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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는요..

하버브리지 / 오페라하우스 / 사람들

도착한 날로부터 한 1주일은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근처를 가서 동네 구경 나온 아저씨처럼 돌아만 다녔다. 지금이라면 사진도 많이 찍고 유명한 레스토랑에도 가서 맛있는 음식과 풍경을 즐겼을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뭐든 처음이라는 것이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그래도 책에서 꼭 가보면 좋을 장소는 가본 것 같다. 하버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가 한 번에 보이는 곳에 가서 누군가에게 촬영을 부탁한 사진이 남아 있었다.

뷰 포인트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다시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여기서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는 길은 넓은 잔디와 나무들로 둘러싸인 공원이 크게 있었다. 잠시 앉아서 쉬기도 하고 누워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길을 지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잘 안 했던 것 같다. 가끔 맥도널드를 가긴 했는데 익숙한 곳이라서 편했던 것 같다. 그때 이상하게 생각한 건 호주 맥도널드와 피자 가게는 물고기와 관련된 메뉴들이 추가적으로 있었는데 피시버거, 피시 어쩌고 피자 같은 것이다. 호기심에 먹어봤는데 너무 바다의 맛이라 다시는 안 먹었다.

당연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도 용기를 내서 사진을 찍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이 때는 그냥 미션처럼 딱 찍고, 다른 데로 이동했다. 핸드폰도 없던 시절이니 그 주변을 꼼꼼하게 보고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오페라 하우스 주변으로 걷다 보면 혜화 마로니에 공원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장끼를 보여주는데 생각보다 수준급이었다.

동상아저씨

동상 아저씨는 돈을 드리면 움직였는데,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지켜보기만 했다. 다른 사람이 돈을 주면 인사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박수와 감탄사를 보냈었다. 정말 동상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뭘 하고 계셨던 걸까?

공연 같은 걸 했던 모양이다. 하루는 여기서 구경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하하

여기서의 기억은 사진이 전부이지만, 그때 느꼈던 것은 길에 거지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서울에 있으면서 지하철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항상 돈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였을까? 여긴 그런 사람을 거의 못 본 것 같다.

아! 한 번은 길을 걷다가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나한테 손을 내밀었고 뭐라고 얘길 하는데 잘 못 알아먹고는 노노~ 했더니 조금 화가 나셨는지 목소리를 높이고 표정도 무섭게 하길래 잘 들어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버스비가 없으니 돈을 나한테 달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 약간 멍청한 척 잘 못 알아먹은 척을 했는데도 이 아주머니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얼마의 돈을 줘. 라고 했다. 마침 주머니에 동전이 있어서 드리니까 당연한 듯 유유히 뒤돌아 버스정류장에 가서 앉더라. 서울 지하철에서도 구걸에 돈을 뜯기고 호주에 와서는 아주머니한테 빌린 돈 갚은 것 마냥 돈을 빼앗겼다. 으이그..


지하철도 버스도 이용하지 않았던 나는 터벅터벅 숙소로 돌아와 한국사람들과 오늘 하루 이야기들로 마무리를 했다. 숙소 한방엔 6~8명까지 썼는데, 호주에 있는 동안 많은 한국사람들을 만났지만 나쁜 사람은 없었다.

여행 첫 한 주의 시드니의 기억은 여기까지다. 다음 여행지는 멜버른이라는 도시였는데 시드니에서 너무 멀어 그때까지도 호주의 수도는 시드니로 알고 있던 나는 캔버라라는 도시를 하루 정도 머물기로 했다. 들리기로 한 이유가 멜버른까지 거리도 거리지만 호주의 수도라는 걸 알았으니 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게 다이다.

정말 여행 대충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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