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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석 Nov 18. 2024

여행의 시작 - 시드니 (1)

가장 오래 머문 시드니, 내가 느낀 분위기

 여행의 첫 시작 점이고 일정 관리가 잘 안 되어 가장 오래 머물게 된 곳이었다. 두리 하우스에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다양한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유명하다는 몇몇 공간은 방문했지만, 딱히 엄청나다는 느낌은 남아있진 않다. 시간은 가장 많이 보냈지만 가장 아쉽기도 한 장소이다.


 여행을 시작하던 시점에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패키지로 묶인 로컬 여행 상품은 자유롭지 못하고 효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덤터기 같은걸 여행자에게 씌운다 생각했다. 그래서 책에 나온 좋은 관광지가 결정이 되면, 그 지역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여 방문해 보는 걸로 생각했다. 근데 막상 버스를 타려고 해도 뭔가 타고 내리는 곳을 잘 못 찾았고, 이런 이국적인 동네를 걸어 다녀보는 것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시드니에서는 거의 모든 목적지를 걸어서 이동했다. 2 ~ 3시간은 기본적으로 걸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걷다가 공원에 앉아 샌드위치도 먹고 그냥 주변 사람들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밌었다. 공원이 크고 좋기도 했다. 어떤 날은 몰몬교 신자를 만나 한참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그때 알아먹은 말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전도하는 사람에게 매몰차게 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거절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시절이었다. 어느 시점에는 몰몬교 사람이 이 녀석이 못 알아먹는다는 것을 안 것 같지만 오래간만에 잡은 사람을 최선을 다해 교리를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공원에 머물다 책 한 페이지에 나온 지도를 보고 방향을 잡고 걷고 또 걸었다. 많이 걷다 보니 힘들긴 했었나 보다, 가끔 공원에서 벌러덩 누워 낮잠을 잤었다. 1년 내내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 여름에는 아주 덥지만 그늘은 아주 시원한 그런 나라였다. 큰 나무 아래 그늘에서 낮잠을 자다 보면 너무 시원해서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 몸의 일부는 햇볕 쪽으로 살짝 내어 놓고 잠에 들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책을 보거나 낮잠을 자고 있었기에 나도 동참한 것뿐이다. 추운 겨울 한국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여긴 너무 덥고도 시원했다.


 여행 시작하고 시드니에서 기억 남는 한 가지는 책에서 “세 자매 바위”를 보러 가는 것을 추천했다. 어떻게 이동하는 것인지 자세히 설명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책의 내용을 꼼꼼히 살피지 않았던 나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일단 버스 정류장 쪽으로 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에게 잘 안 되는 영어로 물어보고 버스를 찾아 타고 근처에 잘 내려서 또 한참을 걸어 올라가서 힘들게 보고 온 기억이 있다. 사실 “세 자매 바위”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너무 힘들게 그곳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힘이 너무 들었는지 대충 “어어 저게 그 바윈인 가보네..”하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올 때도 한참을 걸어서 다시 돌아왔다.

세 자매 바위

이 사진은 산에 올라 세 자매 바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였던 것 같다. 자연경관은 너무 좋았던 것 같은데, 남은 기억은 너무 많이 걸었다는 것이다.

블루마운틴

이때 알았어야 했다. 내 여행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는 것을. 그냥 아무나 붙잡고 어떻게 가냐고 묻고 가이드 대로 버스를 뭘 타고 가면서 방송을 잘 듣고 적절한 위치에 내린 다음에 길을 찾아 움직였어야 했는데, 지도 하나 들고 그게 쉬운 일인가.. 게다가 목적지 방송을 잘 듣지도 못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었고 정말 저렴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들이 내가 머무는 숙소(벡패커스)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땅을 치고 후회를 했었다. 뭐 그 시점에는 그게 여행하는 맛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래도 한번 그렇게 하고 나서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숙소 리셉션에서 팜플렛을 가리키며 가이드를 부탁했다.



 많이 걷다 보니 밤에 피곤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9~10시쯤… 여긴 조식이 제공되는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몸이 피곤하니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애초에 잠이 많기도 했다.

숙소에 들어가면 한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많이 있어서 여행 다닌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오래 머물 때는 밤에 맥주 파티도 하고 사람들하고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두리 하우스 옥상에는 옥탑처럼 테이블도 있고 사람들이 올라와 경치도 구경하는 장소였다. 그때 당시 호주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따로 팔지 않았다. Bottle Shop이라는 곳에서 사야 하는데,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미리 약속을 잡고 하루 여행을 끝내고 숙소에 들어와 함께 샵에 가서 맥주를 사서 가져왔다. 맥주는 저렴해서 박스로 몇 개를 샀고, 그렇게 먹다 보니 취하는 날도 많았다. 맥주 중에 기억이 남는 것은 XXXX(포 엑스) 맥주였는데, 원주민들이 영어를 잘 몰라 beer를 x로 바꾸어 표현했다고 한다. 그 맥주가 많이 저렴해서 자주 사서 함께 마셨다. 젊고 가난했던 시절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안주와 맥주를 사서 함께 지나온 여행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와 잘 맞았던 사람들도 있고, 좀처럼 어울리지 못했던 사람도 있다. 그때 만났던 분들을 한동안 한국에서 보기도 했었는데, 멀리 외지에서 만나는 것은 친해지기 참 좋은 환경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뭐 하고 계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침에는 간단히 식빵에 잼을 발라먹고, 점심은 대게 길거리 도시락 같은 것을 먹었다. 초반에는 돈 계산이 잘 안돼서 10$정도(1$에 600~700원 정도)되는 밥을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간단히 한 끼 먹는 걸로는 너무 무리하게 썼던 것 같다. 담배도 피웠던 시절인데, 한국에선 2천 원 하는 담배를 호주에서는 7~8천 원에 사서 태웠어야 했다. 이렇게 담배가 비싸다 보니 담뱃잎, 필터, 종이를 따로 사서 말아 피는 방법을 시드니 숙소에 머무는 동안 만났던 한분에게 들었다. 막상 해보니 재밌긴 했지만 조금 어설프기도 했고 외국 영화에서 대마초 피는 애들처럼 구석에서 조각난 담뱃잎을 종이 위에 조심해서 올리고 필터와 함께 동그랗게 말아서 끝에 침을 길게 발라 불을 붙이면 5~6 모금 들이마시면 한 개비를 다 피운다. 조금 더 아쉬우면 다시 말아야 한다. 담배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 비용적으로는 괜찮았지만, 뭔가 약쟁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반 담배를 밤에 해안가 근처에서 태우고 있으면 슬금슬금 다가온 호주 청년들이 스웩 넘치게 담배를 달라고 했다. 겁이 나서 준 건 아니고 쿨하게 몇 개비를 줬는데, 생각해 보면 왜 그리 담배를 얻어가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담배를 달라는 청년들은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뭔가 취해있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서두르지 않았지만 있을 만큼 있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내가 머물던 킹스크로스는 시드니의 환락가라고 알려진 만큼 밤에 막 돌아다니기가 무섭긴 했다. 어쩌다 편의점을 가거나 하면, 호객꾼들이 한국말로 “김 선생님, 빠X리! 빠X리!”하는데 너무 놀라서 손사래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났다. 또 근처 여자들이 서있다가 눈 마주치면 오라고 한다. 한창 호기심이 많은 나이 지였지만 가서 묻지 않았다. 나중에 숙소에서 호객꾼을 따라 업소로 들어간 사람의 경험담을 들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여행객을 데려다가 춤추는 여성에게 음료 제공을 영어로 요구하고 알아먹지 못하고 오케이를 강요한다고 했다. 그러면 나갈 때쯤에는 일면식도 없었던 댄서의 목마름을 과하게 해결해 줬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들어갔다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냥 길바닥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을 수도 있었다. 겁쟁이인 나에게 칭찬을.


아침저녁으로 밖에 나가기 전에 머문 숙소의 식당에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 정말 자연스러웠졌다.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해 주면서 알려주는 형님, 누님들이 계셨고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과는 어떻게 여행을 오게 되었는지, 어디가 좋았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먼 해외까지 가서 한국사람들 만나면 한국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친해지게 된다. 서로 관심사가 “호주 여행”이라는 공통점이 생기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시드니를 떠나 캔버라, 멜버른, 케언즈를 지나가는 동안 이런 느낌의 숙소는 없었고, 그런 느낌이 너무 그리워진 시점에 다시 시드니로 돌아와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다른 여행자에게 전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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