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는 식판의 밥을 끌어모아 국에 말았다. 후루룩 마시는데 1분 30초.
후문을 향해 달렸다. 지킴이 아저씨도 점심 드시러 가고 없었다. 가뿐하게 교문을 넘었다. 학교에서 다섯 블록 떨어진 제로 PC방으로 향했다.
키보드에서 무지개빛이 일렁였다. 소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게임을 시작했다.
“야, 야, 야, 아휴.”
소미의 캐릭터는 죽기 직전이었다. 입술을 쥐어 뜯어가며 부실 듯 키보드를 눌렀다.
드드드드, 드드드르르륵
핸드폰 진동이었다. 액정에 ‘엄마’가 떴다. 무시했다. 신경 쓰이게 진동이 계속 울렸다.
결국 캐릭터가 죽었다. 소미는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
“아, 왜!”
“어디야?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대체 어디 간 거야?”
“내가 알아서 할게.”
“저번에 그 PC방이지? 엄마 갈게.”
소미는 신경질적으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엄마와 마주쳐서 좋을 게 없었다. 지난번에도 엄마 손에 끌려 억지로 학교에 갔다. 굽신거리는 엄마, 난감해하는 담임, 한숨 쉬는 교장 모두 싫었다.
소미는 밖으로 나왔다.
“소미야!”
엄마 목소리였다. 엄마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소미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달렸다. 엄마도 반대편에서 같은 방향으로 뛰었다.
“소미야, 잠깐만 서봐!”
소미는 앞만 보고 쭉 달렸다. 신호가 바뀌어 엄마가 건너왔다. 소미 뒤쪽으로 팔 차선 도로가 있었다.
“에잇!”
소미는 그대로 차도로 달렸다. 가까이서 덜컹거리는 무게감 있는 소리가 들렸다. 화물차였다.
“안돼!”
엄마가 달려왔다. 소미를 밀었다. 소미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찰칵, 뭔가 끊어졌다.
웅성거림에 눈을 떴을 때, 엄마는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어, 엄마…….”
소미는 손을 뻗었다.
구급대원은 엄마 위에 하얀 천을 덮었다. 대원들은 소미도 들것에 실었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