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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씀씀 Aug 21. 2024

아직은 달려보는 중.

30일간의 달리기, 10일째 기록

러닝을 시작하다.

한 번도 안입은 풋살 유니폼 2세트를 곱게 보관중인 나는 운동 유목민이다. 장기적으로 스포츠 취미를 가져보려고 (테니스, 배드민턴, 풋살, 배구, 볼링, 필라테스, 요가, 헬스 PT...) 등 클래스, 동호회 모임을 나가봤지만 3개월을 넘기진 못했다. 돌고돌아 지금은 시간되고 마음 내킬 때 가는 헬스장, 요가 수업 주 2회 가는 정도다. 


그런 내가 올해 생일선물로 러닝화를 받고 싶다고 지인들에게 선포했다. 


갑자기 러닝을 마음먹은 건 표면적으로는 다이어트 목적도 있었지만, 시도한 것들을 끈기있게 마무리 짓지 못하는 나를 깨고 변화하고 싶어서였다. 하고싶었던, 해야했던 과제들은 많아 시작은 해놓고 끝이 없다보니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껴본적이 없었고 어느 순간 자존감도 낮아져 있었다. 쉽게 지치고 포기하는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도 나를 그렇게 정의할 정도였다. 우연히『마라닉 페이스』, 이재진 작가의 책을 읽으며, 달라진 나를 꿈꾸게 되었다. "달리기를 통해 인생이 달라진다? 30일만 해보면 된다는데, 진짜 그런지 달려보자. 설사 아무것도 달라진게 없더라도, 체력이라도 좋아지겠지, 뭐!"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뛸 수 있음에도

헬스장 런닝머신 위에서 쉬지 않고 최대 몇 km 를 뛸 수 있는지 자체 테스트를 실시했다. 2km가 고비였고 걷고 뛰기를 반복해 겨우 5km (1:00:00) 채웠다. 뛰면서 느꼈지만 사실 나의 고비는 2km 가 아니었다. 2km 를 7.3 속도로 뛰다보니 호흡은 가라앉았고 안정적으로 코로 숨쉬며 뛸 수 있었음에도 '힘든거 같은데, 그만 뛰고 싶다' 는 생각에 멈춘 것이었다. 괜히 무릎도 욱신거리는 거 같고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며 나를 아끼는 마음에 일주일 동안 나의 한계는 2km 라고 기준선을 두고 걷고 뛰었다.


헬스장에 오고가며, 씻고 스트레칭 시간을 포함하면 대략 2시간이 걸렸다. 새벽 달리기는 아니어도 오전 일정으로 1순위를 '달리기' 로 정해두고도 오후, 저녁 미룰때도 있었다. 하지만 꼭 그날의 달리기를 하면 되니까 오전에 못했다고 해서 포기하지는 않았다.


매일 나의 우선순위는 6km 달리기이며, 나에게 한 약속이니 다른 건 못해도 이것만큼은 지키자는 마음으로 10일째 걷고, 뛰고 있다. 운동하면서 식욕도 더욱 좋아져 살이 빠지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나와 한 약속 이 한가지는 무조건 지켜내는 중이라 어느때보다 만족스럽다. 어쩌다보니 나에게 달리기는 다이어트가 목적이라기 보다 나돌봄, 나를 위한 나와의 가장 중요한 일정, 약속이 되었다.


목표세우기

30일 동안의 달리기 목표는 6km 를 40분~45분 내에 맞추는 것이다. 구체적인 날짜와 목표가 있어야 할 것 같아 9/28, 10/12 가을에 열리는 5km, 6km 마라톤도 신청했다. 달리기에 익숙해지고 기본 체력을 갖추는 1주차를 넘어 10일 정도 되다보니, 나의 페이스와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어제는 뛰다 걷게 되면 오히려 더 힘들거라는 동생의 말에 무작정 6km 를 쉬지 않고 뛰어봤다. 


49분 17초! 2km가 최대 Non-stop! 달리기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힘들다고 생각해도 그냥 버티다보니 가능한거였다. 내가 생각한 한계가 오히려 나의 체력을 과소평가한 걸까! 물론 난생 처음 쉬지않고 달린 6km 의 후유증이 있는 상태지만 그래도 한번 했는데 두번은 못하랴! (아직은 정말 죽을 맛이다!)

 

스스로 조절하는 페이스

러닝머신 위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다. 누가 더 뛰어라, 멈춰라 말하는 사람 없이 오로지 나의 의지와 몸 컨디션에 의해 목표한 6km 를 걷고 달린다. 30일간 달리기를 통해 뭐라도 달라질까 싶어서 시작한지 10일이 지났고, 초반이라 그나마 약속을 지켜낸 거 같다. (아직 나를 믿지 못한다.) 정강이, 뒷벅지, 허벅지 미세한 근육통이 하루하루 다르게 느껴지고, 운동을 하긴 하는구나 이제야 몸이 느끼는 듯했다.


초반 1.5km 정도만 뛰더라도 그냥 무조건 힘들다. 남은 5km를 어떻게 뛸까 싶고, 아직은 초반이니 좀 더 걷더라도 속도를 줄여볼까 초마다 갈등한다.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거리를 보면서 얼마나 남은건지, 시간은 왜 이렇게 안가는지 러닝머신 모니터만 응시하며 눈가에 맺히는 땀을 닦아낸다.


오늘은 러닝머신에서 최소 7.3에서 최대 9.0까지 속도를 조절해봤다. 오히려 다리를 빠르게 움직여야 잡생각이 사라지고 고통이 덜한 것 같아 최대 9.0으로 올렸다가 호흡이 가빠져 7.3 으로 낮추기를 여러번 반복해 최단 시간 47분 27초로 6km 를 완주했다. 6km 연속 달리기 이틀차의 큰 성과다. (내일도 이걸 또 한다는 상상을 하면 겁난다.) 


빨리 가기위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속도를 높였다가 내가 내 호흡을 조절할 수 있는 7.3 속도로 내려왔을때 안도감을 느끼기를 여러번 반복했다. 빠르게 내달리는 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하며 최대 속도로 달리는 건 기록 단축에 효과는 있었지만 오랜 시간지속할 순 없었고, 내 몸이 느끼는 편안한 호흡 속도로 돌아와서야 꾸준히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다.


속도를 낮춰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적당히 뛰는 건 쉬었다. 반대로 속력을 높이는 건 용기와 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의 나는 인생에서 목표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보다 내가 뛸 수있는 속도를 찾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상태다. 러닝머신위에서 SPEED 표시등의 숫자를 7.3에서 9.0으로 올리는 1.7의 간극 조차도 순간순간 버겁고 언제 내가 이 러닝을 멈추고 싶을지 몰라 두렵다.


그럼에도 하루중 6km 달리기 이거 하나만큼은 어떤 일에도 양보하지 않고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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