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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일 Feb 27. 2024

아직도 가장 아름다운 당신

영화 '송포유' 리뷰

20대 시절 음악다방에 앉아 있으면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곡 중 하나가
Charlie Rich의 'The Most Beautiful Girl' 인데 이 노래가 흐르며 영화는 시작된다.

‘만약 내 곁을 떠난 가장 아름다운 소녀를 보게 된다면,
내가 미안해한다고 그녀에게 전해주세요.
그녀를 필요로 한다고 말해주세요.
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시겠어요?’

이 가사처럼 영화 ‘송 포 유’는 오랜 세월 함께 한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영화다.

원곡은 젊은 시절 자신을 떠났던 소녀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는 가사지만 영화 속에서의 소녀는 평생을 남편 아서(테렌스 스탬프)의 사랑을 받으며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세월은 야속하게도 두 사람의 이별 시간이 가까웠음을 알게 한다.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이 암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은 동네 노인들로 구성된 연금술사 합창단(연금으로 술~술~ 사는 사람들이 결성한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것이다. 예전의 아름다웠던 미모도 사라졌고 몸은 로봇보다 더 굳었지만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섀도우 국제합창대회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 아서는 메리언이 노래하며 건강을 잃을까봐, 또 자신과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노래를 통해 행복을 누리고 있는 합창단원들이 별로 탐탁지 않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그는 연습시간 내에 묵묵히 밖에서 기다리며 남편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병세가 깊어져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는 메리언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아무런 말없이  왼손을 잡아주는 아서의 표정을 통해 사랑이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게 하는데 눈시울을 찡하게 한다.  요즘처럼 진실성이 결여된 채 “사랑해”를 남발하는 가식된 사랑보다 침묵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깊이는 그래서 감동이 있다.
아들이 아버지의 모습이 걱정 돼

“괜찮으세요?”

라고 물을 때 그는 짧게 말한다.

“네 엄마만 있다면…….”

아내가 떠나날 시간이 가까울수록 사랑은 영화의 첫 장면에 흐르던 찰리 리치의 노래처럼 미안해 하고, 아내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는 “사랑했다”로 끝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기에 새로운 사랑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가끔은 국보급 문화재 처럼 세월의 흔적을 이기고 감동으로 남는 사랑이 있다. 이 영화의 감동도 여기에 있다. 올해  82세인 테렌스 스탬프와 83세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는 마치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자연스럽다.  이들이 왜? 대 배우라는 찬사를 받는지 알게 한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대부분 성형을 했기에 외모로 나이를 아는 것은 불가사리에 가까울 수 있지만 세월의 풍화작용을 이겨낸 노배우들의 외모를 보며 존경심을 갖는 것은 그들을 통해 “인생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기 때문이다.


남편의 사랑 때문일까?

메리언은 퇴원을 하고 다시 합창단에 참여한다. 휠체어를 타고 온 그녀를 보고 노인들이 환호할 때 그녀는 개선장군처럼 당당히 이야기 한다.

“노래 교실에 계속 데려다 줄 거야,
투덜대지 않고 해준대”

드디어 지역대회 예선 날 메리언은 남편과 지역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True Colors’를 부른다. 매력적인 마녀 신디 로퍼가 불렀기에 젊은 시절 좋아했는데 메리언이 이곡을 부를 때 느껴지는 삶의 깊이가 있다.

‘슬픈 눈의 그대 움츠리지 말아요.
용기를 낸다는 거 어렵다는 거 알지만
때론 이 넓은 세상이 당신을 뒤흔들고
어둠속의 당신은 보잘 것 없어 보여도 당신 힘들면 싫어요.‘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남겨진 남편을 격려하며 영원히 사랑할 것을 고백하는 것 같다. 아서를 바라보며 노래하는 메리언의 눈가가 촉촉해 질 때 그 사랑의 깊이가 가슴으로 들어온다. 자신의 죽음보다 살아있을 남편을 더 걱정하는 사랑. 그 애틋한 부부애가 화면 가득히 전개되기에 노래는 사랑의 찬가로 바뀌고 만다. 남편 옆에서 잠자는 듯 숨을 거두는 메리언. 이때부터 화면은 살아남은 아서의 외로움과 아픔으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죽기 전 자신에게 간절히 부탁했던 메리언의 유언을 기억하고 아내를 대신해 합창대회에 도전한다.


황금이 변하지 않기에 귀한 것처럼 사랑도 오직 한 사람을 향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일생에 한번 찾아온 사랑이기에 소중하게 가꿔야 하고, 사랑은 상대방을 향한 자기희생으로 완성된다. 때로는 갈등이 있기도 고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사랑은 받아주는 것이 그 본질이다.

그러기에 성경은 사랑을 이렇게 정의한다.
‘사랑은 오래 참습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결코 시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자랑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교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마지막 정의를 ‘모든 것을 견딥니다.’ 라고 말한다. 사랑의 알파와 오메가는 ‘참고 견디는 것’이다. 소중한 깨달음이다.

또 하나 영화 속에 흐르는 Old Pop 을 중심으로 한 OST는 고전적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의 주제를 멋지게 뒷받침한다. 오프닝 곡으로 사용 되었던 Charlie Rich의 ‘The Most Beautiful Girl’, 스티비 원더의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신디 로퍼의 ‘True Colors’와 ‘아서’의 솔로 곡으로 사용된 빌리 조엘의 ‘Lullaby(Goodnight My Angel)’ 등을 통해 지나온 젊음과 사랑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 받기에 중장년층의 마음을 울게 한다. 마음이 건조하거나 누군가 미운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마음의 정화를 누릴 수 있다.   

배경 음악은 영화 송포유 중에서

Vanessa Redgrave의  / True Colors 입니다.


많이 들었던
Cyndi Lauper의 'True Colors' 와는 다른 감동이 있죠~~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마카로니 웨스턴 '장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랑코 네로의 아내랍니다.!!


https://youtu.be/eI6-fakqy3w?si=JBSvsJiyiDtdE2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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