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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르름 Jun 26. 2022

당신의 등장 음악은 무엇인가요

기념일과 클래식(16) - 대통령 취임식


추천곡 :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


2022년. 90년대 생의 기억 속에만 머물렀던 포켓만 빵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과거 포켓몬 스티커를 모아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것이 유행하곤 했는데, 20년이 지나서 그러한 열풍이 또다시 분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흥미가 생겨 유튜브로 영상을 봤지만 이제는 대화와 내용이 모두 어색할 만큼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과 다른 영상미에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단 하나. 로켓단의 등장과 대사만은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으로 따라 하며 흥얼거렸다.

 

로켓단은 등장 시 ‘~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멘트와 함께 특유의 등장 BGM을 들려주며 나타난다. 당시 이 부분이  어찌나 뇌리에 박혔는지 나중에는 스토리보다도 언제 로켓단 음악이 들릴까 기다리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0년이 지난 뒤에도 bgm 하나로 대사와 기억 스토리까지 모두 떠올릴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음악의 힘이었다.


 

이처럼 등장 음악은 특정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어 등장인물을 몇 초만으로 수십 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마법 같은 주문이다. 특히 미국 프로레슬링에서는 해당 BGM만으로도 어떤 캐릭터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등장하는지 추측이 가능하며, 해당 인물의 모습이 보이기도 전에 사람들은 미친듯한 환호성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만큼 누군가의 등장 음악은  짧으면서도 강렬해야 하고, 등장인물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인물의 중요한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행사에서 기본적으로 귀빈이 등장할 때나 퇴장할 때 등장음악에 크나큰 신경을 쓴다. 특히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첫 등장 음악은 나라가 존치하는 한 역사에 계속 기록되기에 이는 중대한 의전이기도 하다.

 

 

 

미국은 취임식에 대통령 입장할 때 주로 재임스 샌더슨이 1812년에 발표한 ‘hail to the chief’를 연주한다. 해당 곡은 미국 대통령 입장 전용 테마곡으로 1954년부터 정식으로 쓰여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시에도 사용한 곡이다. 미국은 대통령 등장 시 특정 곡이 지정되었기에 취임식 등장음악에 정부의 메시지가 담기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첫 등장곡이 통일되었기에 대통령의 당적이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하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고 생각한다. 자치정부의 색깔이 매우 강한 미국이기에 훌륭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취임식 등장곡은 어떤 곡이 쓰일까? 아쉽게도 2017년 이전까지는 대통령이 등장 음악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는 대통령 공식 행사에서 경례를 받을 때만큼은 예우 곡인 ‘봉황(대통령에 대한 경례)’을 사용한다. ‘봉황’은 ‘국기에 대한 경례’를 작곡한 이교숙 작곡가가 만든 곡으로 어느 대통령의 행사건 빠지지 않는 곡이다.

 

통일된 등장 음악이 존재하지 않기에, 우리나라는 취임식 당시 대통령 등장음악에 현 정부의 슬로건을 담기도 한다. 최근 생중계된 3명의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 각각 취임식 당시 차에서 내릴 때 대통령들 특유의 음악을 사용하여 왔다.


 

18 취임식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차에서 내려 입장할 때에는 홍연택  버전의 ‘희망의 나라로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대통령 취임식 생중계 - YouTube, 1:30:03부터). '희망의 나라로'라는 제목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 슬로건 " 희망의 새시대를 열겠습니다"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다. 해당 곡자체는 1931 현제명이 작곡한 으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취임선서  4명의 테너에 의하여 여의도에서 울려 퍼진 곡이기도 하다.


 

19 취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취임식을 진행하였다. 당시 대통령이 등장하자 단순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곧바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위풍당당 행진곡의 후반 부분이 연주되었다(문재인 대한민국  19 대통령 취임|특집 SBS 뉴스 - YouTube 7:02:06부터). '위풍 당당 행진곡'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당시에도 대통령이 퇴장할  서울시립교향악단에 의하여 ‘방아령 타령 함께 4 8 명의 기립박수 속에서 울려 퍼진 곡이다.

 

재밌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 이후에는, 김형석 작가가 2017 문재인 대통령에게 헌정한 전용 입장곡.  'mr. president'라는 곡을 사용하였다. 필자 역시 올해 임용식  해당 곡을 처음 들었는데, 그동안 귀빈 입장 곡과 전혀 다른 멜로디에 ‘외국의 곡을 틀지?’라며 착각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해당 특정 대통령을 위해 헌정된 만큼 앞으로도 공식적으로 쓰일지는 불분명하다.


 

얼마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20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특이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당시 연주되었던 위풍당당 행진곡의 후반 부분이 그대로 연주되었다. 현충원 참배 직후 행사장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은  곡을 들으며 국회의사당 정문으로 입장하였다([풀영상] 20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 국회의사당, 4만여  참석 / 2022 5 10() 09:00~ KBS - YouTube 1:55:18).

 

위풍당당 행진곡은 에드워드 엘가가 1901 작곡한 곡으로, 문재인윤석열  대통령 등장  연주된 부분은 이중에서도 트리오 부분이다. 해당 트리오 부분은 ‘Land of Hope and Glory’ 별개의 명칭으로 영국에서 2 애국가로 불릴 만큼 사랑받는 곡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스포츠나 축제, 졸업식 등에서 애용하는 곡이며 최근에는 영화 ‘킹스맨에서 사용되어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흔히 해당 곡은 작곡가인 엘가가 “왕실 의전용 혹은 보수당 행사에서만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겨 보수당의 윤석열 대통령 등장 음악으로 연주된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설명하였듯 해당 곡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도 등장음악으로 사용된 바 있다.

 

아마 현직 대통령들께서 정치적 의미보다는 의 가사인 “ 같이 나가자 내일의 희망 안고, 아름다운 세상 향하여”(두산동아, 중학교 음악 교과서 가사)라는 희망찬 내일을 향한 슬로건에 방점을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20 취임식 슬로건 역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이다

 

이처럼 등장음악은 인물을 단시간에 함축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강렬한 매개체이다. 각 대통령들은 전하고 싶은 슬로건에 맞추어 등장음악으로 각자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주었다. 오늘 하루, 우리도 역대 대통령들처럼 우리만의 등장 음악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각 대통령들이 등장 음악으로 새 정부를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듯 우리만의 등장음악이 있다면 하루를 굳건하게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단순히 포켓몬스터의 로켓단 BGM처럼 지금 우리의 모습이 각인된 등장음악 하나 즈음 가져본다면 삶이 조금은 흥미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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