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4>
매콤한 냄새가 났다. 이번에는 부엌이었다. 엄마는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었다.
“엄마!”
소미가 벌떡 일어났다.
“찜닭 다 되어 가니까 앉아 있어. 뜨거우니까 가까이 오지 말고.”
엄마는 돌아보지 않았다. 소미는 엄마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 손을 잡았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엄마가 손을 뿌리쳤다. 소미는 깜짝 놀랐다. 엄마 표정이 싸늘했다.
“엄마, 화났어요?”
“하루 종일 게임만 하잖아. 나도 이제 지쳤다.”
엄마는 거친 손길로 찜닭을 한 그릇 펐다. 식탁 위에 탁 소리 나게 놓았다. 소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 입 먹었다. 혀끝에 이상한 맛이 났다.
“엄마, 양념에 소독약 같은 냄새가 나.”
“원래 그래.”
소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가 길쭉한 조리 기구를 들었다, 순간 밝은 빛이 소미 얼굴을 덮쳤다. 질끈 눈을 감았다.
“엄마, 그거 뭐야? 너무 눈부셔.”
곧 빛이 사라졌다. 엄마는 가득 남아 있는 찜닭을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엄마, 왜 버려?”
“너 빨리 먹고 여기서 나가.”
황당했다. 아무리 화가 났기로서니 그런 말까지 들으니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내가 왜 나가? 나 이제 게임 안 할게!”
“나는 너랑 살기 싫어!”
엄마와 실랑이를 하며 거실을 빙빙 돌았다. 그때 거실 창에 그 여자의 얼굴이 또 비쳤다.
“엄마! 저거 좀 봐. 이상한 사람이 자꾸 우리 집을 보고 있어.”
소미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두 팔로 소미를 살짝 안았다. 그러더니 소미를 현관으로 밀었다.
“자, 이제 나가!”
“엄마, 대체 왜 그래?”
소미가 신발장 문을 잡으며 버텼다.
“소미야!”
밖에서 아빠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엄마가 이상해! 좀 들어와 봐!”
소미가 현관문에 바짝 붙어 외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미 목소리는 아빠에게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넌 여기 있으면 안 돼!”
엄마가 확 밀었다. 철컹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캄캄한 낭떠러지, 소미는 끝없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