주는 보트트립 안내 데스크가 나온다. 미리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몽키비치를 가는 방법은 국립공원 사무소 뒤쪽 산길로 한 시간 반 쯤을 걸어서 나즈막한 산을 넘어 도착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돌아 도착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배를 타고 싶어했다.     

 인원이 한명이든  열명이든(열명까지 탈수 있는지는 안 물어봐서 모르겠다) 무조건 왕복 100링깃 하는 보트를 예약하고 국립공원 사무소에 들러 등록을 하고 배를 타러 갔다. 


배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오늘은 구름이 끼고 바람이 좀 있어서인지 늘 잔잔하던 페낭의 바다가 제법 물결이 출렁였다. 십분 남짓이면 바로 도착하는 몽키해변까지 가는데 배가 통통 튀어서 물보라가 튀고 엉덩이가 들렸다 내렸다 하면서 좀 충격이 온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처음 작은 배를 타보는 아이들은 신나서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한다. 그래 너희들이 즐거우면 됐다. 싶은데 벌써 하얀 모래밭이 있는 몽키비치에 도착했다. 휴일이어서인지 작은 해변에 제법 놀러온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룹으로 온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은 모래밭에서 비치 발리볼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기도 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아이들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은 게 좀 아쉬웠다. 어른들도 신발을 벗고 바닷가 모래밭을 산책하며 해변 끝까지 걸어갔다.      

몽키비치에 가면 수많은 원숭이들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옆에 와서 음식물들을 빼앗아 갈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글을 읽어서 좀 긴장하며 왔는데, 막상 와 보니 생각보다 원숭이들이 많지는 않았다. 놀러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원숭이들이 어딘가로 다 가버린 것인지, 막상 원숭이들이 보이지 않으니 서운했다. 해변을 따라 좀 걸으니 몇 마리의 작은 원숭이 새끼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그 근처 낡은 집 지붕 위에 엄마 원숭이인지 늙은 원숭이들도 보이긴 했으나 사람들 가까이에 와서 놀지는 않고 자기들끼리 몰려 다녔다.      


 아이들은 자기들 끼리 모래를 쌓으며 놀기도 하고 야자수에 매어놓은 그네도 타고 조개 껍질을 주워서 물수제비 뜨는 놀이도 하며 제법 오랜 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 어른들이 놀만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휴대폰에만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침 겸 점심으로 가볍게 요기만 하고 나온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여 보니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다.      

나온 김에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지난 주에 한국 식당에 배달주문을 해 놓은 족발이 배송되는 날이 오늘이란 걸 깜빡 잊고 있었다. 지금 배송 출발한다는 카톡을 받고 가는 길에 픽업하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돌아가는 배를 불러 몽키 비치를 나왔다. 오랜만에 바닷바람도 쐬고, 모래밭에서 맨발로 바닷물 속을 걸으며 쉼이 되는 시간을 가졌던 휴일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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