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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하 Jun 04. 2024

마음이 아픕니다.

너무 많이 힘드시지 않기를..

오늘은  무척이나 속이 아린 밤이다.

오랜만에 큰 조카가 너무 보고 싶어 연락을 했더니 울고 있었다고 한다.

큰 조카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나에게는 사돈 어르신이 되시는데  얼마 전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남은 시간이  고작 3개월이라는 얘기를 조카는 오늘 들었다고 한다.

형부와 언니는 할아버지 생신 즈음인 1월쯤부터  사돈어르신의 상태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조카가 말했다.

자기는 오늘 알았다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할아버지가  어제 대학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의사가 그랬단다 시간이  3개월 정도 남았다고.

조카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울고 울다가 시험공부를 하고 그러기를 반복하고 있던 도중에 내가 연락을 했다고 한다.

 오늘 그 순간에 갑자기 조카가 너무 보고 싶더니 아이가 울고 있어서 내 마음이 그쪽으로 향했나 보다 했다.


우리 사돈 어르신은 우리 집에서는 그냥 사돈 어르신이  아니다.

우리 아이에게는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아이 백일도 되기 전에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우리 아이는 할아버지의 정을 몰랐다. 물론 친척 할아버지 사촌 할아버지는 계시지만 잠깐잠깐 뵐뿐 특별한 추억은 없다.

친정언니네가 여름휴가로 시골에 있는 시댁에 갈 때면 조카애들이랑 함께 우리 아이도 몇 번 딸려 보냈다.

그러면 언니네 시아버지 시어머니이신 사돈 어르신들은 우리 아이를 정말 친손주 이상으로 이뻐하시고 아껴 주셨다.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많은 노력 끝에 얻은 우리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리원으로 손수 농사지으신 딸기 몇 바구니를 들고 오셨더랬다.

친정 엄마가 없는 나는  언니네 시어머니에게서 친정엄마와도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생기기 전에 큰 조카가 먼저 태어나 내가 1년 정도 갓난쟁이 조카를 키웠었는데 그때에도 우리 사돈 어르신들은  본인 자손을 이모가 대신 키워줘서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고 만날 때마다 인사하시고 반가워하셨더랬다.


그런 우리 사돈 어르신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한다. 아이에게 말했더니 아이도 무척 마음 아파하고 할아버지 너무 고생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기도 해야겠다고 한다.

나는 지금  언니와 연락을 하지 않은지가 2년이 다되어간다.

요즘 흔히들 말하는 손절을 했다.

하지만 간혹 형부와는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지난봄에 한국에 잠시 갔을 때 형부는 내심  내가  집에  들르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만나지 않고 그냥 돌아왔더랬다.

아직은 언니를 만날 자신이 없어요 이해해 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많이 서운 하셨는지 답이 없으셨다.

속이 좁은 나는 그 뒤로 형부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오늘 사돈어르신의 소식을 듣고는 형부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생각하니 내 속이 다 아렸다. 그래서  형부에게 문자를 드렸다.


사돈어르신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한국을 가는 날은 아직 몇 달 더 있어야 한다.

외국에 살면 이럴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

언니는 내가 외국에 나오고 나서부터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기적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도 여기서 아이를 키우고 뒷바라지를 하고  생활하면서  이런 일이 생길 때 바로바로 뛰어가지도  못하고  멀리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없다고  느낄 때 드는 자괴감과 무력감은 상당한 무게로 내 마음을 짓누른다.

그 답답한 무게감에 비난까지 더해지면 더 없는 우울의 늪으로 빠져든다.


당장 목요일부터 아이의 콩쿠르가 있다. 연달아 2개가 있다.

좋은 결과를 얻던  아니던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도 삶을 살고 있고 여기도 일정이 있으며  프랑스에서 한국은 너무 멀고 또한 비행기 비용도 너무 만만치가 않다.

그들이 그들의 삶에 최선을 다하듯이 우리도 우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서운하다고 여겨진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 순간 내가 바라는 건

부디 사돈 어르신을 한번 뵐 수 있기를 기원하며 많이 힘드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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