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mming showcase
페낭에 온 이후 승겸이의 수영 실력이 많이 늘었다. 더운 나라에 오니 수영이 일상이다.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두번 정규 수영 수업과 방과후 수업 한 시간을 신청하여 일주일에 세 번 수영 레슨을 받는 셈이다. 웬만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자체 수영장을 가지고 있는데, 수영장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아파트들은 렌트비가 많이 비싸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꽤 근사한 수영장이 있어 하교 후나 주말에 아이들은 시간이 나면 수영장에서 주로 논다.
아이들이 수영하는 걸 지켜보며 수영장 그늘에 마련된 비치의자에 앉아 아무생각없이 앉아 있을 때가 가장 구체적으로 삶에서의 쉼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노랗고 푸른 열매를 달고 있는 야자수들과 붉은 열대의 꽃들이 피어있는 수영장 비치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가 가끔 물에 들어가서 하늘을 보며 물 위에 누워 있으면 연분홍 꽃잎들이 물 위로 떨어지기도 한다.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번 주 금요일은 Y4 한 학기 수영 수업이 끝나는 날이어서 학교에서 수영수업을 참관할 수 있게 가족들을 초대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엄마 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엄마만 왔는데 아빠와 엄마가 같이 온 사람들이 많았고, 동생들과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온 집도 많았다.
10시 반이 되니 아이들이 수영복이 든 가방을 메고 줄지어 수영장으로 나왔다. 이 나라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이동할 때 늘 줄을 서서 다니는 것이 볼 때마다 신기하다. 아이들이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에 들어왔다. 수준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상급반 아이들은 수심이 깊은 라인에서 따로 레슨을 받고 있다. 지지난 주 하교한 겸이가 시무룩하게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말을 해서 깜짝 놀라서 이유를 물으니 자기보다 수영을 못하는 친구들도 상급반으로 갔는데 자기가 왜 상급반에 못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억울해 했다. 오늘 와 보니 깊은 물에서 수업을 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겠다 싶다. 부모들을 초청한 수업이라 그런지 교장선생님까지 수영복을 입고 나오셔서 같이 수업을 도와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영선생님의 영어 설명을 눈감 땡감으로 알아듣고 수업을 따라가는 아이가 기특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수업을 보다가 수영장 밖에서 아이들 수업을 참관 하고 있는 겸이 담임선생님인 Ms Jacson과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지난 축제 때 얼굴을 봤지만 행사 진행하느라 바쁜것 같기도 하고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 멀리서 얼굴만 보고 왔었다. 오늘은 어떻게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잭슨 선생님은 꼬불거리는 긴 머리를 시원하게 묶어 올리고 활기가 느껴지는 씩씩한 인상의 영국출신 영어 선생님이다. 내가 다가가 James(겸이 영어이름) 엄마라고 인사를 하니 활짝 웃으며 한 첫 마디가 " He's a happy boy " 였다. 친구가 엄청나게(lo~~~ts of friends 를 강조하신다ㅎ) 많고 학교에서 늘 즐겁단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도 기죽지 않고 신나게 학교에서 잘 놀고 있구나 생각하니 나도 갑자기 마음이 막 Happy 했다. 어미가 아침마다 학교에 보내면서 하는 당부를 아이가 잘 지키고 있었구나 싶어 웃음이 낫다^^
"오늘도 재밌게 놀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