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송이 조직을 실험하는 그레이프랩의 김민양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10회 인터뷰 IWP 주명진 대표님이 추천해주신 그레이프랩의 김민양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포도송이는 혼자 성장하지 않고 주변의 새로운 송이와 함께 커나가는 식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평생 수학 문제 풀듯 효율성에 대한 답을 찾아 헤메던 저로서는 효율보다 다양성이라는 철학을 깊이 묵상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답니다. 예쁜데, 똑똑하고, 또 많은 것을 담고있는 브랜드 그레이프랩을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삶을 디자인하는 그레이프랩 대표 김민양입니다. 그레이프랩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환경과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다양한 해결책을 실험하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버려진 소재와 소외된 사회 구성원들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의 소재 뿐만 아니라 탄생부터 사용기간, 그리고 쓰임이 다해 버려질 때까지 사람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재활용되기 쉽도록 라이프사이클 전체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고민하는 브랜드 입니다
많은 분들이 왜 회사이름이 포도실험실(grape lab)이냐고 물어보세요^^ 그레이프랩은 제가 영국에서 지속가능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쓴 석사논문 제목 ‘The Bunch of Grapes’에서 따왔습니다. 논문을 통해 피라미드 구조의 현실 경제 시스템과 대비되는 포도송이 구조를 제시했어요. 포도는 하나의 송이가 어느 정도 커지면 주변에 새로운 송이가 열리며 함께 커나가는 식물이예요. 효율성만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장애인, 외국인, 여성 같은 소수구성원들이 소외되기 마련이죠. 개성과 재능을 가진 소수구성원 개개인이 다양성에 기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시스템을 디자인하고자 만든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이론 뿐 아니라 실제 우리 현실에서 잘 작동하는지 비즈니스적으로 실험하는 곳이 그레이프랩(포도실험실)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외된 계층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논문을 썼지만, 사실 논문을 쓸 당시에는 장애인보다는 제3세계 여성들이나 빛을 보지 못하는 장인들에게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로코, 터키, 크로아티아 등 여러 나라의 사막과 시장 뒷골목을 다니며 그 지역 여성들과 장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한국에 돌아온 후에 청년 장애인들의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을 단순 후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 이끄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인 복지회관, 장애예술단체, 대안학교 등에서 2년 가까이 봉사활동을 하며, 이들이 무엇을 잘 하는지, 디자이너인 저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지 연구했습니다. 그렇게 봉사활동 하던 기관에서 한 두 명씩 발달장애인들을 스카우트하여 고용하게 되었는데, 어느덧 8명의 발달장애인들을 정식으로 고용하고, 4명의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이 수익배분 계약으로 그레이프랩과 함께 하고 있네요. 내년에는 더 많은 발달장애인 고용으로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벌인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고, 주변분들도 우려했습니다. 현실적이지 않다고요. 처음 6개월정도는 그야말로 집중적으로 옆에 붙어서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요. 6개월 지나니 뭔가 희망을 보게 되었어요. 이후 지속적인 고용을 통해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고, 저들의 재능이 더 많은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 고용했던 직원은 지금 발달장애인 제작팀을 관리하는 관리자 역할까지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내와 애정 어린 격려를 해줄 수 있다면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충고보다 칭찬을 10배 정도 많이 하는데요. 이러한 방식이 10배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오래 일한 직원들이 후배 발달장애인들을 직접 가르치는데, 제가 가르쳤던 방식대로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해요. 이들 모두 더이상 제가 돌봐줘야 할 대상이 아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있음을 느낍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장난감도 그냥 가지고 놀기보다 해부하면서 놀았었어요. 인형이건, 전자제품이건 모두 분해했다가 다시 조합하는 걸 좋아해서 남아나는 물건이 거의 없었죠 ㅎㅎㅎ 고교시절부터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는데, 입체적인 조형에 관심이 많았던 저에게 평면적인 입시미술이 힘들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대학 졸업후, 10년 넘게 IT분야에서 UX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대학 재학 당시 닷컴열풍이 불던 시기라서, 라이코스 인큐베이팅 게임업체에서 게임디자이너로 IT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졸업후에는SBS, KBS 방송 웹디자이너로, 그리고 마지막 커리어는 카카오 초창기멤버로서 UX디자인과 서비스 기획을 했습니다. 입사 당시에는 카카오도 10여명 정도의 작은 스타트업이었죠. 카카오톡이 성공적인 메신저 서비스가 되어갈 무렵, 카카오 기본 이모티콘을 직접 그려 현재와 같이 적용하는 일을 했고요, 이후 웹툰 작가들과 함께하는 이모티콘 유료서비스를 최초로 기획, 아트 디렉팅, UX디자인까지 하며 카카오 이모티콘 모델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그리고 해외 박람회를 다니면서 느낀 것은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시각이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나에게 이로운 것이 친환경 디자인’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저희 디자인 제품을 먹어도 죽지 않냐는 질문을 가끔 받기도 한답니다ㅠㅠ 유럽에서는 지구와 환경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친환경디자인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디자인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환경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 MZ 세대를 중심으로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스마트한 소비 패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능한한 자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고요, 분리수거를 할 때 용기를 깨끗하게 씻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살 때 불필요한 비닐이나 포장, 일회용품은 받지 않으려고 해요. 친환경 소재로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지요^^ 평소 생활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할 때에도 최소한의 자원과 기술만을 이용하는 것이 결국 삶과 디자인이 일치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레이프랩의 이름처럼 우리 사회 다양한 사람들의 개성이 어우러진 혁신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실험을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효율성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통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워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려진 소재로도 우리의 일상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디자인 실험을 계속해 나가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실험을 더욱 확장시켜나갈 것이구요, 발달장애인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여러분들께 소개하며 기쁨을 나누어가고 싶습니다. 이런 비즈니스가 가능하냐구요? ㅎㅎ 그레이프랩이 지속가능하다면 가능하다는 증거 아닐까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삶과 디자인에서 멋지게 풀어나가고 계신 ‘짜잔’ 대표님을 소개합니다. 태안반도에서 생활하시며 ‘가치삶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일회용컵에 사용되고 있는 종이 슬리브를 손뜨게로 만들어 쓰레기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계시는데요. 제품 뿐만 아니라 배송 포장까지 너무 예쁘게 지속가능하게 환경을 고려하고 계십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손뜨게 슬리브의 따뜻한 감성이 그리워지네요. 짜잔님의 멋진 삶과 디자인을 인터뷰에서 만나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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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프랩은 아직 위체인지마켓 입점 브랜드는 아니지만, 지속가능 윤리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그레이프랩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