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봄 끝자락의 비발디

by 푸르름


추천곡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사계 중 no.1 봄



봄 하면 떠오르는 곡은 무엇일까??

봄만 되면 울려 퍼지는 벚꽃엔딩일까?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알고 있는 고향의 봄일까?

무수히 많은 곡들이 있지만 클래식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단연코 맨 위에 두고 싶다.


이곡은 학창 시절에 무수히 듣던곡이자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계 이외의 비발디 곡은 알지 못한다. 그는 누구일까?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사계'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 1678~1741)는 태생부터 수수께끼에 싸인 인물이었다.


그의 생일은 현재 3월로 알려져 있는데, 세례증명서에는 5월로 기록되고 있다.


아마 3월생인 것은 비발디가 15세 때 수도원에 들어가 1703년 3월 25세 되던 해에 사제 서품을 받은 기록에 비춘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례 증명서상 월이 다른 이유는? 400여 년 전의 일이라 잘 알 수 없으나 현대에는, 베네치아의 강진 때문이란 설과 천식과 같은 병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란 설로 나뉘고 있다.


탄생마저 애매모호한 그는 죽음마저 애매모호하다.


한 때 잘 나가는 협주곡 작곡가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으나, 그는 무절제한 낭비벽으로 인해 말면에는 가난에 찌든 삶을 살게 된다.


1730년대 이후 별다른 행적이 없던 그는 전 유럽에 알려져 있던 비발디란 이름은 뚜렷한 행적도 없이 차디찬 빈에서 극빈자로서 객사하고 만다.


그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질병이 내장 염증, 종양이나 괴질 등으로 다양하게 제기되었으나, 당시 객사한 그는 병원용 묘지에 매장되었다 그마저도 이장 과정에서 잊혀버렸다.

그렇다면 그의 전성기는 어떠하였을까?




사제 서품을 받아 '붉은 머리의 사제'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그는 1년간은 미사를 올렸지만 미사 집전 중 떠오르는 악상을 기록하기 위해 제단을 떠나는 어이없는 일 벌였고, 종교재판소로부터 '음악가는 머리가 좀 이상해서 어쩔 수 일이라 판단된다'라는 단서와 함께 성무(聖務) 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그 후 25년간 선천성 천식으로 인해 미사 집전을 안 하고 면제받는 대신, 여아 보육원 '피에타'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고 '마에스트로 디 비올리'로 임명되며 천재적 음악성을 인정받는다.

만능 다작가인 비발디가 일생 동안 만든 작품 대부분이 협주곡과 독주 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만들었다. 많은 곡이 피에타 시절에 원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위해 만들었다 한다.

비발디는 1711년 첫 번째 협주곡집인 '조화의 영감 OP.3을 출판한 이후 750에서 760여 곡의 어마어마한 곡을 써왔다.


또한 오페라 작곡의 대가로서 현재 전해지는 것은 51개로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기록상 전 유럽에서 공연할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렇게 수많은 곡을 남겼지만 바흐가 그의 곡을 편집한 뒤에야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 양식을 정립하였다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일생을 수수께끼와도 같은 베일에 싸인 삶을 살다 갔고, 바흐의 편곡 전까진 서양음악사에서 존재조차 사라졌던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해지는 곡조차 자가 복제에 불과한 곡이라 폄훼를 받으며, 그나마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곡은 사계뿐이다.


그는 1717년 경 대표작 '사계'를 포함한 총 12개의 협주곡을 묶어 '화성과 창의에 대한 시도 Op.8'을 발표하며 이를 벤 체슬라우 백작에게 헌정했다.


이 사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각기 풍경과 정서를 표현한 단시(Sonnet)가 붙여져 있는데, 비발디가 썼다고 추정되며 단시를 통하여 사계는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어 귀를 즐겁게 한다.


각 계절별 악장을 묘사하는 14 행시를 살펴보면


'봄' E장조

1악장 - 봄이 왔다. 새들은 행복에 겨워 즐거움의 노래를 봄에게 전하며 샘물도 산들바람에 소삭이며 흘러간다. 갑자기 하늘 한쪽에 어두운 구름이 몰려오고 천둥과 번개가 밀어닥친다. 폭풍우가 지나가고 다시금 새들이 노래를 지저귄다.

2악장 - 꽃이 만발한 초원에는 나무 잎사귀가 속삭이고 양치기는 개에게 양 떼를 맡기고 달콤한 깊은 잠에 빠져든다.

3악장 - 목동의 피리 소리에 맞춰 요정과 양치기들은 눈부시게 빛나는 보금자리에서 춤을 춘다.


'여름' G단조

1악장 - 찌는 듯한 여름 햇살 속에서 모든 생명이 지쳐있다. 뻐꾸기가 소리에 맞춰 방울새와 산비둘기가 지저귄다.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다 북풍이 산들바람을 덮치고 양치기는 갑작스러운 폭풍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린다.

2악장 - 천둥 번개에 놀란 양치는 파리와 호박벌에 시달려 편안하지 않다.

3악장 - 천둥과 번개와 우박이 잘 여문 곡물의 이삭을 상처 입게 한다.


'가을' F장조

1악장 - 마을 사람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수확의 기쁨을 만끽한다. 바쿠스의 술에 취해 모두 깊이 잠이 든다.

2악장 - 평온한 공기의 온화함 속에 모두 춤추고 노래하기를 멈춘다. 계절이 사람들을 깊은 잠으로 이끈다.

3악장 - 사냥꾼들이 새벽에 총을 들고 개와 함께 집을 나선다. 짐승들은 달아나고 그들을 쫓는다. 짐승들은 상처 입고 떨며 도망치다 힘을 잃고 죽고 만다.


'겨울' F단조

1악장 - 눈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바람이 휘몰아치고 사람이 걸어간다.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추위에 몸이 얼어붙었다.

2악장 - 난로가에 앉아 안락한 시간을 보낸다. 밖에는 비가 대지를 적신다.

3악장 - 얼음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느리 적 거리며 걷는다. 급하게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져도 일어나서 힘차게 달린다. 밖으로 뛰쳐나가 겨울바람이 싸우는 것에 귀 기울인다. 겨울은 역시 즐겁다.


등이 있다. 비록 사계뿐만이 비발디의 명성을 지탱할 유일한 곡이라 하더라도 단시를 알고 다시 한번 사계를 듣다 보면 '사계'라는 한 곡 만으로도 바흐가 왜 그룰 사랑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단순히 지금이 봄이라서가 아니라 추천곡을 사계 중에서도 봄으로 꼽은 이유를 말하고자 한다.


많은 영화사에서는 이러한 단시에 스토리를 맞추기라도 하는 듯 사계를 도입하여 왔다.


여름 3악장은 천둥처럼 암살자들을 제거하며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존 윅 2'에서 사용되었고,


겨울 1악장은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결국 추위에 정신이 얼어붙어 죽어버리는 '올드보이'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이란 영화에서 나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배경음악으로 쓰고 싶다. 다른 계절과 달리 시종일관 모든 악장이 해피엔딩인 곡이 봄이 유일한만큼,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나는 봄을 틀고 싶다.


한쪽에서 어둡고 천둥이 몰아쳐도 이 폭풍우는 금세 지나갈 것이라 믿으며 다시 새들이 지저귀는 현실이 오기를 꿈꾼다.


영화의 스토리들이 사계의 단시를 따라 결말을 써내려 갔듯 우리의 현실도 사계의 봄의 단시처럼 노래하고 단잠에 빠져들 수 있는 미래가 다시 오길 바란다.


그것이 단순하면서도 많이 들어 보았지만 사계 중 봄을 독자분들께 추천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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