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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에필로그. 휴직 중인 공노비를 만나다

by 회색토끼

찬란했고, 찬란하고, 찬란할 거라고 다짐했던 김토끼. 휴직하고 그녀의 삶은 나아졌을까.


2025년 5월 깡총깡총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 필명은 '회색토끼'. 사회 생활로 때가 타서 하얀 토끼가 회색 빛깔 토끼가 되었다고.

망나뇽 사진을 걸고 '나의 소란한 육아일기'를 연재하다가 갑자기 떠오른 영감으로 연재하게 된 '저는 이만 퇴사하고 싶습니다(이하 퇴사일기)'. 이게 웬걸. 첫회부터 조회수 잭팟이 터지면서 다음 포털 메인에도 게재되고 브런치 작가 승인 101일만에 에세이 크리에이터 배지를 받았다. 그리고 장장 5개월 간의 대장정 끝에 문제작 '퇴사일기'도 완결을 맞이했다.


육아 중이기 때문인지 그녀와의 인터뷰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기적적으로 일정을 맞춰 집 앞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뷰 내내 그녀는 어쩐지 조금 더 꼬질해보였는데, 한번 귀기울여보자.



Q. 휴직 후 삶이 나아졌는지?

김토끼: ...


Q: 왜 대답을 선뜻 못하는지?

김토끼: 음... 저희 집에 제가 모시는 새로운 전하가 생겼는데...까탈스럽네요. 회사는 지옥이었는데 여기는 생지옥...?


어쩐지 그녀가 곧 울 것 같아 다른 질문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Q. 최근에 완결을 냈다. 소감은?

김토끼: 너무...울컥했어요. 제가 절필한 게 2011년이었는데 14년만에 어떤 글을 완결낸 것이라서요. 아쉽게도 30화는 못 채웠지만 제가 의도한 대로 떡밥 회수도 다 하고 1화와의 수미상관을 고려한 마지막화도 잘 끝낸 것 같아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합니다.


Q. ‘퇴사일기’는 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MSG인가?

김토끼: 첫 설명에 나와있듯 인물, 지명 등 고유명사를 제외하고는 100% 실화입니다. 다만 제가 겪은 게 99%, 1%정도는 제 동료가 겪었던 일을 가져온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소설적 장치라기보다는 김토끼가 저라는 페르소나이면서도 더 나아가 공무원으로 일하는 모든 분들이 다 김토끼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 위함이었습니다.


Q. 그러면 노인정 할아버지 이야기도 실화란 말인가?

김토끼: 좀 씁쓸하지만 정말 실화입니다. 제가 담당했던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담당자인 저는 개꿀이었지만...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Q. 조심스럽긴한데, 행정심판 에피소드에서 팀장님이 정말로 블루투스 마이크를 챙겨온 게 맞는지?

김토끼: 맞습니다. 이거 너무 소설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순도 100% 실화입니다. 행정심판 끝나고 저도 기념으로 블루투스 마이크 샀습니다. 신세계던데요.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노래 잘 불렀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잘해주신 분이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기를.


Q. 등장인물들이 모두 동물이다. 캐릭터들도 실존 인물인지?

김토끼: 실존 인물이에요. 다만 너무 특정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2명의 인물이 가진 특성을 1명에게 몰아준다든지 하는 식 정도의 변주를 주긴 했습니다. 김토끼의 에세이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 한 명의 개인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모든 공무원들을 위한 이야기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직장생활하다보면 한번쯤 마주칠만한 그런 사람들로 최대한 꾸려보았습니다.


Q. 아직도 퇴사가 꿈인가?

김토끼: ‘퇴사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것이 제가 참 20대 때, 30대 초반에 정말 열정적으로 살았구나, 였습니다. 내내 투덜투덜 불만만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떠올려서 적어 정리해보니 지금으로선 절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해왔던 제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퇴사(의원면직)를 하고 싶습니다. 시즌3 격인 본청 편에서 사람들에게 겪었던 그...고립감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거든요. 사람들이 무서워요. 제게 웃으면서 다가와도 등 뒤에 칼을 품고 있을 것만 같아요.


Q. 작가로서의 길을 준비중인 것 같은데...근황은?

김토끼: 일단 브런치에서 활동한 게 이제 반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여기서 훌륭하고 좋은 작가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고, 제가 쓰고 싶은 걸 맘껏 쓸 수 있어서 좋았지만 출판 제의는 안 들어오더라고요. 그냥 아직 부족한 원고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각종 공모전에 나가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글로소득은 없습니다. 그냥 저는 글쓰는 거 자체를 좋아하는 거지 어떤 소질은 없는 게 아닐까...요?


Q.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지?

김토끼: 일단은 산후우울증으로 진단받았지만 그동안의 누적된 우울이 터진 것 같아요. 말로만 나 우울증이야~~~하다가 진짜 겪어보니 무서웠습니다. 졸린데 잠이 안 오고 배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어요. 삶이 아무 의미 없는 느낌.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던 저를 발견한 독수리가 그길로 절 병원에 끌고 갔어요. 그렇게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약이 없으면 잘 자지 못해요. 언제쯤 전 단약할 수 있을까요? 쉽게 괜찮아지지 않네요.


Q. 차기작은 생각 중인지?

독수리와의 연애부터 결혼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소설을 쓰다보니 소설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매일매일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단 당분간 브런치 연재 자체는 좀 쉬어볼까합니다.


Q.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면?

아...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서요. (눈물)

제가 브런치하면서 좋아하는 작가님들 엄청 사생처럼 쫓아다니고 댓글달고 그러고 다녔는데 저를 귀찮게 여기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아주시고 귀여운 토끼녀석이라고 봐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글빵연구소 수업이랑 글쓰기 세미나에 소금쟁이처럼 참여했는데 좋은 가르침주신 미야 작가님 배대웅 작가님 감사합니다.

특히 제 보잘 것 없는 웹소설 매일매일 읽어주시는 Jin 작가님, 마음의온도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저의 롤모델이신 소위 김하진 작가님 연재도 하시고 너무너무 바쁘실텐데 틈틈이 응원와주셔서 감사했고, 초맹작가님 마지막에 응원금 플렉스 효과로 브런치 메인에도 떠보고 끝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녀의 어깨가 어쩐지 무거워보인다. 언젠가 그녀에게도 밝은 빛이 찬란하게 내리쬐기를.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하여 ↓

https://naver.me/Fr0JzFXi

마지막으로 많관부♥ 그녀가 예선통과할 수 있도록 별점+조회수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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