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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 May 13. 2020

하얀 내음과 초록을 모을 때

             5월엔

                    - 이원수 -


바람에 보리피리 냄새가 난다

약수터 젖은 이끼 냄새가 난다

소다수 마시는 냄새가 난다


공중에 연둣빛 바람이 분다

새들이 바람처럼 날려 다닌다

햇빛이 초록으로 물을 들인다


날마다 키 자라는 꿈을 꾼다

걸어가도 깡충깡충 춤이 된다

동무들이 죄다 예뻐 보인다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이 흔한 말도 사는 환경을 바꾸고 나니 새롭다. 덕소에서 두 번째로 맞은 봄, 주변이 제법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제일 많이 보이는 곳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네 앞산. 점점 초록으로 물들고 있는 5월이다.


흐린 날, 산은 더 향기롭다.

산 입구 약수터 앞에 서면 저절로 코가 흠흠거려지고 사그락사그락 누에가 뽕잎 먹는 소리?

이맘때쯤 온산에 BG로 깔려있는 꽃내음과 배고픈 애벌레들 잔치 소리다. 나무 계단을 올라 산 능선에 서면, 어! 이건 아카시아 꽃이 아닌데...

쪽동백나무 꽃이다. 이름처럼 열매 기름은 옛 여인들의 필수품 동백기름을 대신할 수 있다. 때죽나무과.

코를 갖다 대니 아카시아 향 못지않다. 남쪽 지방 야산에선 보지 못한 것 같아 자꾸 주위를 맴돌게 된다. 때죽나무랑 형제라는데 훨씬 잎이 크고 꽃은 탐스럽다. 멀리서 보면 흡사 아카시아 꽃 같기도 하고.


드디어 만났다! 작년 산길을 하얗게 수놓은 꽃잎을 보고 위를 올려다보니 이곳이 아카시아 나무 군락지였다. 못내 아쉬워 일 년을 꼬박 기다렸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5월이 여왕이 될 수 있는 건 수수한 듯 화려한 아카시아 꽃이 뿜어내는 그윽한 향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라고 아무나 잡고 말하고 싶다.


키 큰 나무 밑 그늘진 곳에서 자라는 국수나무다. 줄기껍질을 벗기면 하얀 국수가락 같다고. 국수나무 자라는 곳은 친환경이라고 팻말 세운 거나 마찬가지랬다. 작은 꽃들이 앙증맞다.


때죽나무 너, 반갑구나. 쪽동백나무랑 형제라고? 근사한 동생을 두었네.



5월은 초록과 하얀 꽃들의 향연이다.

온 감각으로 모으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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