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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주 Feb 17. 2022

불편하지만, 편한 '재택근무'

 나에게 맞는 업무 방식이 고민된다면

거리를 두면 둘수록

고맙다는 소리를 듣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를 위해, 상대방을 위해,

서로가 '거리 두기'를 하는 것이 배려가 된 요즘이다.  


100%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카페나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도 있을 것이며,

삼일 출근 이틀 재택 방식으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도 있다.  


재택근무가 대세인데도 나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재택근무'를 해보지 못했었다.

제조업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남들 다 하는 재택근무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얇은 마스크 한 장에 나를 맡기고 회사로 씩씩하게 출근하고 있던 나였다.


그러던 중, 부서 내 확진자 발생으로 생각지도 못하게

밀접 접촉자가 되었고

신속항원검사가 음성이 나왔음에도,

회사 규정에 따라 재택근무에 일정 기간 돌입하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이 단축되니

아무래도 전날 잠자리에 들 때

느끼는 부담감이 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씻고,

제일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간단히 먹을 것을 차리고 책상 앞에 앉은 후

'일할 때', '책 읽을 때', '집중이 잘 되는'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마음에 드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른다.


나의 컨디션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다.

바쁘지 않을 때는 잠시 누워 머리를 식힐 수 있었고,

점심시간이 겹쳐도 능률이 바짝 오른 상태면

작업을 지속해나갔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자유지만,

이는 엄청난 해방감을 주었다.


아무래도 사람과 부대끼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에서 낯선 상대와 함께 있으면,

사람이 느끼는 긴장감은 급속도로 높아진다고 한다.

회사 동료들도 업무 관계로 처음 만난 사이다 보니,

조심하고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몸과 마음의 피로가 쌓인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몸이 덜 경직되고 많이 부드러워진 걸 느낀다.  


물론 하루 이틀 만에

벌써 무료함을 느끼고

입에 단내가 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업무와 휴식 공간이 따로 분리되지 않아,

퇴근 시간 후에 잔업을 하기도,

근무 시간에 자꾸만 딴짓을 하게 되기도 한다.

회사 동료들과 잠깐씩 나누는 근황과 스몰토크,

업무 협력에 필요한 상호 작용들이 없으니

활력이 없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다만, 출근해서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것과

혼자 재택근무를 하는 것의 단점들은

각자가 필요에 따라 최소화하거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개로 구분하고 있다.

16개도 적은 건 아닌데 더 나누려면 아마 끝도 없을 것이다.


이번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나는 불편함보다는 '편함'에 방점을 찍게 된 것 같다.

수험생 때백색 소음조차 없는 독서실이나 도서관보다

음악이 흐르는 카페 아늑한 내 방에서

집중이 더 잘 되고는 했기 때문이다.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은

여러 가지 불편함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감을 주었다.  


앞으로 진로 고민을 계속해나갈 때는

마치 레고 조각을 맞추듯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다양하게 조합하고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을 때

가장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니까.

  

 

재택근무에 '낭만' 한 스푼씩 더해주는 커피와 창밖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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