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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버티기

by F와 T 공생하기

‘존버’라는 말이 있다.


비속어를 나타내는 ‘존’에다 ‘버티다’를 붙여서

‘끝까지 꾹 참고 버틴다 ‘를 의미한다.


주로 주식 하락장, 코인의 하락 및 큰 가치 변동 시기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존버’ 해야 한다고 쓴다.


실제 생활에서 버텨야 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고, 인내는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내에 따른 보상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행은 지불되는 비용과 시간이 결코 작지 않고, 무엇보다 가족들이 함께하는 귀중한 시간이기에 그 가치는 실로 크다. 따라서 여행 중의 건강유지는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게다가 여행이 아무리 즐겁고, 재미난 것이라 해도 그 후유증까지 달가운 것은 아니기에 즐거운 여행과 함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비타민을 비롯한 피로회복제 섭취, 숙면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말 그대로 ‘존버’ 상태다.


여기에 더해 내게 있어 ‘노화’는 매우 불쾌하고도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다. 날이 갈수록 내가 알던 내 몸이 아니다. 이 정도는 … 전혀 그렇지 않다. 허리, 어깨, 눈, 머리 등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아내는 건강을 위해 특별히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없는데도 매우 건강한 편인 것 같다. 늘 나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런 내 아내 역시 세월 앞에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여행 이후 캔버라는 가을이 되어 있었고, 다음 주면 다시 여름 날씨가 된다고 하는데 변덕이다. 이 변덕을 감당하려면 예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민한 대응을 하지 않은 탓일까?


한 주 내내 감기로 시달렸다.

결국 병원에 들러 특별한 이상이 아니라 며칠 더 고생하면 된다는 덕담에 가까운 10만 원짜리 상담료를 내야 했다. 그래도 다른 이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고 계속 잘 먹고, 잘 쉬어야 했다.


아내가 좋아하는 김치죽, 호박죽을 만들고, 고명으로 고기를 볶고 …

가끔 김밥과 유부초밥을 대령해야 했다.

아이들이 가져다준 홍삼 진액을 하루 두 번이 아니라 세 번 먹어야 했고,

비타민은 하루에 한 번을 두 번으로 늘이고 물 섭취도 1.5배로 …

식사는 하루 세 번을 네 번 다섯 번으로 늘인다.


이는 아내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아프면 십중팔구 나 역시 아플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감기에 걸리면 앞으로 남은 내 수명이 줄어듦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져 서글프다.



그래서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경계태세 1,

(주변 사람이 아프다)

- 손발을 더 씻고,

- 양치질을 늘인다.


경계태세 2,

(눈, 코, 목이 마르거나, 혀, 후두 열기,

잇몸이 붓거나, 오한이 느껴지거나, 조금이라도 이상증상을 느낀다)

- 경계태세 1 포함,

- 미리 감기약을 먹고,

- 옷을 덮게 입고,

- 따뜻한 차를 마신다.


경계태세 3,

(경계태세 1, 2가 지속되고)

(두통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 경계태세 2 포함,

- 목욕을 줄이고,

- 평소보다 1.5배로 먹고,

- 수면 시간을 늘린다.


경계태세 매뉴얼에 따라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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