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십육도씨 Dec 05. 2021

두 잔의 커피와 세 가지 녹차

2021.12.02

작년에 뱅쇼를 함께 마셨던 친구와 1년 만에 다시 만났다. 1년 만인데도 몇 달 전에 본 것처럼 친근하기만 하다. 1년 동안 그렇게 뭘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참 잘 간다.

첫 장소는 망원역 근처에 위치한 광합성 카페.

광합성이라는 이름처럼 곳곳에 식물이 있어 눈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도 그렇지만 친구도 식물에 관심이 있어 취향이 잘 맞는 친구와 비슷한 취향을 즐길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또 나도 친구도 한옥을 좋아한다. 그것이 두 번째 비슷한 취향. 식물에 관심이 있는 건 작년에 알았지만, 친구가 한옥을 좋아하는 것은 이번에 알았다.  벌써 다음엔 꼭 어떤 분위기의 어떤 장소에서 만날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 알고 지내온 친구라도 자주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여전히 아직 몰랐던 부분이 많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더 많은 것들을 공유할 수 있었을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두 번째 장소는 신사동 청수당 갤러리

예전에 동생과 지나치다 발견했던 곳인데, 밖에서 봤을 때 분위기가 좋아 궁금했던 곳이다. 빌라 하나를 동양풍으로 개조하여 카페로 만든 느낌이다. 시음회에 가기 전에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서 들어간 곳인데, 이곳의 시그니처인 수플레 케이크는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다음에 먹기로 했다. 대신 말차 케이크와 스톤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케이크는 마치 숲을 미니어처로 축소해놓은 듯했다. 현무암 같은 모양의 장식은 흑임자로 만든 빵 조각이었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맛도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맥파이 앤 타이거 신사 티룸에서 진행되는 연우제다 시음회에 참가하기로 했다. 연우제다는 이번 대한민국 차품평대회에서 대상을 탔다고 한다. 이런 귀한 차를 나처럼 누추한 사람이 맛보게 되다니 마시면서도 송구할 다름이다.

 오렌지 페코 같은 홍차에 등급이 있듯 녹차에도 등급이 있다. 세작, 우전과 중작, 대작 등 5가지로 분류된다고 한다. 단순히 그것이 녹차의 종류를 지칭하는 말인 줄 알았지 등급인 줄은 몰랐다. 분류 기준은 차나무의 새순을 채취하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세작은 보통 곡우(음력 3월 중순 즉 4월) 즈음,  우전 그리고 우전보다 더 등급이 높은 특우전은 곡우 이전에 채취한 차라고 한다. 차나무의 새순은 겨우내 양분을 가지고 있다가 틔워서 처음 딴 잎일수록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하다. 그래서 더 귀하고 맛도 좋은 모양이다. 일찍 채취한 찻잎은 크기도 작고 은색의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그래서  우전보다는 세작이 잎이 크고 더 짙은 녹색을 띤다.

특우전은 구수한 맛보다 산뜻하고 달콤한 끝 맛이 남았다. 테이스팅 노트엔 soymilk, seaweed라고 되어있었는데, 풋풋한 맛 때문인지 콩물 같은 끝 맛이 남는 것 같긴 했다. 하지만 나는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의 향을 느꼈다. 그리고 우전과 세작은 그보다 구수한 맛이 난다. 특히 세작은 접하기 쉬워서 그런지 익숙한 맛이 났다. 차를 우려내고 남은 찻잎을 엽저라고 하는데 조금씩 맛을 보았다. 쓴맛이나 텁텁한 맛은 전혀 나지 않았다. 차의 고소한 맛이 남아있었는데, 엽저에 간장을 약간 넣어 양념을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한다. 귀한 찻잎을 나물처럼 먹어도 되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귀한 찻잎이라 더 버리지 않고 남김없이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커피는 마실 때마다 테이스팅 노트를 보고 산미의 정도가 어떤지 따지다 보니 맛있고 맛없는 커피의 구분이 가고 취향을 찾아갔다. 홍차도 다즐링이나 우바 같은 스트레이트 홍차를 마시면서 뭐가 다른지 호기심에 비교해 본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녹차는 그런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마침 집에 하동 팝업스토어에서 산 녹차가 있어 또 마시면서 비교해봐야겠다.


그렇게 시음회가 끝나고 오랜 친구와 취향을 공유하고 그렇게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다음에 또 만나 어떻게 지냈고 어떤 취향을 공유하게 될지 기대된다.

망원동 광합성 카페와 신사동 청수당갤러리
세작, 우전, 품평차(특우전)






작가의 이전글 사귤차와 삼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