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직 바이블, 면접왕 이형
두 달 전 눈으로만 살펴보던 잡코리아에서 가고 싶은 포지션을 발견하고는 바로 이력서를 냈다. 1차 온라인 실무 면접을 보고 최종 대면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탈락했다. 지원 업무와 관련된 인접 경험은 많지만 경력직 자리라 직접적인 업무 경험 부족이 최종 불합격 이유인 듯했다.
면접을 보면서 부끄러웠던 건 지금 나의 핵심적인 KPI와 업무 성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점, 업무 관점에서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시장 Trend를 분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당장 눈앞에 떨어진 일을 처리해 내기에 바빠 팀의 전체 목표, 나아가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었구나 깨달았다.
특히 우리 팀은 일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1년 KPI (Key performace indicator)를 설정할 때도 명확한 수치 기준을 세우기 어려워 리더가 임의로 정한 숫자에 억지로 목표를 끼워 맞춘 조직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면접을 보고 나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고 전문성을 논하기 어려운 물경력으로 시간을 허비하겠구나 강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직장인의 3대 거짓말이라는 "나 퇴사할 거야, 나 이직할 거야.". 누구나 공감하고 한번 이상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퇴사, 이직이라는 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퇴사를 번복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마음속에 퇴사/이직을 생각하면서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고찰이 필요함을 느낀다. 솟구치는 감정을 잠시 누르면서 성공적인 이직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책이었다.
이직, 퇴사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 이직할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퇴직사유를 정리했는가
-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포지션이 있는가
- 현재 회사에서 목표하는 바, 하는 일에 대해 충분한 경험을 정리했는가
이직은 퇴사를 동반한다. 좋은 이별을 하기 위한, 새 출발을 하기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 가고 싶었던 회사가 있거나, 포지션 변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아름다운 퇴사를 희망하지만 현재 직무,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도피하기 위한 이직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조직, 업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인한 충동적 감정이 내가 이직을 준비하게 된 첫 번째 사유다.
하지만 1차원적으로 상사에 대한 불만, 직무 부적합으로 퇴직 사유를 정리할 수는 없고 현재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경력 기술서를 점검하고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지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커리어 향상, 경험 확장 측면에서 더 나은 업무 경험을 위한 퇴직이 아니라면 불만족스러운 상황은 새로운 곳에서도 생길 수 있다. 퇴사는 마지막에 묵직하게, 이직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성장하는 이직과 그렇지 못한 이직
대략 10년의 직장생활 중 1번의 이직을 경험했다. 이전 회사의 경우 코로나로 인한 사업, 경영 악화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분명했기 때문에 명확한 퇴직 사유가 있었다. 대기업 계열이라 버틴다면 다른 사업부로 이동은 가능했기에 밥줄이 끊길 위기는 아니었지만 업무 매너리즘에 깊게 빠지면서 번아웃을 극복하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직에 성공하고 온 2번째 회사는 상장을 했고, 주식도 부여받으며 연봉을 올리고 왔기 때문에 처우 조건에서는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다들 회사가 망해가는 와중에 이직 잘했다며 부러워해주기도 했고, 나 또한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기업이라 만족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1번의 퇴사 번복과 장기 연차를 반복하며 혼란의 시기를 보냈었고 안정을 그나마 잠시 찾은 상태다. 업무 포지션 측면에서 내가 처음에 이 회사를 오고자 했던 직무/커리어 확장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누구나 대체될 수 있는 전문성 없는 일을 반복하면서 단순 반복업무로 소모되는 상황이 답답했고, 책임감에 억지로 해왔을 뿐이었다.
물론 완전 반대의 일을 하게 되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분야도 있고, 업무 스킬 측면에서 배운 점도 있었기 때문에 개인 역량 강화로 본다면 성장했다. 본질적인 커리어 성장이 아니었을 뿐.
이직은 탈출이 아니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한 과정이다. 분명한 목표, 목적, 확신, 기준, 성장 나만의 관점, 커리어 방향이 있을 때 해도 늦지 않을 선택이다.
직장인의 필수 체크 리스트
-개인의 상태 :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가
-성장성 : 일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경험할 수 있는가
-문화 : 조직 문화, 소속감, 나를 일하게 만드는가
-역량 : 역량 계발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
-기회 : 새로운 업무, 확장을 위한 많은 프로젝트 기회가 있는가
-시장에서 인정할 만한 경력기술서 : 명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인가
-회사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는가
위 기준대로 나의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결단이 필요하다면 추진해야 한다. 너무 많은 고민은 시간을 늦출 뿐 머리만 아프다.
나는 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첫 번째 퇴사 후 내가 정리한 퇴직사유는 온라인 커머스에 대한 이해 확장 및 뷰티에 대한 유통계 트렌드 배움이었다. 사업이 축소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음에 허무함을 느낀 것이 컸는지 내가 더 많은 일을 해볼 수 있는 회사에 대한 욕심이 컸다.
나는 직장생활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성향을 비롯해서 위기 대응 의식, 인간관계, 리더십을 발휘할 때의 가치관, 책임감의 정도 등 일을 통해 나를 파악하게 되었다. 업무적인 성장은 따라올 뿐이고, 일을 하면서 나를 계발한다는 생각으로 직장생활을 했다.
연봉, 승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일을 하는 것이 곧 자기 계발이었으니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서 보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나는 나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바는 나의 강점, 단점, 역량에 대해 알아가고 가진 것을 어떻게 더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갈고닦는 과정을 좋은 동료들과 소통하며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적 소속감도 중요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매슬로의 욕구이론과 퇴사욕구 이론의 평행론
1단계(생리) > 2단계(안전) > 3단계(소속) > 4단계(존경) > 5단계(자아실현)
1단계(급여 수준)> 2단계(고용불안) > 3단계(리더십, 직무 적합) > 4단계(성장, 승진) > 5단계(핵심가치, 비전)
연차가 높아질수록 4단계, 5단계의 목마름이 심하다. 전문성을 굳힐 수 있는 커리어 방향도 중요하고 잘 살려낼 기회를 발라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7년 차 이상, 물경력 진단>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 성과가 없다
-내 직무 KPI 가 무엇인지 모른다
-진행한 프로젝트 Before/After 가 명확하지 않다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
-연속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다
-이직 횟수가 잦거나 동기에 비해 승진이 늦다
전문성을 굳건히 가져가지 못하고 업무의 변동성이 잦거나, 업무 성과가 본인 핵심 커리어와 관련 없이 중구난방인 경우 흔히 물경력이라는 말을 한다. 경력에 물을 타, 희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시간 낭비 업무들을 발라내야 한다.
최종 KPI/ 과정 KPI의 구분
-문제를 해결한 액션
-생산성을 높인 액션
-의사소통을 잘한 액션
회사에서 설정한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경력기술서를 작성하면서 나의 KPI는 내가 만들어야겠다 생각하면서 고민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 이상을 바라보다 보니, 단순히 수치로만 얘기할 수 없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 업무 추진력과 60명의 조직원과 해당 업무를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생산성,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어려웠다. 최종 수치적인 결과보다 과정 중심의 업무 역량을 어필하다 보니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영역이라 설득력이 떨어졌다.
조직의 일은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하면서 정확하다. 그 수치는 전체를 대변할 뿐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과정 KPI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경력직의 기준
Konwledge : 업계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 크기, 우리 회사가 해보고 싶은 영역에서 성과를 낸 경험이 있다.
Skill : 여러 시스템, 프로세스 적용 경험이 있다.
Attitude : 회사의 잠재 가능성을 알아봐 주고, 자신의 경험과 관계없이 성장하고자 한다.
Human power : 신입같이 잘 웃고, 수용성이 높다.
이 책에서는 경력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레퍼런스 체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는 모습까지 아름다운 퇴사를 했을 때 결코 나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다. 업무 기술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좋은 경력직을 판단할 때 동료의 이야기만큼 확실한 게 없다. 아무리 멋진 성과라도 정말 본인이 일을 한 건지, 부풀린 경력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점차 레퍼런스 체크도 이직의 중요한 단계가 되었다.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퇴사하는 날까지 '이 사람과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동료들에게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퇴사가 아닐까 싶다.
매일 퇴사, 이직을 울부짖는 요즘. 들쑥날쑥 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이 책을 읽었다. 객관적으로 나의 상황을 살펴보고 싶었고 짜증 나고 화나는 감정 말고 진짜 이직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했다.
이 일은 너무 하기 싫지만, 하고 싶은 일은 딱히 없는 대책 없는 상태였다. 성장, 자기 계발을 말하지만 정작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앞서고 어떠한 성장을 하고 싶은지도 뚜렷하지 않았다.
회사생활 하면서 많이 들어 본 선배의 조언 같은 퇴사, 이직 고민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나의 마음을 더 돌아볼 수 있었다. 나를 지켜내는 회사생활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이직에 서툰 사람들이 처음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