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 航海: 여름 항해
푸른 하늘 위로 펼쳐진 녹음
그 사이로 맺히는 여름의 해
물기를 머금고 불어오는 여름바람에
잘게 파도치는 녹빛의 조각
녹빛 틈 사이 스며드는 여름 향
조각을 따라 흘러가는
여름의 항해
夏, 航海:
하루하루 볕이 짙어질수록
부슬부슬 흔들리던
여린 연두빛 조각은 색을 더하고
아기자기 모여있던 몽우리와
이파리는 하늘에 맺힌 해를
힘껏 껴안으려 넓고 짙게 자라나는,
푸르른 녹음을 담은 여름이 왔다.
강렬한 햇살, 뜨거운 땅
그럼에도 어디선가 느껴지는 물기를 머금은 바람
그 바람에 찬란히 부서지는 여름의 조각
무심코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짙어지던 녹빛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어룽어룽 맺힌 햇살은 이파리에 번져
각자의 모양으로 자라나고,
비슷한 듯 다른 녹빛의 잎은 넓고 넓은
여름의 하늘을 여행하는 작은 배와 닮아있다.
여름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오면
부스스 떨며 이리저리 움직이다
다시 또 제자리를 찾아 반짝이고.
세차게 떨어지는 여름비도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도
강한 바람도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도
찬찬히 그 위를 올라가는 민달팽이도
고양이를 향해 소리치는 까마귀도
가만히 바라봐주고
넓은 녹빛으로 품어주는
작고 약하지만 무엇보다 깊은 마음을 가진
여름의 조각들.
강렬한 햇살, 힘차게 자라나는 초록
어딘가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공기
그 안에 산뜻한 풀잎의 향
나무의 그늘,
가끔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
그 아래 흔들리던 초록
여름으로 향해가는 6월의 어느 날 느꼈던
풍경을 조각배의 형태로 담아 작업했던
이번 여름의 계절그릇.
여름 항해 夏, 航海:
초록빛 이파리를 떠오르게 했던 멜론
고소하고 푸릇한 향이 매력이었던 우롱차
여름의 청량한 느낌과
산뜻한 느낌을 원해 넣은 라벤더잎
이 세 가지의 조화로 작업한 이번 과자.
무스와 가나슈의 단맛 보다
과일 자체에서 나오는 단맛과 단향.
과일에서 느껴지는 요소가 메인이 되어야 한다고
처음부터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구성은 최소한의 설탕만을 넣어 작업했다.
차가 들어가지만 무겁지 않게
여름에 맞는 가벼운 느낌의 무스를 원해서
많은 고민을 했던 우롱무스
단맛은 줄이고 가볍지만 우롱의 향과 맛은
은은하게 나는 무스를 위해 여러 조합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원하는 식감과 맛으로
나와주어 정말 기뻤던 6월
이번 과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멜론이었는데, 여름의 어울리는 색감을 가진
멜론에 특유의 맛과 향이 진하게 나야 해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다.
멜론의 종류도 정말 많아서 원하는
향과 맛을 내는 멜론을 찾는 것부터
그 멜론을 계절그릇 내내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마지막까지 큰 어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6월-7월 중순까지는 하니원멜론을 사용하고
7월-8월 중순, 마지막 계절그릇은
얼스멜론/하니원 멜론 두 가지 멜론을 섞어 준비했다.
둘 다 단맛이 강한 멜론이지만
하니원은 특유의 향이 강하고
얼스는 단맛이 진하고 즙이 많은데
두 가지를 섞을 때 나온 맛이
완연한 여름에 있는 것 같았다.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가는 그 순간을
멜론으로 표현할 수 있어 신기하기도 기쁘기도 했다.
언젠가는 두 가지를 따로 만들어서 오시는 분들도
그 차이를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선한 초여름의 날부터
무더운 한여름의 날까지
지금까지 계절그릇 중에서 제일 긴 시간을 보낸
이번 여름항해
아마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멜론과 함께한 이번 여름.
녹음, 그 사이로 맺히는 여름의 해
푸른 바람에 잘게 파도치는 녹빛의 조각
조각을 따라 흘러가는 여름의 항해
夏, 航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