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 즐거움은 두 배라는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1. 친구가 왜 필요한가?
어제 동네 친구와 함께 공원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도중에 갑자기 공황이 몰려왔고 나는 우선 급하게 약을 꺼내서 물과 함께 삼켰다. 친구가 약을 먹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하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녀가 물었다.
“왜 입으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어? 코로 들이마셨다가 입으로 내뱉어야지.”
와, 나도 모르게 엉뚱한 방식으로 호흡을 하고 있었다. 본업이 간호사인 그녀의 관찰력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그렇게 공황을 달래기 위해 잘못된 방식으로 호흡을 조절하고 있었던 것을 깨 달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단순한 관찰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최근 과거의 실패에 자꾸 연연하던 나에게 그 말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다. 물론 입으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입으로 내뱉어도 괜찮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진정시킬 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뱉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 혼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상대방은 바로 알아차렸다.
이렇듯 인간은 결혼을 하던 안 하던 친구는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친구들 덕분에 나는 힘들 때마다 내가 혼자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2. 비슷한 친구들, 다른 친구들
나에게는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남편, 대학교 동창, 학원 선생님들, 교회 공동체 식구들, 그리고 멀리 있어도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작년 11월 말에 퇴사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지인들을 만나기가 어려웠었다. 최근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나서 친구들에게 조금씩 연락해서 만날 여유가 주어졌다.
“넌 항상 먹고사는 데 너무 걱정이 많은 것 같았어.”
오늘 해방촌에서 만난 10년 지기 친구이자 언니의 날카로운 ‘팩폭’은 사실이었다. 먹고살기에 너무 부족했다면 모를까, 나는 결혼하기 전까지 캥거루 족으로 부모님 집에 잘 얹혀살면서 직장을 다녔다. 지금은 남편이 외벌이를 열심히 해주는 덕분에 프리랜서로서 조금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떤 친구들은 만나면 조금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는 조언을 해준다. 그들은 나의 장점도 알지만 단점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다른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진심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들과 함께 나이가 먹어 가면서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5년 만에 만난 친구와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살다가 해외로 출국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친구에게 나는 친구가 결혼하게 되면 신혼여행을 위해서 까만 비키니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반면에 친구는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무척 귀여울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반대로, 다른 성별과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 또한 즐겁다. 학원에서 초등학생 6학년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함께 최애 아이돌에 대해서 얘기하며 친해지기도 했다. 한 대기업의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는 삼촌 또래의 집사님은 나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들어주시고 해결책을 제공해 주셨다. 좀 더 넓은 의미로는 남편과 내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도, 집 근처 중국집에서 키우는 반려묘들도 우리들의 친구라고 생각한다.
3. 누구에게나 친구는 필요하다
브루노 마스는, 내가 살면서 지금까지 제일 오래 좋아한 뮤지션이다. 2010년에 알게 된 <Marry you>, <Just The Way You Are>과 <Grenade>는 그해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노래들이었다. 화려하게 팝 음악씬에 데뷔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카디비, 레이디 가가 그리고 로제와 같은 최정상 인기의 뮤지션들과 콜라보한 명곡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브루노 마스의 퍼포먼스 영상은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추모하기 위해 <Valerie>를 부르는 영상이다. 그 영상에서 그와 함께 등장하는 밴드 멤버들과의 호흡이 너무나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브루노의 곡을 맛깔나게 연주하는 밴드와 빵빵하게 브루노의 보컬을 채워 주는 코러스 멤버들과 함께 브루노 마스의 곡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더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K-pop 그룹도 모든 멤버들이 한 몸처럼 콘서트장에서 군무를 출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나의 삶을 더 풍부하게 바꾸어 주었던 친구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즐겁게 살 수 있었다. 마치 혼자서 계속 솔로 플루트 연주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주변에는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첼로, 호른, 오보에, 퍼커션 주자들이 나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루고 있었다. 물론 지휘자의 자리는 항상 하나님의 것이었다.
You can count on me like one, two, three, I’ll be there
너는 나를 믿을 수 있어, 하나, 둘, 셋, 하면 내가 거기 있을 거야
(*count on-숫자를 세다/누군가를 신뢰하다)
And I know when I need it
난 내가 이 주문이 필요할 때를 알지
I can count on you like four, three, two and you’ll be there
나는 너를 믿을 수 있어, 넷, 셋, 둘 그리고 하나 그리고 네가 거기 있겠지
‘Cause that’s what friends are supposed to do, oh, yeah
왜냐면 그게 친구들이 서로에게 해주어야 할 일이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up5Ar54-Qo4 출처: Fernanda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fLexgOxsZu0 출처: 브루노 마스 공식 유튜브 채널
브루노 마스의 데뷔 앨범 <Doo waps & Hooligans> 앨범은 제가 CD로 소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앨범들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브루노는 항상 자신의 오른팔이자 음악 프로듀서 필립 로렌스 Philip Lawrence와 밴드’ 더 홀리건스 (The Hooligans)’ 무대에 오릅니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21세기 최고의 가수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브루노 마스에게도 친구라는 존재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습니다. <The Lazy Song>이라는 뮤직 비디오에서 브루노 마스가 밴드 멤버들과 함께 연출한 똘끼 충만한 뮤직 비디오를 잠시 감상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