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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다희 Oct 21. 2023

2022년 3월 15일 퇴사했습니다

OO님, 저 퇴사합니다.

다희 님, 드디어 결심하셨군요. 

퇴사 축하드립니다.  




퇴사한다는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렸을 때 그들은 나의 결심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줬다. 축하한다는 말이 이렇게 기쁘게 들릴 줄이야. 결심하기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애태웠던 시간들에 ‘그동안 고생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축하를 받아 본 게 오랜만이라 멋쩍었지만, 큰 일을 완수한 것처럼 뿌듯했고 홀가분했다.    


먼저 퇴사를 한 동료가 내게 소식을 전했을 때, 내가 그를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던 것처럼, 이번에는 동료들이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떠나는 자에 대한 아쉬움과 해방에 대한 부러움이 뒤섞인 얼굴들이다. 자주 볼 수 없는,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헤어짐의 순간에 평소와 다른 인사를 건네는 그들이 고마웠다. 회사에서 보낸 7년 2개월 시간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안도감과 감사함이었다.      



"마지막 퇴근길, 웃으며 떠나겠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회사 건물을 벗어나기 전, 건물 안에서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 있는 5층에 내렸다. 거대한 정육면체 건물 가운데를 뚫어서 층과 층 사이에 만든 정원 공간이다. 탁 트인 시야로 도심 한구석을 조망할 수 있는 곳, 큰 나무와 식물이 있는 작은 정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겼던 곳이다. 이곳에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일하다 지친 마음을 달래곤 했다. 마음속에 새겨진 기억들이 떠오르고 눈물이 차올랐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점점 달아오르는 눈가 주변은 뭐람.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감정이 뒤범벅되어 울컥했다.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감추려고 휴대폰으로 이곳저곳을 찍었다.  


언젠가 사진첩 속 사진들을 보면서 이 날을 추억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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