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대 지역경찰 1화
“...쏟아진다!!!”
“쏟아진다니까요!!!”
“왜요. 뭐라고요???”“
”똥 쏟아진다고!!“
이 대화는 코미디의 대본이 아니다. 파출소로 발령 받은 지 한 달 된 경찰관과 주민 간의 대화다.
발령 한 달째.
이곳은 시골 동네라 그런지 대부분의 신고는 교통사고 신고가 주를 이룬다. 사고 자체도 도로 자체는 좁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경미한 차대 차 간에 접촉사고가 8할이다. 물론 그마저도 출동하고 보면 “보험처리 할 건데 혹시 몰라서요”라며 보험차 오기 전까지 서 있어만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다.
“딩동댕동~ 코드2 교통혼잡 신고입니다”
아무 생각 없던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점심시간이 되기 직전 신고 음이 파출소에 울린다. 모니터 화면에는 ‘교통 혼잡’이라는 네 글자만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
‘혼잡’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사람이 다쳤다는 문구가 없는 것으로 보아 크게 걱정하지 아니하고 출동하였다. 도로에는 커다란 트랙터가 컨테이너 반만 한 철제상자가 반쯤 기울어진 채, 2차선 한쪽을 완전히 막아서고 있었다.
“아이고 흙을 잔뜩 실었네. 이주임 일단 도로 통제부터 해”
“알겠습니다. 팀장님 경광봉이…. 아…….”
팀장님에 말을 듣고 재빨리 나가려는 순간 나는 헛구역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구릿한 냄새를 넘어 코를 뚫는 냄새. 그렇다. 트랙터가 싣고 있던 것의 정체는 곱디고운 흙이 아니라, 옥수수밭에다 뿌릴 어마어마한 양의 비료 즉 ‘똥’이었다.
그제야 주변 시민들이 입을 가린 채 멀찍이서 사고 현장을 보고 있는 이유를 알았다.
“워낙 무거워서 지게차가 와서 들어줘야 움직여요. 좀만 기다리세요”
트랙터 주인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도로 한쪽은 막아서고 한쪽을 보낸 지 30여 분. 우회도로가 없는 2차선인지라, 몇몇 운전자는 클랙슨을 쉴 새 없이 눌러대고는 내 옆으로 서행하며 불만을 표시하려고 했다.
“아니 이 시간에 여길 이렇게 막으면…….”
그러나 주민들은 창문을 내리자마자 풍기는 지독한 냄새를 맡고는 곧바로 창문을 올려버렸다. 그들은 안타까움과 매스꺼움이 뒤섞인 얼굴로 나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사람이 5분마다 한 명씩이었으나 누구 하나 끝까지 창문을 내리고 말을 마친 이는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아주 느린 속도의 지게차 한 대가 천천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비료가 담긴 철제상자를 들어 올리고는 트랙터와 함께 내가 있는 밭쪽으로 다가왔다.
멀리서 맡았을 때도 고약한데 바로 옆에서 한참을 맡으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바로 도로에 접한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이 마스크를 건네주어서 다행이지, 맨 코로 겪기에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우측 밭으로 완전히 돌아서기만 하면 이 일도 끝처럼 보였다.
그러나. 신은 나에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이어주었다.
“...쏟아진다!!!”
교통을 통제하는 나를 향해 주민분이 소리쳤을 때. 나는 어느 차량부터 통행을 막고 반대 방향을 뚫어줘야 하는지 양해를 구하느라 호루라기를 연신 누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주머니의 외침을 단순히 소음 정도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쏟아진다니까요!!!”
“왜요. 뭐라고요???”“
”똥 쏟아진다고!!“
뒤를 돌아서자 지게차가 받쳐진 철제상자는 기우뚱 한 채로 서서히 무너지는 피사의 사탑처럼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덤프트럭의 가득 채워진 비료들이 바닥에 쏟아진다면 경찰은 무엇을 해야 할까? 혹여 철제상자를 팀장님과 뛰어가 손으로 막았다면 멈출 수 있었을까?
몇 초의 영원함과 아주머니의 괴성이 뒤섞인 채. 한쪽 바퀴가 빠진 비료 상자는 느린 동작으로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도로에 쏟아져버렸다.
그때 만큼은 도로 통제고 뭐고 그냥 순찰차를 타고 사라져버리고 싶었다. 새로 보급받은 구두끈 위까지 가득 찬 똥들 덕에 코를 찌르다 못해 뭉개는 듯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때만큼은 경찰임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욕설이 나오려 했다. 괜히 수사과는 나와서 한 달도 안 되어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온갖 짜증이 뒤섞여 고함을 질렀다. 얼마나 주민들이 보건 말건 똥들을 발로 차버리며 성질을 냈을까, 한참 뒤에서야 마스크를 주었던 도로에 접한 집과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나야 도로만 통제하다 이동하면 그만이지만, 도로 옆에 거주하는 이 아주머니는 집 앞에 지금 똥이 쏟아진 게 아닌가?
그 생각에. 나는 연신 호루라기를 눌러대며 모든 차량을 멈추고는 재빨리 넘어진 철제상자로 뛰어갔다. 다행히 지게차 운행자분이 전문가신지 곧바로 다른 근로자분들과 누워진 비료 상자를 일사불란하게 다시 들어 올렸다. 비료 상자는 몇 분 만에 도로 옆 옥수수 농토로 완전히 사라졌다.
상황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덧 아주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천천히 도로를 쓸었다. 흰머리가 무성한 그녀는 연신 우리에게 고생했다며 인사와 빗질을 반복했다.
똥냄새야 씻고 나면 그뿐인 것을. 왜 그리도 예민하고 짜증이 났는지 부끄러웠다. 오히려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힘드시죠. 저는 오늘 복권 한 장 사야겠습니다.”라는 간단한 위트로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은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이런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처하고 최대한 시민들이 불편 없게 돕는 것이 내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 또 천연 똥 상자가 도로에 흩뿌려지지 않기를 정말 간곡히 바란다. 내가 가고 없어도 후임에게 이 일 만큼은 안 일어나기를 정말 바란다.
다만 그런 일이 있더라도 다음부터는 마스크를 준 시민에게는 감사함을, 불가피하게 사고가 터진 시민에게는 괜찮다는 말을 먼저 해야겠다. 그러한 다짐을 경찰 노트에 적으며 작은 시골 동네에 해프닝에서 깨달음을 얻어가 본다.
---아, 그래도 똥 벼락은 제발…….
tip
– 지구대⦁파출소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호루라기는 부는 것이 아니라, 누르는 신형 호루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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