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藥房)의 감초(甘草), 산업(産業)의 감초(甘草)

감초(甘草)의 양면성

한의학에서 한약을 제조할 때 감초를 넣으면 약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감초의 단맛으로 인해 약맛도 더 좋아지기 때문에 감초가 자주 사용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속담에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긍정적으로는 어떤 일에나 꼭 필요한 사람이나 물건을 의미하지만, 부정적으로는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참견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즉, 감초는 약재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너무 흔하게 사용되어 그 가치가 간과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웃소싱은 현대의 모든 산업, 즉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

아웃소싱은 현대의 모든 산업, 즉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기존 산업의 성장과 다른 산업 간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지만, 잘못 관리하면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활용되어 오히려 본업에 독(毒)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제조라인이 아닌 신뢰라인;BPO는 서비스업"챕터에서 국제표준 산업분류 기준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21개 기준에 "아웃소싱업"이라는 분류 코드는 없지만, 아웃소싱 산업은 해당 21개 산업 분류의 모든 분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선두주자인 TSMC는 인텔, AMD, 퀄컴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게 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며, 말 그대로 반도체
산업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아웃소싱의 '감초' 역할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제조업에서는 부품 생산과 조립을, IT 산업에서는 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를, 서비스업에서는 고객 상담과 백오피스 업무를 아웃소싱하며 각자의 핵심 경쟁력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잘 활용하면 기존 산업의 성장과 다른 산업 간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지만, 잘못 관리하면 단순히 비용 절감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활용되어 오히려 본업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18-2019년 미국의 보잉사의 737 MAX 사고를 들 수 있습니다. 보잉은 항공기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인도의 신규 졸업 엔지니어들에게 시간당 9달러라는 저임금으로 아웃소싱했습니다. 미국 현지 엔지니어 인건비의 1/10 수준이었죠. 이러한 무리한 비용 절감은 결국 품질 관리 미흡으로 이어져 두 차례의 치명적인 항공기 추락 사고를 야기했고, 346명의 귀중한 생명이 희생되었습니다. 현대의 항공기 산업의 핵심역량이 소프트웨어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가격으로만 아웃소싱을 하여 감초가 독(毒)이 된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LG전자나 삼성전자처럼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도 있어, 무엇을 자체 수행하고 무엇을 아웃소싱할지는 해당 기업의 문화와 철학, 시장의 상황, 무엇보다 자신들의 "핵심역량"

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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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은 기업 경영에서 하나의 필요한 전술(감초)에 불과합니다.

전술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서 전략이 성취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경영의 전략은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과 튼튼한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웃소싱은 이러한 파트너십의 한 형태로서, 기업이 핵심 역량에 집중하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하고 관계를 구축하며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단순히 계약을 맺고 업무를 위탁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파트너십을 어떻게 분별하고 구축하며 유지할 수 있는지는 다음 장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