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있는 궁전, 님펜부르크

by 여름지이

요정을 뜻하는 님프에서 유래한 이름인 님펜부르크 궁전(schloss)은 바이에른 왕국의 통치자였던 바텔스바흐 가문의 여름 별궁이라 했다. schloss는 성, 성곽이라는 뜻도 있으니 궁보다는 성주의 성에 가깝겠다. 뮌헨은 바이에른주의 주도, 그래도 이곳에 왔는데 싶어 혼자 궁전을 보러 갔다가... 궁보다 멋진 숲을 보고 말았다. 나오면서 뒤늦게 궁전 안내도를 보니 그날 본 숲은 일부에 불과했다.


정류소에서 내려 아기자기한 주택가를 통과하여 나오는 궁전은 잘 가꾸어진 정원들 중간에 특이하게도 제법 큰 운하가 남북으로 이어져 있었다. 물길은 주변 숲으로 이어지는 것 같았다. 사이렌 소리에 이끌리듯 당연히 나는 궁전 내부가 아니라 물길 따라 숲으로 향한다. 졸졸졸 흐르는 작고 맑은 시냇물과 제법 큰 웅덩이가 곳곳에 보이는 숲 속은 청량하고 고요했다. 막 깨어나는 봄 기운이 여기저기 꿈틀거리던 2월의 숲. 반갑지만 낯선 공간엔 서늘함도 있다.이 곳의 여름이 멀리서 보였지만 그리움일 뿐이다. 느닷없던 숲속의 백조 한 무리, 하얀 성, 등 마치 정령들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숲을 걷는 시간은 점점 명상처럼 흐른다. 이방인이지만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이 그곳에 녹아들게 했다. 무엇이 그렇게 했을까.

궁전을 둘러싼 숲이었지만 지역 공원 역할을 하는 듯 평일임에도 조용히 조깅, 걷기를 하는 사람들 모습이 여유롭다. 규모와 야생성에서 (여기 님펜부르크 궁전까지)매번 보는 곳 마다 뮌헨의 공원 기록이 경신되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어 사람들 삶을 그 속으로 잘 이끌어 놨는지, 그저 부럽고 놀라웠다. 자연, 숲에서 나온 인간들은 늘 그곳을 그리워하며 찾는 마음이 현재를 지탱해 주는 힘이기도 하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인간은 외롭고 불안하다. 아무리 자기만의 성을 쌓아 아늑하고 배불러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은 어쩌면 기이하고도 원초적이다. 창가에 놓인 화분 하나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 마음의 근원을 잘 보살피는 사회, 건강한 사회라는 걸 이곳의 공원들을 걸으며 생각한다.


매우 화창한 날씨가 함께 했던 대낮의 궁전은, 주변에서 들렸던 일본 젊은이 두 명의 "스고이네!" 소리가 정확하다. 인사말 말고 유일하게 알아듣는 일본말 '스고이네!'는 '굉장하다'는 뜻.

서양 동화에 나오는 궁전과 백조는 사실이었다. 여기 백조가 숲으로도 날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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