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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이상 Oct 30. 2022

PART 8. 2022년 가장 핫한 쇼핑중독

물실 소비에서 경험 소비로 확장

쇼핑중독에도 트렌드가 있다. 쇼핑중독 중에서도 강박 구매로 논문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강박 구매에서 패션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독 소비는 양적 소비에서 질적 소비로의 전환, 패션 소비에서 라이프스타일 소비로의 확장, 두 가지 흐름이 형성됐다.   


패션 소비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점점 과시 소비가 아닌 기능 소비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처럼 패션이 기능적 요소로 인식되면서 타인에게   나은 나로 보일  있는 품목인 명품 가방 구매가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과거에는 자신은 물론 상품 부가가치로서 과시가 명품 가방 구매 이유의 거의 100% 차지했다면, 지금은 명품 가방이 사회적 필수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 아이템 구매 비용으로 30 원이 있다면, 과거에는 30 원을 전부 지금 당장 사고 싶은 것들에 올인하고 명품 가방은 카드 할부로 구매해 자신의  패션 구매비용  별도 예산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현재는  패션 구매 비용 중 7, 80% 예산을 명품 가방 구매를 위한 할부금으로 할당한다.


또한, 과거와 달리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드러내는 과시로써 자기 홍보(self-promotion)를 위해 ‘패션+α’가 필요한 시대다.  


최근 강박 구매를 다룬 논문에는 소비 품목으로 패션보다 ‘맛집 탐방’ ‘여행’과 같은 경험 소비를 다룬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주된 소통매체로 기능하면서 소비재만큼이나 경험 소비가 과시 효과를 극대화한다. 유명한 레스토랑, 카페, 호텔, 감성 숙소, 여행지 등이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공유되며 먹고 입는데 필요한 돈을 아끼고 아껴 여행에 올인해야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근에는 캠핑이 여행 트렌드의 대세로 부상해 캠핑용품이 새로운 과시 소비재로 등장했다. 늘 바쁘게 살고 철저하게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현실주의자인 한 친구는 캠핑을 시작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직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욜로(YOLO)족이 된 듯한 그 친구는 바쁜 시간을 쪼개 최소 격주로 한 번씩 캠핑하러 간다. 그리고 틈틈이 여행지에서 나에게 사진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 캠핑 횟수가 늘면서 고가의 캠핑 장비를 계속 사들여 이전 것들을 비워내지 않으면 집안에 들이기도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친구 부부는 언젠가는 꼭 캠핑카를 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 생각에 아마 그들은 꼭 그렇게 하고야 말 것 같다.


이처럼 커다란 두 개의 중독 소비 흐름 아래 소소한 규모의 소확행 쇼핑중독도 무시 못 할 트렌드로 남아있다. 같이 공부하는 동료들과 대화하던 중 또다시 SOS를 요청하며 개인적인 쇼핑중독 경험을 요구했다. 그들은 쇼핑중독이라는 주제에 흥미를 보였다. 아직 어린 세 아이를 키우는 한 친구가 “뭐, 평소에 패션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육아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냥 뭔가 막 사고 싶어요. 그래서 돈이 많이 드는 옷 대신 저는 양말을 사요. 예쁜 양말들을 보면 그냥 좋아요.”라며 자신만의 중독 아이템을 말해줬다. 3살, 5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또 다른 한 친구는 “‘예레기’, 저도 예레기 모으는 게 취미예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돈이 많이 안 드는 예쁜 것들이 좋아졌어요”라며 내 가방에 달린 참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였다.


예례기는 예쁜 쓰레기의 준말이다. ‘천원의 행복’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을 만큼을 소확행 소비는 경기 불황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장기 유행 중이다. 이렇게 아낀 돈을 명품과 여행과 같은 경험 소비에 쏟 붇는 것이 최근 가장 ‘핫’한 소비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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