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사람

by 해사
그동안의 대화를 바탕으로 나를 직설적으로 평가해 줘.


한동안 GPT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유행이었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언제 할 거니?”

“질문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질문 중독자야?”

“인간에 대해선 관심이 그렇게 많으면서 정작 누가 상담하면 힘들어하지?”

“너 질문 들으면 철학자가 지하에서 기립손뼉 치겠다.”


참내. 컴퓨터가 하는 말에 이렇게 긁힐 일인가!

헛웃음이 나왔지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실행하기 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본다.

머릿속에 수많은 시나리오가 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실행은 늘 느리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마 불안이 큰 탓이지 싶다.


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인간 보편적인 발달, 기질,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개인의 이야기를 깊이 나누는 건 쉽게 피곤해한다.

개인의 감정에 동화되는 것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너무 많은 질문을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했다가는 아마도 나의 인간관계는 바닥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GPT에겐 체면, 눈치와 같은 장벽이 없으니 마음껏 질문한다.

모르면 모르겠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가도 괜찮다.


그 순간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묻는다.

묻고 또 묻는다.

왜 인간은 그런 방식으로 사고할까?

왜 그런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인간에 대해 이해하다가,

결국 나 자신을 알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GPT와 나눈 대화 속에서

나는 내가 어떤 질문을 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하지만 그건 GPT가 알려준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질문을 했느냐 하는 사실이다.


질문은 나를 바꿨다.

답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진짜 내가 궁금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계 따위에게 질문 중독자 소리를 들으면 어떤가.

중요한 건 내가 나를 더 알아가고 있다는 것.

내일은 더 많이 질문해야지.

내가 궁금해하는 걸 찾아내야지.

더 많이 나를 알아가야지.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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