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직.
운이라는 걸 뭘까? 사실 운!이라고 하면 좋은 운, 행운, 복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나쁜 운에도 우리는 악운이라고 운이라는 말을 붙인다. 악운을 바라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들은 결과론적으로 나쁜 운이 반복되면 악운이다라고 한다. 그러면 이 운이라는 건 정말 뭘까. 뭐길래 이토록 나는 운을 원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 운이라는 것도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타인이 보면 어쩌면 나도 운이 많은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나의 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틀림없다. 왜 자꾸 운이 내게 오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일까? 어렵게 견디고 있는 많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아직 내게는 좋은 운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때문이지 않을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있다는 건 또 다른 의미로 좋은 운인건 아닐까?라고 생각해 보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을 당했고, 이유도 모른 채 사기를 당했다.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나 너 고소할 거야, 그랬더니 그가 비웃음 섞인 표정으로 무슨 이유로 고소할 건데?라고 쳐다봤었다. 잊히지 않는 그 표정.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준비가 되면 적어도 인간적인 도리는 하지 않을까 믿는다는 게 정말 어리 석어 빠졌다. 그로 인해 나는 회생을 신청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3년이라는 시간을 버리고 있다. 매달 행복하게 월급을 모으고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하는 나는, 매달 이 돈을 내지 않으면 또다시 빚을 독촉받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회사에서는 내 잘못이 아님에도 고소를 당했고, 밑도 끝도 없는 모함에 나만 피해를 입고 나만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 가해자는 너 죄 없었으면 되지 않냐? 는 태도로 일은 일이고 개인적인 일은 개인적인 일이라는 개소리로 나를 압박하고, 그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된 거 아니냐, 나이 먹은 네가 이해해라 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로 또 다른 괴롭힘을 주고 있는 상사.
본인이 필요할 때만 찾는 전남자친구. 별 피해받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지 필요할 때만 찾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손해 보는 게 있다는 걸 또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내게 좋은 운이라는 게 있을까? 좋은 미래운과 좋은 애정운, 그리고 좋은 회사운 이런 것들이 있는 걸까? 누군가 말했다. 버티고 버티면 결국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언젠가. 그 언젠가 뒤돌아보면 그땐 그랬었지.라고 그럴 거라고. 그런데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하는 거지?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그 운을 생각하면서 언젠가 올 그 운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버티는데 지금 당장이 힘이 들면 어떻게 하는 걸까?
버틸 수 있는 것도 운인 걸까? 버틸 수도 없어서 지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운 좋은 줄 알라고 하면 나는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좋은 운이 오길 바라는 것이 너무 과한 것일까?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로또 운은 아니어도 이 모든 나쁜 일들을 덮을 수 있는 운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 이기적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좋은 운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무슨 잘못이랴.
그 사람이 다시 와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사람을 향한 상처가 아물게. 회사에서 편안하게 웃고 싶다. 날 향해 누군가와 트러블로 고소당한 사람이라는 쑥덕거림을 듣지 않게. 그리고 나와 함께 말해던 사람들이 혼자 짊어져줘서 고맙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전 남자 친구는 고맙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런 운이 내게 왔으면 좋겠다. 모든 걸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짊어지려고 하는 이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좀 벅차다. 내가 왜 어렵게 좋은 회사에 들어왔는데, 내가 왜 힘들게 돈을 벌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건가.
적어도 돈을 갚을 여유는 줘야 하지 않나. 적어도 마음이 외롭지 않게 좋은 친구정도는 하나 남겨줘야 하지 않나. 적어도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제대로 된 연인은 한번 있어도 되지 않나. 많이 바라는 걸까? 제일 큰 금전적인 부분이 여유가 있어질 때면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다. 그러면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삶을 준비해야 할지 너무 막막하다. 그렇다고 이런 금전적인 부분을 오픈하고 연인을 만날 염치는 나에게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중요한 금전적인 부분에 여유가 생겨서 누군가를 만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
나비효과처럼 연쇄적으로 원하지 않는 결과들이 생각되고 또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다 보니, 운을 기다리게 된다. 이런 현실적인 결과들을 이겨낼 그런 운을 나는 기다린다. 뭐라도 해보겠다고 계속 어학공부도 하려고 하고 있고, 배우는 것도 멈추지 않고, 운동도 머라도 하나 더 배우려고 하고 있다. 여행도 어떻게든 돈 쪼개서 다녀보려고 한다. 이런 어려운 모습이 남들에게 보이지 않게. 그리고 내가 나를 더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게.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뭐가 크게 바뀌는 건 당연히 없다. 부디 내게도 좋은 운이 오길 바란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조금은 운 좋은 결과를 바라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