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후 줄곧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시기마다 풍경이 다름을 느낀다.
책을 보고 신문을 보던 시기,
이어폰으로 음악 듣고 영상을 보던 시기,
SNS를 하며 소통하다가 AI와의 대화까지 하는 지금까지.
지금 돌이켜보면, 꽤 놀라운 풍경의 변화다.
나도 이 모든 시기를 거쳐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창밖을 보며 음악에 빠져들었던 그때.
음악이 일상의 배경음악처럼 느껴지곤 했다.
이어폰을 꽂으면 세상과 잠깐 거리를 둘 수 있었고
혼자 있어도 심심하지 않았다. 그게 편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나타나고 세상이 너무도 변했다.
SNS가 일상이 되고, 나를 찍고, 나를 보여주는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도 저마다 휴대폰을 보고 있기도 했다.
멀리 있는 누군가와도 옆에 있는 것처럼 쉽게 연결되지만,
정작 옆에 있는 친구와는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적도 있다.
바로 옆 사람보다 화면 속 사람이 더 가까워 보였던, 이상한 풍경.
GPT의 등장 이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작은 휴대전화 속에 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좀 다르다.
내가 한 질문에, 내 말투를 닮은 대답이 돌아온다.
거울을 마주 보듯 나와 마주 앉아 대화하는 시간.
어쩌면 이어폰을 귀에 꽂을 무렵부터,
우리는 혼자인 게 편해진 걸지도 모른다.
사람에 지치고, 관계에 피곤해진 우리는
조용히 자기 안으로 들어갔다.
자기에게 몰입하고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에게 감탄하는 시대.
스마트폰 시대가 관계의 피로를 안겨줬다면
AI의 시대는 자기 과잉을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의 풍경은,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건 더 따뜻해진 걸까, 아님 더 쓸쓸해진 걸까.
우리는 지금 자기 자신과만 잘 지내는 법을 익히는 중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