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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전인권

비록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우리의 인간다운 삶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by 향유

작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참사라는 믿을 수 없이 슬픈 일이 일어났다. 남편과 나는 수시로 뉴스 영상을 체크하게 되었고, 어떤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시에 나는 세월호 사건, 코로나 사태, 이태원 참사 그리고 제주항공 참사까지 포함해서 최근 일어났던 참사들을 돌아보았다. 그 순간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감추기가 무척 힘들었다. 나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정부 부처 관계자도, 참사 피해자도 아닌 그냥 평범한 30대 중반의 프리랜서 강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나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순간에 대해 언급해보려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일상이 누군가의 부주의나 욕심으로 인해 망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또한 참사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고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1. 점점 가라앉는 나의 마음


11년 전, 대학교 4학년이었던 나는 내가 자취하는 원룸의 텔레비전으로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점점 가라앉는 배와 줄어버린 생존자의 숫자를 보며 내 마음도 어딘가 꼬르륵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 원룸 방에서 벌벌 떨면서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았을 때 어딘가 벌벌 몸이 떨리며 눈물이 나왔다.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고, 슬프고 무서운 일이 나라 한가운데서 벌어지고 있는데 나는 너무나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겁에 너무 질린 나머지 이 사건이 이후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력을 가져왔는지 제대로 주목하지 못했다. 가끔 광화문에 놀러 갔을 때 광화문 대로 한복판에 서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천막을 흘끗 바라보기만 했다.


시간이 흘러도 내 머릿속에는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세월호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최근 그때 느꼈던 무력감이 최근 뉴스를 보면서 다시 나의 삶으로 다시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맥없이 무너지는 천안-안성 고속도로 뉴스를 보며 마음이 다시 쿵 내려앉았다. 삶에 대한 불안감과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뒤섞여 자꾸 일상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었던 것인지 제대로 알고 싶어서 세월호 사건에 관련된 자료*를 천천히 읽어 보았다.


2. 평범한 마음이 모이면 특별 해진다

단원고 학부모님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펼쳤던 운동과 추모사업을 위해 거쳤던 수많은 과정은 결국 안산과 이후의 참사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내가 결혼하기 전에 다녔던 외국인 교회는 몇 년 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그 골목에 서 있는 해밀턴 호텔에서 예배를 드렸었다. 내가 익숙했던 그 풍경에서 너무나 슬픈 일이 일어났음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참사는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남의 일'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그저 가만히 있지 않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분들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만나서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쓰라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이 긴 시간 동안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다들 마음을 모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었다. 그리고 사람들 간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내었다.


제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했던 것은 3년 전 신당역 살인사건 때였다. 신당역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뒤 우연히 역을 지나갈 때였다. <신당역>이라는 글씨를 보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남편과 함께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붙어 있는 수많은 추모의 꽃다발과 메시지를 보았다. 나와 남편 또한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 자리의 사진을 조용히 찍었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나라도 그 장면을 잊지 않고 싶었다. 다시는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SNS에 소심하게 글과 사진을 올렸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고 고인을 추모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길 바랐다.


3. 나의 자리를 지키는 것

최근 3월부터 시작하기로 한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남편은 낮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세 시간 정도 일을 하려고 퇴근 후에 또 출근을 해야만 했다. 우리 가정에게 벌어진 이 ‘참사’ 때문에 틈만 나면 마음이 괴롭고 눈물이 나왔다. 우리의 참사는 국가적 재난급 참사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남편과 나는 계속 각자의 자리를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나는 집안일과 아동학과 관련 공부, 그리고 글쓰기를 억척스럽게 이어가며 남편을 돕고 있다. 참사를 겪었던 이들 또한 계속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며 참사가 주는 교훈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 우리 가정 또한 이 일을 통해서 좀 더 단단하고 끈끈한 가정이 되기를 바란다.그렇게 우리를 삶의 낭떠러지로 몰고 가는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저항하고자 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설프게나마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자료-세월호 관련 자료는 <세월호, 그날의 기록>(세월호 기록팀 진실의 힘,2016), <520번의 금요일>(온다프레스,2024), 그리고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온다프레스,2024)를 참고했습니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https://youtu.be/nPXkNi4 C5 AQ

2004년에 가수 전인권이 발매하고, 이적에 의해서 더 유명해진 노래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간에 힘든 일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노래의 메시지가 단순히 지나간 힘든 일을 그냥 잊어버리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힘든 일에서 느꼈던 것들을 잊지 않으며 내일을 담담히 마주하는 화자의 자세가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너무 유명해진 노래이지만 저는 가끔씩 이 노래를 듣고 힘을 얻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ODp_atUNUI

춣처: eNews24 공식 유튜브 계정(프로그램-엠넷 윤도현의 MUST)

만약 전인권씨의 거친 목소리가 마음에 드신다면 리쌍의 길과 함께 부른 들국화의 <제발> 라이브 무대를 꼭 보시길 바랍니다:) 마치 맹수가 고통에 신음하는 듯한 애절한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싶으면 어딘가 마음이

후련해 집니다. 때로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음이 마음을 뜨겁게 매만져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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