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잘 될 거라는 희망
요즘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단어인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의 뉴런과 비슷한 기본 단위를 가졌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어떠한 예측을 하고 싶어 한다. 이때 적당히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만 예측 결과가 잘 (비교적 정확히) 나온다. 사람도 (적당히)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조금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확률이 크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어느 한 분야에서 말하는 데이터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input과 output)가 모두 포함된 것’을 뜻한다. 어떤 원인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여러 케이스를 기계에 학습시킨 후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상황을 넣으면 기계가 그 학습된 인과관계들을 종합하여 판단을 내린다. 사실 그래서 어떤 데이터를 넣느냐가 무슨 판단을 내리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계가 어떻게 사고를 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과 변수들을 결정하는 것도 결국 데이터다.
사람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람도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많은 수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결과 즉 성공과 실패까지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무언가 시작을 했으면 (성패를 떠나) 끝을 내 보는 것이 나중 상황 판단에서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들을 넣는지에 따라서 인공지능의 변수들이 달라지듯이, 사람도 어떤 성패의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서 앞으로의 행동 패턴에 영향을 받는다.
꽤 많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결과를 내놓는 단계가 아니라 여전히 인풋으로 쓰일 데이터들을 만들어내는 때인가 보다. 더 젊었을 때 했던 경험들이 부족했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솔직하게 어린 나를 회상해 본다. 그때 너무 몸을 사리느라 ‘성공’의 확률이 높은 일에만 바짝 집중하고 짧은 찰나의 성공에 취해 만족하느라, ‘실패’의 결과를 가진 데이터들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 그 결과(인 걸까) 지금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도 데이터를 만들어 내느라 힘이 든다. 사실, 내가 힘인 드는 것이 나이 탓인지, 아니면 실패하는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 나의 멘털을 자꾸 흔들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젊고 어린 시절에 실패를 맞닥뜨렸어도 똑같이 힘이 들었을 거고, 그때 나름의 방법으로 벗어났을 것이지만 마치 타인에게 야속해하는 것 마냥 왜 그리 회피하는 삶을 살았는지 그때의 나를 탓해 보기도 한다.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이면 나중에 때가 되어 판단을 해야 할 때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겠지. 그것이 결국 나를 성공으로 이끌겠지. 인공지능의 원리로부터 끄집어내어 본, 언젠가 환히 웃으며 보람을 느낄 날이 올 거라는 희망에 대한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