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곳

by 쑤라이언

오랜만에 엄마와 손을 잡고 목욕탕을 갔다. 이미 목욕탕을 가는 그 순간부터 티격태격이었다. 고작 목욕탕을 가는데 우리 모녀는 그렇게 다투곤 했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공용공간이고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공용공간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목욕탕의 그 시끄러움이 싫었고, 부끄러움 없이 옷을 다 벗고 남들과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물론 그렇다고 누가 밖에 나가서 나에 대해 이야기할 것도 아니고, 빤히 쳐다보면서 비웃을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떳떳하게 다닐 만큼 자랑스러운 곳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는 중학교때 했던 맹장수술로 몸에 흉터가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주 목욕을 가기 위해서 엄마랑 실랑이를 벌여야 했고, 결국 목욕탕을 가곤 했지만 갈 때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랑 수영장에 온 것 마냥 재미가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치라는 감정이 같이 크면서 재미보다는 부끄러움이 더 앞섰다. 옷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아무도 쳐다보지 않지만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 뜨거운 물은 더더욱 싫었다. 왜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어른들이 시원하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앉아서 엄마등을 밀어주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그냥 다 싫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목욕이라는 것에는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샤워보다는 목욕이지 라는 표어로 집에서 욕조 목욕을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목욕탕은 불편하다. 본가에 가면 항상 엄마와 목욕탕을 가게 된다. 그게 뭐랄까 작은 효도의 하나라고 해야 하나? 마음은 편히 가자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너무 싫은 행위 중 하나이다. 오늘도 나는 엄마와 목욕을 가면서 왜 수건을 하나만 가져오느냐, 때밀이는 챙겼느냐 이런 사소한 일들도 엄마랑 티켝태격이었다. 그렇게 목욕탕에 도착했고, 오늘은 조용히 엄마 등을 밀고 빨리 나와야겠다. 다짐을 하고서 결연하게 목욕탕으로 들어갔지만 역시나 목욕탕에 와있는 어르신들의 시끄러운 수다와, 세신사들의 알 수 없는 텃세들. 그리고 목욕탕만의 온갖 냄새들에 내 인상은 징그러워졌다.


목욕탕에 오면 옷을 벗고,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예의도 벗어버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뭔가 좀 더 목소리가 커지고, 더 무례해지는 것 같다. 같은 탕과 사우나에 있으면서 남의 집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은데 목욕탕에 있으면 그 집 사정을 낱낱이 알게 된다. 그리고 어디 자리 맡아놓은 곳이 있는 곳도 아닌데 세신사나 뭔가 오랫동안 자주 오는 손님들의 공간을 침해했을 성싶으면 비켜라는 말을 듣곤 한다. 어디 그뿐인가,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인지 요구르트나 우유등으로 마사지를 한다고 몸에 바르고 나면 그 냄새는 어찌할 것인가. 오늘은 어디서 담배를 피운 건지, 아니면 향을 피운 건지, 쾌쾌한 연기냄새도 맡았다. 목욕을 하고 나서 드라이를 할까 싶으면 드라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한편을 차지하는 사람들 탓에 드라이도 편히 사용하기 쉽지 않다.


옷을 입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가지고 서로를 바라보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목욕탕에서는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욕탕이 싫다. 짜증 난다고 엄마에게 큰소리로 말하는 나 또한 예의 없는 사람의 하나겠지. 뭔가 그 알 수 없는 목욕탕의 힘에 깜짝깜짝 놀라면서 거부감이 들곤 한다. 목욕은 좋아한다. 좁은 집에 욕조를 구비해 놓고 욕조에서 목욕을 할 만큼. 하지만 그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의 시끄러움과 무례함은 정말이지 너무 불쾌하다.


작은 동네 목욕탕은 또 하나의 동네 집합소이다. 그래서 많은 동네분들이 와서 수다도 떨고, 사교모임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집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머님들이 목욕탕에 와서 커피도 마시고 목욕도 하면서 수다도 떨고, 밖에서 커피 마시면서 커피타임을 가지는 것과 비슷한 것이겠지. 사실 그 행위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꽤나 많은 불쾌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반가운 장소는 아니다.


목욕탕이 아무것도 입지 않으면서 무례함도 벗는다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남들에게는 오히려 아무것도 입지 않으므로써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내려놓은 자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나에게 불쾌함을 주는 이 공간이 누군가에는 편함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실제 우리 엄마만 해도 목욕탕에 가면 편안하다고 했다. 목욕탕에 가서 온갖 긴장으로 뭉친 근육도 풀고, 목욕탕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고 했다. 비단 누군가와 수다를 떨기 이전에 그 목욕탕이라는 곳에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더불어 때를 밀고 나면 뭔가 묵은 것을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 나처럼 불쾌함만 있다면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목욕탕이라는 곳이 성횡할 리는 없겠지. 오히려 대중목욕탕이 왜 사라지냐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니 말이다. 참 묘한 곳이다. 목욕탕은. 수치심을 느끼는 한 공간이자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게. 그 한 공간을 우리 모녀가 바라보는 것처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예시를 목욕탕으로 들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와 커피숍 이 모든 곳들이 다 다르게 보이는 거겠지.


오늘도 여전히 불쾌함을 느끼고 돌아왔지만, 엄마는 나와 함께 목욕을 가서 등을 밀고 왔다는 행복함에 저기 한편에서 행복한 미소로 머리를 말리고 있다. 다시 갈 거냐라고 하면 또 고민할 곳이지만 엄마가 웃는 걸 보면, 엄마가 거기서 행복하다고 하면 또 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는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예의도 버린 곳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긴장감도 없고, 피로도 없는 곳이니까. 정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런 공간이다. 목욕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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