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찾은 멜버른 버스킹 이야기 1
음.... 지난주 금요일의 일이었다. 10년 만에 찾은 멜버른에서, 어느 한 할아버지가 나의 존재를 알아보셨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다. 그리고 곧이어 이연(삶의 촉수) 작가님께서 아래와 같이 무척이나 감동적인 댓글을 달아주셨었다.
"스캇 플린더스 님!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꿈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꿈을 꾸어야 할 테니까요. 지금 멜버른에 가 있는 스캇 플린더스 님처럼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건물주나 로또를 꿈꾸기는 해도, 스캇 플린더스 님처럼 10년 전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꿈을 꾸는 사람은 흔치 않죠. 그래서 더 귀해요. 당신의 꿈이.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져서요! 영상을 보는 순간, 저 또한 10년 전 그 영상이 떠오르면서 고개를 까닥이며 어깨를 들썩였답니다. 얼쑤~~!"
숙소에서 스완스톤 스트릿까지 걸어가는, 그 20여 분의 시간 동안 이연 작가님의 이야기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10년 전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꿈"의 이야기. 나의 지난 꿈은 무엇이었고, 지금의 나의 꿈은 또 무엇일까?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는 무엇이며, 나는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어떠한 연유로 이곳 지구 정 반대편의 호주에 와 있는 것일까?
오늘 업로드하는 이 영상은 지난 금요일의 버스킹 공연 중 첫 번째 영상이다. 춤을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예술적인 것을 사랑한다는 이 귀여운 호주 소녀의 이야기로부터 나는 문득 어느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I danced here, 10 years ago. (나는 10년 전에 이 장소에서 춤을 추었었어.)"
나의 조카뻘쯤 되는 소녀에게, 나의 과거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10년 전에도, 지금처럼 이곳에서 춤을 추고 있었던, 20대의 어린 내가 있었음을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음이라. 나도 그때는 지금보다 말랐고, 젊었고, 열정이 넘쳤다고 말하고 싶었음이라. 하지만 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네오는 그녀의 귀여운 말 한마디에 나는 절로 삼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Oh, follow your dream (오, 당신의 꿈을 쫓으세요)"
응?! 나의 꿈을 쫓으라고? 음... 내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나는 어느덧 올해 36살인데? 나의 꿈을 쫓기에는 내 나이가 조금 많은 것 같은데?! 아니, 어쩌면 “당신의 꿈을 쫓으세요.”라는 말은 그녀가 내게 해즈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그녀에게 해 주었어야 할 말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나의 꿈을 쫓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10년 전의 내 자신을 찾아 이곳 호주에까지 건너온 용기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래, 서른여섯! 서른여섯이면 나의 꿈을 쫓기 딱 좋은 나이리라. 토끼띠인 나에게 토끼의 해는 더욱 특별한 해가 아니었더냐.
이 날 금요일은 오후 6시 반부터 버스킹을 시작하여 밤 11시가 되어서야 공연을 마쳤다. 그 4시간 반이라는, 길다면 길고, 또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이 귀여운 호주 소녀와 이연 작가님께서 들려주신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Oh, follow your dream!” (당신의 꿈을 쫓으세요)
“Of course! Why not!” (물론이죠. 그리하고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