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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New Jeans

추억은 아무리 빛이 바래도 진한 향기를 마음에 새겨 준다

by 향유

1. 이제는 케이팝이 대세!

2005년에 내가 선물 받았던 아이리버의 엠피쓰리는 대부분 일본과 미국 팝가수들의 노래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사주신 아이팟에 K-pop의 비중이 늘어갔다. K-pop 2세대의 서막을 알렸던 원더걸스, 소녀시대, 빅뱅, 2PM, 유키스, 슈퍼주니어, 카라, 티아라, 애프터스쿨은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게 되었다.


이젠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듣던 노래를 불렀던 정상급 아티스트들은 자주 K-pop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매번 감탄케 하는 신선한 콜라보까지 선보였다. 웬디와 존 레전드, 영지와 크리스토퍼, 태연과 샘 스미스, 제니와 두아 리파, 그리고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조합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덕분에 한국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수들을 지원하는 제작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당시 SM의 비주얼 제작을 담당하고 있던 민희진 디렉터의 아트워크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녀가 SM을 떠난다는 것이 섭섭했지만 하이브에서 새 걸그룹을 선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계속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디렉터, 그리고 뉴진스가 만나지 못하는 평행선처럼 계속 장기간 대립하게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뉴진스가 선보였던 노래, 안무, 앨범 아트워크, 그리고 무대들이 너무나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에스파, 아이브, 엔믹스 등 마찬가지로 너무나 대단한 실력을 가진 걸그룹들이 많다. 하지만 앞에서 내가 언급한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뉴진스(NJZ)가 갑자기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이 너무 아쉽다. 부디 양측이 잘 합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2, 노래가 소환해 준 추억들

내가 뉴진스를 유독 좋아했던 이유는 ‘자연스러움’이라고 답할 수 있겠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세련된 멜로디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돌고래납치단의 뮤직비디오 덕분에 나는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뉴진스를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 질 정도였다. 특히 작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Supernatural>의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가 섞인 가사는 충격적으로 ‘자연스러웠다’. 노래 안에서 세 나라의 언어가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게 적절히 섞여 있는 점 때문이었다. 멜로디는 말할 것도 없이 흥겨웠고 뮤직 비디오를 보며 바로 90년대 초반 뮤직뱅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그리고 비욘세의 <love on top>에서 나왔던 마이크 안무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뉴진스는 기존 가수들이 자주 활용하는 요소들을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해석해 냈기에 그만큼 노래와 뮤직 비디오가 더 돋보였었다.

무엇보다도 <Supernatural>은 나에게 90년대 후반-2000년대 여름 속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짠 내음이 가득한 광안리 바닷가에서 사촌들과 함께 탔던 바나나보트, 매주 금요일마다 눈이 빠져라 텔레비전 앞에서 방영되길 기다렸던 뮤직뱅크, 주말마다 다 같이 놀러 갔던 노래방, 슈퍼 앞에서 먹었던 달달한 메로나, 거칠고 습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았던 늦여름의 방파제…. 누군가 행복한 추억이 많은 사람이 진짜 부자라고 했다. 작년 여름, 나는 학생들의 기말고사 수업 때문에 힘들 때마다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버틸 수 있었다. 심지어 어디를 가든지 나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차 안에서 <Supernatural>을 틀고 신나게 조수석에서 노래를 불렀기에 남편은 여름 내내 노래 선택권이 없었다.


3. 추억은 힘이 세다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는 2020년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그리고 2022년에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 감아줄 명곡) 시리즈를 선보였다. 그리웠던 유키스, 티아라, 나인뮤지스, 애프터스쿨 그리고 오마이걸이 다시 뭉쳐서 90년대 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들을 무대 위에서 다시 불러 주었다(개인적으로 레인보우가 너무 보고싶다!). 심지어 3대 걸그룹 ‘원카소’의 카라와 소녀시대가 다시 컴백해서 2세대 그룹들이 그리웠던 케이팝 팬들을 다시 열광하게 만들었다. 10년이 지났지만 <무한도전 토토가> 기획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가수들을 한꺼번에 섭외하여 무대로 소환한 초대형 특집 중의 특집이다. 또한 많은 신인 가수들이 옛 명곡을 리메이크해서 발표해서 다시 그 곡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뉴진스 또한 퍼렐 윌리엄스의 노래를 샘플링했다).


나는 마치 다시 데뷔해서 실력을 뽐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베테랑 가수들의 무대를 보며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좀 더 철들고 성숙한 어른으로 조금이나마 성장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고마웠던 추억에 빚진 사람으로서, 나는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잊고 살았던 보물 같은 추억을 떠올려 본다. 소중한 추억이 있으면 잘 간직해 두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추억에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

My feeling's getting deeper

내 심박수를 믿어

우리 인연은 깊어

I gotta see the meaning of it


I don't know what we've done

되돌아가긴 싫어

もう知っている


Don't know what we've been sold

見つけられるよ

So it's sure


It's supernatural

It's supernatural


거짓말 안 할래

너도 말해

Attention we should pay

To what is coming through


We had no idea

It's crystal clear

Love is here

Sitting next to you


私とあなた

Golden moon

Diamond stars

In a moment we unite


https://www.youtube.com/watch?v=ZncbtRo7RXs&list=RDZncbtRo7RXs&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A4S8zl50AdM&list=RDA4S8zl50AdM&start_radio=1

2009년 퍼렐 윌리엄스의 Back of my mind를 샘플링한 <Supernatural>은 뉴진스의 첫 일본 데뷔 싱글입니다. 비록 일본에서 발표한 곡이지만 한국어의 비중이 더 많고 심지어 뮤직 비디오의 배경은 서울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멤버 하니가 도쿄 돔에서 선보였던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 시티팝과 80년대 버블시대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저는 뉴진스가 <supernatural>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일본의 국민그룹 아라시의 데뷔 무대가 떠올랐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명곡에 대한 추억이 재소환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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