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제9편: "그리스 로마신화 영웅 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후손들
그리스 로마신화 영웅 시대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후손들
영웅 헤라클레스(Herakles, Heracles)는 기념비적인 모험들을 통해 영웅시대의 전성기를 연 인물인데, 여기에는 장대한 군사 사건인 아르고나우타이의 원정, 테바이권과 트로이아 전쟁이 포함된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신화의 용어로, 로마 신화에서는 헤르쿨레스 (Hercules, Hercvles). 에트루리아 신화에서는 헤르클레(Hercle), 북유럽 신화에서는 토르(Tor, Þórr), 불교에서는 금강역사 (金剛力士) 등으로 불린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롯한 서양의 다종다양한 설화와 전설과 신화 속 영웅 가운데서도 영웅들의 영웅이자 실질적인 영웅의 대명사로 군림하는 가장 유명한 사나이라 할 수 있는데, 초인적인 힘과 불굴의 정신을 지닌 헤라클레스의 무용은 신화와 전설로 널리 알려져 있으고, 신화에서 보여준 용력(勇力)과 능력이 대단하다 보니 천하장사의 대명사로 사용하기도 하며, 후대의 예술가와 시인, 작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재창조, 재생산되고 있다.
.헤라클레스의 후손들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아네이라와의 사이에서 낳은 힐로스의 후손들을 헤라클레이다이(Heracleidae)라 지칭하는데 헤라클레스의 탄생에는 다음과 같은 비화가 있다.
제우스는 운명의 세 여신이 예언한 "기간테스의 침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인간 영웅의 도움이 필요하다"라는 말에 최고의 영웅을 탄생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위대한 영웅을 낳아줄 인간 여성을 찾다가 페르세우스의 손자 임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를 점찍었다. 제우스는 전술했듯이 암피트뤼온으로 변해 알크메네와 동침하였고, 이때 하룻밤도 모자라 이미 뜬 달을 가라앉히고 다시 뜨게 하기를 세 번 반복했다는 전승이 있는데, 기원전 1251년 9월 7일에 일어난 일식이 이 전승의 배경이 되었다는 추측도 있다.
헤라클레스의 출산이 다가오자 제우스는 곧 태어나는 페르세우스의 후손이 미케네의 왕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실을 안 헤라는 딸이자 출산의 여신인 에일레이튀이아(Eileithyia)에게 “알크메네의 출산을 지연시키고, 당시 페르세우스의 아들 스테넬로스의 아들을 임신 중이었던 니킵페의 출산을 앞당기라.”라고 명령했고, 에일레이튀이아가 명령대로 알크메네의 집으로 가서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주술을 써 알크메네는 진통에 시달렸다.
알크메네의 시종인 갈린티아스가 여신을 알아보고 "아이가 태어났다!"라며 소리치자, 에일레이튀이아가 놀라서 주술을 잠시 멈춘 사이에 알크메네는 무사히 아들을 낳았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에일레이튀이아는 갈린티아스를 족제비로 만들어 버렸다.
알크메네는 무사히 헤라클레스를 낳지만, 니킵페가 먼저 아들을 낳았기 때문에 헤라클레스 대신 니킵페의 아들 에우뤼스테우스가 미케네의 왕이 되는 것으로 운명이 바뀌었다.
헤라클레스가 태어난 직후에 제우스를 미워하는 헤라가 뱀을 보내 목 졸라 죽이려 했으나, 오히려 아기였던 헤라클레스가 뱀을 졸라 죽였다. 이에 암피트뤼온 부부는 헤라클레스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제우스의 아들임을 짐작하고 황야에 버려 하늘의 뜻을 물었다. 이때 아테나가 먼저 아기를 발견하고 아이의 신원을 숨긴 채 헤라에게 데려가 "버림받은 고아이니 젖을 먹여 살려주자"고 청했다.
헤라는 자신의 젖을 먹이되 불로불사의 힘은 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아기가 빠는 힘이 너무 강해 그럴 틈도 없이 젖을 먹이고 말았고, 자신의 젖을 먹자 모성이 생겨 원래 천상에서 떨어트려 죽이고자 했던 생각을 버리는 대신 고통스러운 처벌을 내리기로 한다. 몇몇 전승 중에는 젖을 물려주려고 하면서 그녀답지 않게 '용서해주자'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젖을 몹시 아프게 빨려버리고 헤라가 격노했다는 전개도 있다,
어쨌든 아기는 헤라의 젖을 먹은 후 부모에게 돌아가고, 제우스는 그런 헤라를 달래기 위해 헤라의 영광이란 뜻으로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오히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과는 다르게 헤라의 처벌로 온갖 시련을 받게 된다. 이는 구약성경의 욥기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헤라는 '가장 신실한 자를 괴롭히는 신'이라는 고대의 신의 전형적이면서 특수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헤라클레스와 욥은 공통적으로 '고생하는 신실한 자'의 포지션을 가진다.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의 자식임을 알게 된 암피트뤼온 부부에 의해 정성스런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양부인 암피트뤼온은 손수 그에게 전차 모는 법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여러 명사들을 초빙하여 뛰어난 교육을 받게 했는데, 아폴로도로스의 기록에 따르면 아우톨뤼코스에게 레슬링을, 에우뤼토스에게 활 쏘는 법을, 카스토르에게 중무장하고 싸우는 법(무기 사용법)을 배웠고, 다른 전승에서는 모든 영웅들의 스승인 케이론에게 교육을 받았고, 단순히 검· 창· 활등을 다루는 전투기술뿐만이 아니라 리라 같은 교양에 관련된 교육도 있었다.
하지만 욱 하는 성격이 있었던 헤라클레스는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리라로 자신을 욕한 선생을 때려죽여 살인죄로 고소당하게 되는데, 당연히 정당방위로 풀려났다. 암피트뤼온 부부는 이런 헤라클레스의 야만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키타이론 산에서 양치는 목동의 일을 하게 했다. 일부 전승에 따르면 이곳에서 헤라클레스는 화려한 쾌락의 여신 카키아(Kakia)와 수수한 미덕의 여신 아레테(Areté) 둘을 만나는데, 화려한 여신은 자신을 따르면 향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삶을 주겠다 했고, 수수한 여신은 자신을 따르면 험난하지만 영광스러운 인생을 겪게 될 거라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주저 없이 수수한 여신을 따랐고, 그대로 이루어져 누구보다도 험난한 인생을 살았으나 시련은 그를 영웅으로 이끌었다.
헤라클레스는 그렇게 목동의 일을 하며 18세가 되었을 때, 키타이론의 산에서 양아버지 암피트뤼온의 소를 습격하는 사자의 모습을 한 카타이론(Cithaeron) 신을 해치웠는데, 공식적으로 따지면 이것이 헤라클레스의 첫 괴수 퇴치인 셈이다. 키타이론의 사자는 테스피아이의 왕 테스피오스의 소들도 죽이던 사자였고, 헤라클레스는 테스피오스의 환대를 받으며 50일 머무르는 동안 키타이론에 사자 사냥을 떠났다. 이 때 테스피오스는 자신의 딸 50명에게 매일 밤마다 한 명씩 바꿔가며 동침을 시켰고, 헤라클레스는 밤마다 바뀌던 50명의 여자가 모두 한 사람인 줄 알았다고 하고, 동침하기 전에 술을 엄청 권해 취하게 만들어서 그랬다는 설명도 있는데, 임신 후에 이들이 낳은 아들들이 스파르타(Sparta)의 선조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전승에서는 테스피오스 왕의 딸 50자매 중 막내만은 나이가 어려 헤라클레스의 수청을 들지 않았고[, 훗날 헤라클레스 신전의 처녀 사제가 되었다고 한다.
여하튼 헤라클레스는 성공적으로 첫 사냥을 성공하고 고향인 테베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테베에 공물로 소 100마리를 걷으러 온 미뉘아이족의 나라 오르코메노스의 사자(使者)가 와 있었는데, 아폴로도로스의 기록에 따르면 테베가 오르코메노스에 소를 공물로 바치게 된 이유는 과거 오르코메노스의 왕 클뤼메노스는 웅케스트토스의 포세이돈 성전에 방문했고, 여기서 테바이의 왕족이던 메노이케우스의 마부 페리에레스가 던진 돌에 부상을 입어 빈사 상태로 오르코메노스로 돌아와서 결국 죽는데, 죽기 전에 아들 에르기노스에게 자신의 복수를 부탁했고, 에르기노스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테베를 공격한 뒤 20년 동안 소 100마리씩을 바치라는 조약을 맺었다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는 공물 대신 사신의 귀와 코, 손까지 잘라버리고 잘린 신체부위들을 끈으로 묶어서 사신의 목에 걸어 준 뒤 왕한테 바치라며 쫓아냈고, 당연히 분노한 오르코메노스의 국왕 에르기노스는 전쟁을 일으켜 테베를 공격했다. 비록 이 전쟁에서 양아버지 암피트뤼온은 전사했지만, 헤라클레스의 활약으로 오르코메노스의 국왕 에르기노스를 죽여 테베가 승리고, 반대로 오르코메노스가 테베에게 매년 공물로 소 200마리를 바치게 만들었다.
테베의 섭정이자 오이디푸스의 외삼촌인 동시에 처남인 크레온은 헤라클레스의 무공을 인정해 자신의 장녀 메가라(Megara)와 결혼시켰고, 헤라클레스는 도시 간의 전쟁을 해결하고 크레온의 사위가 되어 차기 왕위 계승자가 되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저주가 일으킨 광기로 인해 잠시 가족이 사자로 보이는 착각을 일으켜 자신의 가족을 살해하였다. 살해 피해자는 전승마다 조금씩 다른데, 대부분 첫 아내인 메가라와 아들들이지만, 메가라를 제외한 아들들만 살해한 전승도 있고, 메가라를 살해하지 않은 전승에선 12가지 과제를 끝낸 후 그녀를 히드라 퇴치 때 도와준 이올라오스와 결혼시켰다. 헤라클레스는 그리스의 여러 왕국을 정복해서 메가라의 아들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후 얻은 가족들에게는 이런 약속을 하지 않은 걸 보면, 이 사건이 상당한 트라우마가 되었던 것 같다.
헤라클레스는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친구 테세우스(Theseus)가 뜯어말렸고, 그의 조언으로 고대 그리스 도시인 델포이에 있던 아폴론의 성소에서 아폴론이 예언을 내리던 델포이의 신탁을 받기로 하는데, 성소의 신녀인 예언녀 퓌티아(Pythia)는 헤라클레스에게 “가족을 죽인 것에 대한 처벌로 미케네와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Eurysteus)의 노예가 되어 왕이 시키는 12가지 과업을 완수하라.”라는 신탁을 내린다.
1. 헤라클레스의 12과업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은 에우리스테우스가 직접 생각해서 낸 것이라는 전승과 헤라가 에우리스테우스에게 하달했다는 두 가지 전승이 전해지는데, 헤라클레스가 달성한 수많은 위업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12과업이고, 다음이 신이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1) 1번째 과업 (네메아의 사자 처치)
헤라클레스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업은 네메아의 사자를 처치하는 일이었는데, 네메아의 사자(Nemean lion, Leon Nemeios)는 네메아의 골짜기에 있는 단단한 가죽을 가진 거대한 괴물 사자로, 폭풍의 신 티폰(Typhon)과 하반신이 뱀인 미녀 괴물 에키드나(Echidna)의 자식이고, 형제로는 불사신의 물뱀 괴물인 히드라(Hydra)· 인면사자(人面獅子)인 스핑크스(Sphinx)· 지옥문을 지키는 삼두견(參頭犬)인 케르베로스Cer
berus)· 머리 2개에 뱀 꼬리가 달린 개인 오르토스(Orthros)· 어린 암염소인 키메라(chimaera, chimera)가 있다.
헤라클레스는 처음에 화살을 퍼부었는데 모두 사자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고, 창도 가죽을 뚫지 못하고 부러졌으며, 주특기인 몽둥이 찜질도 엄청나게 튼튼한 가죽과 근육 때문에 그 어떤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포기하지 않고 무려 1개월 가까이 싸우다가 사자가 지친 틈을 노려 사자의 목을 졸라 질식사시켜 승리했고, 죽인 사자의 발톱으로 어떠한 무기로도 뚫지 못했던 사자의 가죽을 벗겨 자신의 몸에 걸치고 다니게 되었다. 이 이야기가 특히 유명한 덕분에 몽둥이를 들고 사자 가죽을 뒤집어 쓴 남자 조각상이나 그림은 모두 헤라클레스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단, 예외로 유럽 조각상이나 그림에서 반 벌거숭이 근육질 사나이가 사자의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이 묘사된 경우 전부 헤라클레스를 묘사한 것은 아니고, 구약성경의 삼손을 묘사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아폴로도로스의 기록에 따르면 헤라클레스는 사자 퇴치 직전에 클레오나이의 양치기 몰로르코스의 집에서 묵게 되는데, 떠나기 전 몰로르코스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려고 준비하는 것을 보고 몰로르코스에게 “30일 만 기다렸다가 만약 자신이 살아 돌아오면 구원자 제우스에게 제물을 올리고, 자신이 죽으면 영웅인 자신에게 숫양 한 마리를 제물로 바쳐달라.”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30일이 지나자 몰로르코스는 죽었을 헤라클레스를 위해 숫양 한 마리를 제물을 바치려고 준비하던 중, 사자를 들고오는 헤라클레스를 보게 되어 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쳤고, 제우스는 죽은 사자를 별자리(사자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첫 번째 과업을 마친 헤라클레스가 잡아온 네메아의 사자를 보고, 에우리스테우스는 당연히 경악해 거대한 청동 항아리를 만들어 이후의 과업기간 동안 방공호로 종종 사용했다는 전승도 있고, 이외에도 헤라클레스를 직접 만나지 않고 코르페우스라는 전령을 보내서 지시했다는 전승도 있으며, 다른 전승에선 헤라클레스에게 “앞으로 과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성문 밖에서 보고하라.”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업적 하나만으로도 서사시로 구전되어 길이 빛날 영웅으로 이름 날렸겠지만, 헤라클레스에게는 작은 첫걸음일 뿐이었다.
(2) 2번째 과업 (히드라 처치)
헤라클레스의 2번째 과업은 히드라를 처치하는 일이었는데, 히드라(Hydra)는 레르네 늪에 사는 불사신의 물뱀 독사로, 맹독을 가진 아홉 개의 뱀 머리를 가지고 있고, 머리를 잘라내도 재생할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잘린 머리에서 2개의 새로운 머리가 나온다.
헤라클레스는 같이 동행한 조카 이올라오스와 함께 코와 입을 천으로 감싸 히드라의 독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싸웠는데, 먼저 불타는 장작을 던져 히드라가 밖으로 나오게 한 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지만, 히드라는 헤라클레스를 칭칭 감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퇴치하고 있을 때, 올림포스에서 이를 못마땅해 하던 헤라가 히드라를 도와주라고 카르키노스(Karkinos, Carcinus)라는 거대한 게를 파견했는데, 하필 상대가 다른 영웅도 아니고 그 헤라클레스인지라 발꿈치를 꼬집었다가 헤라클레스에게 밟혀 한 방에 등껍질이 박살 나 집게발 한쪽을 잃고 죽었다. 오죽 그 몰골이 처참했는지 헤라가 가엾게 여겨서 별자리(게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몽둥이로 히드라의 머리들을 쳐서 떨어뜨렸는데, 머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에 2개의 머리가 자라났기 때문에 아무 소용없었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를 잘라낼 때마다 이올라오스에게 불을 붙이게 하여 머리가 재생하지 못하게 하였고, 그렇게 재생을 차단하면서 차례차례 머리를 줄여나갔지만, 중앙에 있는 머리는 불멸이라서 어떠한 방법으로도 죽일 수가 없었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주변의 바위산을 통째로 들어서 짓눌러 버렸다고 하는데, 완벽하게 퇴치했다고는 못해도 히드라를 완전히 무력화시켰으니 퇴치 성공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에게서 뿜어져 나온 독을 화살에 묻혀 강력한 독화살을 만들었다. 히드라의 독은 그리스 신화에서 묘사되는 독 중 가장 강력한 맹독이라 한 방울만 닿아도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다 사망하며, 죽지 않는 신이라 할지라도 독의 고통이 크고 또 무슨 수를 써도 없앨 수 없어서 오히려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는 신세가 되어 독에 의해 죽는 게 더 편할 정도가 된다.
헤라클레스가 이렇게 2번째 과업까지 성공하지만, 재생을 막기 위해 조카의 손을 빌렸다는 점 때문에 헤라에게 과업 달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이후엔 더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더 받게 된다.
(3) 3번째 과업 (타이게테 생포)
헤라클레스의 3번째 과업은 케리네이아 산의 황금 뿔을 가진 암사슴인 타이게테를 상처를 입히지 않고 생포하는 일이었는데, 타이게네(Taygete)는 플레이아데스의 7 님프 자매의 일원이자 아르테미스의 시녀들중 하나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타이게토스 산에 거주하던 아름다운 토착 신이었다. 제우스가 이 아름다운 님프에게 눈독을 들이자 아르테미스는 타이게테도 칼리스토 꼴이 날까 봐 그녀를 사슴으로 변신시켰고, 그걸로는 안심이 안 된 나머지 아예 뿔을 달아줘서 수컷으로 위장시키기까지 했는데, 다른 전승에선 황금 뿔 사슴 다섯 마리가 뛰노는 걸 본 아르테미스가 마음에 들어 네 마리를 사로잡아 자신의 마차를 끌게 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훗날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위해 그대로 뒀다고 설명한다. 다만 결론적으로 아르테미스의 대처는 실패했는데, 제우스가 사슴의 정체를 모를 리 없었으니 기어이 타이게테를 취했고, 타이게테는 제우스의 아들 라케다이몬을 낳았으며, 라케다이몬은 훗날 스파르타의 시조가 되었다.
헤라클레스에게 내려진 황금뿔 사슴 타이게테 생포는 잘못해서 이 사슴을 해칠 경우, 헤리클레스와 아버지가 같은 배다른 이복 누나이자 사슴을 아끼는 아르테미스의 신벌을 받게 되는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당연히 화살, 창, 몽둥이 따위의 무기는 일절 쓸 수 없고, 올가미 같은 함정도 잘못하면 사슴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데다, 이 사슴은 화살보다도 빠르다고 할 정도로 빨랐다.
별 수 없이 헤라클레스는 호수와 바다를 넘으며 사슴을 끈질기게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지친 사슴을 생포했는데, 그 순간 사슴의 주인이자 누나인 아르테미스 여신이 나타나, 감히 자신이 총애하는 성수인 줄을 알고서도 손을 대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공손히 무례를 사죄하며 자신이 과업을 수행 중인지라 그리했으며 사슴을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확인시킨 뒤에는 책임지고 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아르테미스는, 사슴을 상처 없이 무사히 돌려주면 더는 따지지 않겠지만 만약 상처를 하나라도 낼 경우엔 그 자리에서 화살로 쏴서 목숨을 거두겠다고 경고를 하고 헤라클레스를 보내주었다.
헤라클레스는 사슴을 에우리스테우스 왕에게 데려가 확인시킨 뒤, 약속대로 상처 하나 없이 여신에게 돌려주었고, 깨끗하게 돌아온 사슴을 본 아르테미스도 헤라클레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일설에는 헤라클레스가 사슴을 생포해오기 전에, 아르테미스 여신이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나타나 "내 사슴을 확인한 후에 돌려주지 않으면, 내 벌을 받는 것은 헤라클레스가 아니라 네가 될 것이다."라고 미리 경고해뒀다고 한다.
(4) 4번째 과업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생포)
헤라클레스의 4번째 과업은 에리만토스(Erymanthian Boar)의 멧돼지를 생포하는 일이었는데, 에리만토스의 멧돼지는 여신 아르테미스가 인간들이 자신의 사냥터인 에리만토스산을 훼손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지상으로 보냈다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멧돼지였다.
헤라클레스의 과업 중에서도 쉬운 편에 속했고, 이 때문에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굳이 생포해 오라고 명령했으나, 네메아의 사자에 히드라까지 잡는 헤라클레스의 상대가 될 턱이 없었고, 몇 대 얻어 터지더니 멧돼지가 쫄아서 도망치다가 추격전 끝에 그대로 잡혔다.
어쨌거나 헤라클레스가 기껏 잡아왔는데, 에우리스테우스 왕은 기겁해서 방공호로 만든 청동 항아리에 숨어 확인했으니 놔주라고 했다고 하는데, 이에는 그냥 놔줬다는 전승도 있고, 에우리스테우스 앞에서 때려죽였다는 전승도 있다.
(5) 5번째 과업 ( 아우게이아스 왕의 우리 청소)
5번째 과업은 아우게이아스(Augeas) 왕의 가축우리를 청소하는 일로 영웅의 과업이라기에는 시시해 보이지만, 수백 마리의 가축이 수십 년간 싸질러 수십 년 묵은 오물을 청소하는 일로, 가축의 수와 시간은 전승마다 조금씩 다른데 토마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에서는 소의 수가 3,000마리의 가축이 있는 외양간을 약 30년간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나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가축이 엄청나게 많은 분뇨를 쌓아 올린 우리였는데, 때 아우게이아스 왕이 가축우리를 청소해 주면 우리 안의 가축 중 반을 주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헤라클레스는 옆에 흐르고 있던 강물의 흐름을 마구간 안으로 흐르게 물길을 파내 하루 만에 단번에 씻어냈다.
헤라클레스가 너무나 쉽게 청소를 끝내고 돌아오자 아우게이아스 왕은 “어차피 에우뤼스테우스의 지시를 받아서 한 거니깐 내가 보상을 줄 필요는 없다.”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에 헤라클레스는 이부형제인 이피클레스가 이끄는 군대와 함께 돌아와 빚을 갚으라고 요구했는데, 이때 아우게이아스 왕이 기습공격을 해 이피클레스가 창에 찔려 죽었다. 헤라클레스는 더더욱 분노해서 마침내 아우게이아스를 붙잡은 뒤 찢어 죽였고, 이후 왕위는 헤라클레스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변호하다가 둘리키온 섬으로 추방당했던 아우게이아스의 맏아들 필레우스에게 넘겨졌다.
어쨌든 이 과업 때문에 아우게이아스의 가축우리(Augean stable)는 오랫동안 쌓여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 덩어리나 엄청나게 어렵고 오래 걸리는 과업을 비유하는 단어인 동시에 그렇게 오래되고 어려운 과업을 초인적인 능력이나 노력으로 단숨에 해결하는 일을 비유할 때도 쓰인다. 다만, 빵의 역사를 쓴 독일의 역사학자 하인리히 야콥(1889~1967)은 이 신화에서 고대 그리스인들의 농업에 대한 경시가 보인다고 평했다. 국토의 거의 대부분이 산악지대가 많아 그나마 있는 평지들도 지력이 그리 좋지 못한 편인 그리스의 자연환경을 고려하면 저 엄청난 분뇨들은 훌륭한 퇴비가 될 수 있었는데 그걸 그냥 물로 흘려버린 걸 영웅의 대업이라고 절대 볼 수 없다고 악평을 한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도 그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파리의 하수도 시스템을 소개할 때 이 사건을 언급하며 파리 시민들의 분뇨가 하수도관 바닥에 쌓이거나 바다로 흘러가게 하기보다 농업용 거름으로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저 정도의 오물이면 비료 이전에 역병의 온상이 되기 때문에 재활용 생각하느라 어물쩍거리지 말고 한 시라도 빨리 치워 없애는 게 답이긴 하다.
한편, 이 과업은 헤라가 “헤라클레스가 직접 청소한 게 아니라 강의 신이 헤라클레스를 도와 청소한 것이며, 아우게이아스에게 보상을 요구했었기 때문에 무효다.”라고 딴죽을 거는 바람에 무효처리되었고. 헤라클레스에겐 다른 과업이 늘어나게 되었다.
(6) 6번째 과업 (스팀팔로스의 새 사냥)
6번째 과업은 스팀팔로스 호반의 청동으로 된 날개와 부리와 발톱으로 사람들을 마구 해치는 식인 괴조인 스팀팔로스의 새(Stymphalian birds)들을 모두 소탕하는 일이었는데, 이 새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 스팀팔로스(Stymphalos)와 오르니스(Ornis)의 자식으로 아레스가 시체를 쪼아먹도록 기르는 새들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아테나가 빌려준 청동 방패를 두드려 날아오르게 했는데, 아테나가 청동 방패를 빌려준 것은 헤라클레스에게 우호적인 반면 아레스를 싫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승에서는 공통적으로 새를 쫓기 위해 노래를 불렀는데, 헤라클레스도 노래는 영 젬병이었던 모양으로, 그리스의 한 시인이 쓴 시의 내용에서 “황야의 저편, 파도 사나운 바다 저쪽까지 들릴, 아무리 찬양하더라도 곱다고는 하기 어려운 노래...”라고 표현하였다.
청동으로 무장한 새떼라고 하니 제법 강해 보이지만, 새들의 청동 부리와 발톱은 헤라클레스가 뒤집어쓴 네메아 사자 가죽을 뚫지 못했고, 헤라클레스가 쏜 히드라 독화살에 전원이 그대로 전멸했다고 하는데, 다른 전승에서는 몇 마리가 도망쳐서 흑해에 있는 아레티아스 섬에 정착했고, 후에 아르고호 원정대가 거기서 그 새들을 보았다는 설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죽은 새를 몇 마리 가져가 과업을 해냈다는 증거로 에우뤼스테우스에게 보여주었다.
므네사에스(Mnaseas)의 전승에선 조금 다르게 나온다. 그 전승에선 스팀팔로스의 새들이 여인들로 나오는데, 이들은 아르디카 왕 스팀팔로스(Stymphalos)와 왕비 오르니스(Ornis)의 딸들이다. 이들은 헤라클레스를 접대에 관습을 어기고 잘 대접하지 않아 헤라클레스에게 살해당하는데, 이를 반영했듯 스팀팔로스의 아르테미스 신전에는 새 장식도 있지만, 새의 발을 가진 여인들의 조각상도 있다.
(7) 7번째 과업 ( 크레타의 황소 생포)
7번째 과업은 크레타의 미친 황소를 생포하는 일이었는데, 헤라클레스의 과업이 다 그렇듯 이 황소도 보통 황소는 아닌 것이 포세이돈이 자신에게 바치라고 크레타 왕 미노스(Minos)에게 줬던 황소이자, 소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괴인 미노타우로스 (Minotauros)의 생부이다.
미노스는 해신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형제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크레타의 왕이 되었는데, 이후 포세이돈은 그에게 왜 자신에게 약속한 소 제물을 바치지 않냐고 따졌고, 이에 미노스가 제물로 바칠 훌륭한 소가 없다고 하자, 포세이돈은 파도로 하얀 황소를 만들어줬다. 그런데 미노스의 아내 파시파에(Pasiphaë)가 이 잘생긴 황소를 몹시 마음에 들어한 나머지 제물로 바치지 말고 자신에게 달라고 부탁했고, 미노스는 그 부탁을 들어주어 제물로 늙고 병든 다른 소를 대신 바쳤다.
포세이돈은 당연히 이 제물 횡령 사태를 금방 알아챘고, 분노해서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문제의 소를 아예 사랑하도록 저주를 내렸는데, 재미있게도 이 소는 암소만 보면 발정이 나 난리를 치면서도 인간의 접근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니 파시파에로서는 소에게 다가갈 도리가 없었고, 결국 암소를 향한 질투에 눈이 먼 파시파에는 당대 최고의 발명가 다이달로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이달로스는 가짜 암소 모형을 만들어줬고, 왕비는 이 가짜 암소 안에 들어가 옆구리의 구멍을 통해 황소를 만질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 암소 엉덩이에도 구멍이 나 있다. 결국, 왕비 파시파에는 소를 만지는 데에서 그치지 못하고, 결국 소와 수간을 하고 마는데, 여기서 태어난 괴물이 미노타우로스였다.
포세이돈의 분노는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고 나서도 끝나지 않아서 황소를 미쳐 날뛰게 만들었고, 그걸 헤라클레스에게 잡으라고 한 것이었다. 멧돼지와 마찬가지로 난이도 조절을 위해 생포해 오라는 번거로움이 붙었는데, 물론 앞뒤 볼 것 없이 힘싸움에 밀려 손쉽게 무력화하고 생포했다. 다른 전승에서는 황소가 헤라클레스에게 생포 당해 잡혀간 뒤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났다는 설도 있고, 파시파에가 이 황소와 관계를 가져서 미노타우로스를 낳은 이후, 황소가 신의 저주로 인해 미쳐 날뛰며 사람을 헤치고 다녔다는 설도 있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이 소를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바쳤지만 에우리스테우스도 그 소가 별로 갖고 싶지 않았던지 헤라클레스에게 주었고, 헤라클레스도 그다지 갖고 싶지 않았는지 방생했다. 크레타의 황소는 제 성질 못 죽이고 그리스 땅을 돌아다니며 날뛰다가, 마라톤 평원에서 안드로게오스를 죽여 버리고 아들의 원수이기도 한 테세우스의 손에 죽었다고 한다. 한편 미노타우로스는 태어나고 얼마 안 돼 순식간에 거대해져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었고, 전술한 바 있듯이 미노스 왕은 크노소스 궁전 안의 미궁 라비린토스에 가두는데, 후일 테세우스가 와서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 탈출 불가능한 라비린토스를 통과했다.
(8) 8번째 과업 ( 디오메데스 왕의 식인 말 생포)
8번째 과업은 디오메데스 왕 소유의 식인 암말을 생포하는 일었는데, 이들은 디오메데스의 명령에 따라 죄수들을 잡아먹던 암말들이 있었다.
이 말들은 네메아의 사자처럼 티폰의 자식도 아니고, 스팀팔로스의 새처럼 신이 부리던 괴물도 아니며, 아우게이아스 왕의 가축들처럼 신이 축복을 내린 가축도 아니었고, 케리네이야의 암사슴처럼 신의 총애를 받았던 것도 아니다. 신하고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개 동물이 정신 나간 왕의 수작질 때문에 수많은 식인 끝에 입에서 불을 뿜는 괴물이 되었고 신의 반열에 올랐다. 즉 신들의 눈에는 이 암말들이 네메아의 사자와 다를바 없는 위험한 괴물로 보였고, 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행위로 봤다는 소리다.
디오메데스는 처음에는 암말들에게 사형수들을 먹이다가 자신과 팡크라티온 승부에서 패배한 이방인들을 먹이로 주었는데, 과업을 수행하러 온 헤라클레스를 잡아먹으라 명했다. 암말들은 왕의 명령으로 헤라클레스에게 덤벼들었는데, 역시나 헤라클레스에게 상대가 안 되어 암말과 왕을 생포하여 과업에 성공하였고, 헤라클레스에게 붙잡힌 왕은 자신이 죄수들과 이방인들에게 했던 것처럼 말의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고 말았다.
헤라클레스는 이후 말을 에우리스테우스 왕 앞으로 데려갔으나, 왕은 식인마 같은 위험한 짐승을 나라 안에 둘 수 없다고 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이 말을 처분했는데, 여기에서도 다양하게 전승이 갈려진다.
암말들이 더 이상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아르고스 일대의 평원에 자유롭게 방사를 해 살아남았다는 게 가장 흔한 전승인데, 이에 따르면 헤라가 봉헌 제물로서 받아들인 덕에 명마의 혈통은 살아남았고, 이 암말의 후손이 트로이 전쟁에 참가했다고 전하는 전승도 있고, 여담으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애마인 부케팔로스가 이 말의 후예라는 전설이 있다. 반대로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이 말을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려는데 제우스도 이 말을 꺼려서 야수의 사냥감으로 처리했거나, 혹은 헤라클레스가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죽였다는 전승도 있다.
(9) 9번째 과업 (히폴리테의 허리띠 구해오기)
9번째 과업은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Hippolyta)의 허리띠를 구해오는 일이었는데, 히폴리테는 아마조네스의 여왕이자 선대 여왕 오트레레와 군신 아레스의 딸인 반인반신의 인물로, 셰익스피어의 명작 '한여름 밤의 꿈'은 히폴리테와 힘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쌍벽을 이룬 지혜의 영웅 테세우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9번째 과업이 허리띠를 가져오는 것인 이유에 대해서는 아레스가 직접 아마존에게 선물한 보물이기에 에우리스테우스가 자신의 딸 아드메테에게 선물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전승이 있는데, 에우리스테우스와 안티마케의 딸 아드메테가 에우리테우스에게 "아마존에 이런 신물이 있다니 헤라클레스에게 그걸 가져오라 하시죠, 성공하면 그 신물이 아버지 소유가 되니 좋은 거고 못 가져오고 죽어도 손해 볼 것 없습니다" 하고 제안한다. 다만, 다른 전승에는 헤라클레스가 히폴리테의 자매 멜라니페를 납치했고, 히폴리테가 멜라니페의 몸값으로 자신의 허리띠를 주려 했다는 전승도 있다.
또한, 전승에는 “ 헤라클레스가 저항하는 히폴리테의 부하들과 전면전을 벌여서 빼앗아왔다.”라는 버전도 있고, “히폴리테가 헤라클레스에게 반해 하룻밤을 보내는 조건으로 그냥 주려고 했는데, 헤라의 방해로 내분이 일어나 전투가 벌어졌다.”라는 버전도 있는데, 공히 아마존이란 부족의 호전적 성격에서 기인한다는 전승과 맥을 같이 한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히 물건을 얻어오거나 여전사 집단인 아마존과 싸워서 이기고 그 증거를 가져오라는 정도의 과업 같겠지만, 아마존은 '정절을 매우 중요시하는 여전사 집단'이었고, 따라서 과업의 내용은 여왕과 싸워서 허리띠라는 물건을 가져오라는 정도가 아니라, 아마존 중에서도 여왕과의 하룻밤을 보내고 그 증거를 가져오라는 뜻이 되어 당연히 과업이라 부를 만하다
먼저 아마존에 대해 살펴보면, 아마존(Amazon)은 구성원이 여성 뿐인 단일성별 사회로 유명한 호전적 민족으로, 복수형은 아마조네스(Amazones)인데, 아이를 가지기 위해 남자를 납치해 덮친 후 살해하며, 낳은 아이도 남자면 살해하거나 운이 좋아서 살아도 평생 노예로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군신 아레스의 후손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사냥의 신이자 모든 소녀들과 들짐승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 여신을 숭배한다. 아마존이라는 이름은 무기를 더 잘 다루기 위해 한쪽 가슴을 잘랐던 데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이 있고, 신분에 따라 무기가 나뉘는데, 신분이 높은 아마존은 활을 주 무기로 쓰며 화살을 쏘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자르고, 신분이 낮은 아마존은 단검을 쓰고 방패를 들기 위해 왼쪽 가슴을 잘랐다고 한다.
헤로도토스는 "남자를 죽이는 자"란 뜻의 안드록토네스(Androktones)라 불렀고, 스키타이어로는 오이오르파타(Oiorpata)이고, 이들이 사는 땅의 이름은 테미스퀴라(Themiscyra)인데, 그 외에도 남자로만 이루어진 부족인 가르가레이(Gargarei, 복수형 Gargareis, 영어로는 Gargarean)와 1년에 한 번 결합했단 이야기도 있다.
유일하게 전해지는 헬레니즘 시대의 서서시 로도스의 아폴로니우스의 아르고나우티카(Argonautika)에 의하면, “종족에 따라서 셋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데, 히폴리테가 다스리던 테미스키라의 아마조네스, 리카스티아가 다스리는 아마조네스, 창던지기의 명수 카디시아의 아마조네스가 있다.”라고 한다.
종합해 보면,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의 명에 따라 허리띠를 가지러 아마존으로 갔는데, 히폴리테는 소문으로만 듣던 대영웅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첫눈에 반해 최상급의 환대로 헤라클레스를 맞이했다. 또한, 헤라클레스가 허리띠를 요구하자 흔쾌히 승낙하는 대신 자신과 결혼하여 헤라클레스를 닮은 늠름한 여자아이를 낳게 해 달라고 제안하는 등 얘기도 술술 풀려나갔고, 그대로라면 과업 중 가장 무난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헤라클레스가 잘 되는 꼴이 몹시 불쾌했던 헤라는 아마존 전사로 변신하여 "헤라클레스가 우리들의 왕을 납치하려 한다."라고 호전적인 아마존 전사들을 선동하였고, 이에 속은 아마존 전사들이 헤라클레스와 히폴리테의 침실로 쳐들어가자, 이에 놀란 헤라클레스는 왕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수작을 부린 것으로 오해해 필사적으로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히폴리테를 살해하고 탈출했다. 다른 버전에는 “역시 변신한 헤라가 왕이 헤라클레스에게 빠져 우리를 버리고 그와 함께 가려고 한다며 선동했고, 속은 아마조네스들이 침실로 들이닥쳐 왕을 죽였다,”는 전승과 “역시 변신한 헤라가 선동없이 침실서 얌전히 자고 있던 히폴리테를 돌연사시키고, 다음날 아침 수발을 들러 온 전사가 이를 헤라클레스가 죽였다고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전승이 있다.
전승이 어느 쪽이든 헤라클레스는 허리띠를 구해오지만, 여왕은 비극적인 말로를 맞는다.
(10) 10번째 과업 (게리온의 소를 데려오기)
10번째 과업은 머리와 몸통이 셋 달린 괴물 왕 게리온이 가지고 있는 소들을 가져오는 일이었는데, 게리온(Geryon)은 게뤼오네스(Geryones) 혹은 게뤼오네우스(Geryoneus)라고도 하며 2개의 다리와 3개의 몸통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다.
게리온은 머나먼 서쪽 바다에 있는 에리테이아 섬에 살면서 멋진 소떼를 소유하고 있었다. 튀폰(Typhon)과 결혼한 에키드나(Echidna)와는 남매지간이고 또 다른 괴수인 라돈(Radon)과는 형제지간으로, 거인 에우리티온(Eurytion)과 안타이오스(Antaios)가 소몰이꾼이고 자신의 조카인 머리가 두 개 달린 괴물 개 오르트로스(Orthros)가 도둑이 오지 않나 지켜보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인의 관점으로는 괴물들의 혈육이니 게뤼온 역시 사악한 존재라고 본 모양이지만, 사실 게리온은 다른 괴물 일가친척들에 비해 딱히 나쁜 짓을 했다는 기록이 없고, 그냥 부유한 이종족 목축업자였을 뿐인데 결국 그의 재물(소떼)이 목숨을 앗아가는 원인이 되었다.
헤라클레스의 소떼를 훔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괴물 게뤼온뿐만 아니라 거대한 소몰이꾼 에우리티온(안타이오스), 머리가 두 개 달린 파수견 오르트로스까지 만만치 않은 괴물 세 마리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서쪽의 가장 끝 땅에 있다는 게리온의 섬으로 가기 위해 첫번째 경로인 아틀라스산맥을 돌파하기 위해 산맥을 파괴해서 지중해와 대서양을 연결해버리는 일을 강행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지브롤터 해협이고, 부순 아틀라스 산맥은 헤라클레스의 두 기둥이 되었다. 다른 전승에 의하면 땅끝에 도착한 기념으로 두 산맥을 쌓아 올린 것이 두 기둥이 되었다고 하는데, 어쨌든 헤라클레스는 땅끝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경로 바다에 도착했다.
헤라클레스가 두번째 경로인 바다로 가자 태양이 지지않고 바다의 풍랑이 지나치게 거칠어서 신들이 자신을 시험한다고 여기고 신들에게 자신의 최종병기 히드라 독화살을 꺼내 들어 겨누었다. 이 부분에서 그리스 전승과 로마 전승 2개에 좀 다른 내용이 존재하는데, 이걸로 ”태양신 헬리오스를 겨눴다.“는 내용까지는 그리스와 로마 모두 동일하지만, 그 이후는 좀 다르다.
그리스 전승에서는 헤라클레스가 더위에 지쳐 자신을 시험하는 태양을 향해 활을 쐈고, 헬리오스가 헤라클레스의 용기와 기지가 마음에 들어 황금 그릇을 빌려준다. 반대로 로마 전승에서는 헤라클레스가 황금배를 내놓지 않으면 쏜다고 헬리오스를 겨눴고, 이에 겁먹은 헬리오스가 황금배를 내놓는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후 헤라클레스가 황금그 릇을 타고 무사히 바다를 건너 에리테이아 섬에 도착한다. 반면, 로마신화에서는 이후 헤라클레스가 황금배를 타고 에리테이아 섬으로 향하는 도중 풍랑이 거칠어지자 바닷파도에 화살을 겨누며, 이에 겁먹은 대양강(大洋江)의 신 오케아노스(Oceanos)가 풍랑을 원래대로 만들어 주는데, 전술하고 있듯이 그리스 전승에서는 오케아노스가 나오지 않는다.
결국, 게리온의 섬에 도착한 헤라클레스는 상륙하자마자, 황소를 지키는 머리 둘 달린 개 오르토스와 거인 보초 안타이오스를 몽둥이로 죽이고 게리온 역시 죽이는데, 다른 전승에 의하면 히드라의 독화살로 몸통 하나하나에 박아 셋 모두 몰살시켰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소 떼를 몰고 돌아와 헤라에게 제물로 바쳤는데, 일설에 따르면 원래 여기서 헤라클레스의 10개 과업이 전부 완수되었어야 했으나, 에우리스테우스(또는 헤라)가 그 중 2개 과업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선언해 2가지 과업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11) 11번째 과업 (황금 사과를 구해오기)
11번째 과업은 저쪽 끝에 있는 축복받은 정원을 돌보는 님프 헤스페리데스(Hesperides)가 지키는 황금사과를 구해오는 일이었는데, 황금사과의 정체에 대해서는 오렌지, 레몬, 마르멜로 등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이런 수많은 사건들을 일으킨 물건답지 않게 별 이렇다 할 능력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반대로, 북유럽 신화의 황금사과는 신들이 시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이걸 먹고 젊음을 되찾고, 이쪽은 그리스와는 달리 직접적으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흔히 '청춘의 황금사과'라고도 부르는데, 중국과 한국권의 볼노초, 인도의 불사 음료인 암리타, 그리스·로마의 넥타르와 암브로시아처럼 한 번 먹는다고 영속 효과가 있는게 아니고 정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늙어버리지마, 그래도 다행인건 이미 늙은 후에 먹으면 다시 젊어진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불로장생을 책임지는 젊음의 여신 이둔(Ydun)이 재배하는 듯한데, “ 변신하는 존재인 로키(Loki)가 거인 트야치(Thiassi)에게 잡혔을 때, 트야치가 로키를 놔 주는 조건으로 이둔을 납치하도록 지시했으며, 로키가 이둔을 트야치에게 넘긴 순간부터 신들이 사과를 먹지 못해 모두 늙어버렸고, 이 때 프레이야에게 매로 변하는 옷을 받은 로키가 나서서 이둔을 도로 구출해왔다.”라는 내용으로 보아서다.
황금사과는 전술한바 있듯이, 불화의 여신이 헤라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 앞에 가장 아름다운 이를 위한 상으로 사과 하나를 던진사과이기도 한데,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시켜서 트로이 땅에서 양을 치던 미청년 파리스를 불러 심판을 맡겼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후 페리클로스가 건조한 함선들을 타고 스파르테로 출항했으며, 아프로디테 여신은 약속대로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인도했는데, 결국 파리스는 이미 남편이 있는 헬레네를 빼앗아서 트로이 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원흉이 되고, 트로이가 멸망하게 되면서 트로이의 입장에서는 천하의 매국노가 된 셈이었다
황금사과는 제우스와 헤라가 결혼할 때, 태초의 신 가이아가 헤라에게 선물한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였는데. 어찌보면 모든 과업 중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게, 첫 번째 황금사과가 있는 곳을 인간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고, 두 번째 이유는 여기서 나오는 사과를 지키는 용인 라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모든 괴수를 통틀어 가장 무지막지한 스펙을 자랑하는 괴물이며, 셋째로 헤라의 결혼 선물을 훔쳐 오라는 소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헤라클레스는 황금사과를 성공적으로 탈취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전승이 있다. 먼저, 로도스의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에 따르면 헤라클레스가 직접 황금 사과를 지키는 용인 라돈을 죽이고 사과를 탈취했다는 전승인데, 이 전승은 부정당했다. 일단 라돈은 프로메테우스가 직접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 가죽과 히드라 독화살이라는 희대의 사기템을 동원해도 이길 수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히드라의 독에도 면역인 불멸의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돈은 에키드나, 게리온과는 남매 사이이며 네메아의 사자, 히드라, 오르토스의 외숙으로, 당연히 형제와 조카들을 죽인 헤라클레스에게 이를 박박 갈고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라돈이 황금사과를 지키는 장소는 헤라의 정원인 만큼, 그 곳에서 헤라클레스가 라돈과 싸움이 붙어 소란을 피우고 사과를 훔쳐오는 것은 안 그래도 헤라클레스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헤라를 정면으로 모욕함으로써 신벌의 빌미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무슨 수를 써서든 라돈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쳐도, 애시당초 황금사과는 절대로 인간이 딸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전승은 프로메테우스의 조언을 듣고 티탄 아틀라스 대신 헤라클레스가 하늘을 지고 있는 사이에 아틀라스가 사과를 구해왔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상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전승으로 차라리 황금사과의 또 다른 수호자들인 헤스페리데스를 딸들로 둔 아틀라스에게 부탁하여 조용히 사과를 얻어오는 것이 조금 귀찮아도 훨씬 깔끔한 방법이고, 실제로 이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틀라스는 헤라클레스의 부탁을 선선히 들어주는 듯했으나 황금사과를 가지고 돌아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내가 지금까지 하늘을 들고 있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네 과업을 내가 대신해 줄 테니 헤라클레스 너는 나 대신 계속 하늘을 들어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놀란 헤라클레스는 잔머리를 굴려 "그렇게 하겠는데 하늘이 너무 무거워서 그러니 몸을 좀 풀고 들겠다. 이렇게 무거운 건 처음 들어 봐서 잘못하다 떨어뜨릴 것 같으니, 자세를 제대로 잡게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에 아틀라스가 헤라클레스를 도와주려고 혹은 진짜로 하늘을 떨어뜨릴까 봐 걱정이 돼서 시범을 보이느라고 하늘을 받쳐 들자, 헤라클레스는 냉큼 몸을 빼내고 황금사과를 챙긴 뒤 아틀라스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유유히 떠났다.
황금 사과는 이후 에우리스테우스 왕이 헤라에게 제물로 바쳤다는 전승, 아테나 신에게 바치자 아테나가 헤라 여신에게 돌려주었다는 전승, 헤라클레스가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주려고 했지만, 에우리스테우스가 그건 신만이 가질수 있다며 거절해서 아테나에게 바쳤다는 전승이 있다.
(12) 12번째 과업 (케르베로스 생포)
12번째 마지막 과업은 하데스의 지하세계인 저승을 지키는 개 케르베로스(Kerberos)를 생포하는 일이었는데, 케르베로스는 폭풍의 신 티폰과 아름다운 여인의 상반신에 하반신이 징그러운 뱀인 에키드나의 아들이자, 키메라와 히드라의 남매 형제간이다.
이 과업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로 살아서 수행할 수 없는 임무였는데, 당장 산 사람인 헤라클레스가 신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저승에 갈 수도 없거니와, 이번 과업의 목표인 케르베로스는 개의 머리 3개에 수많은 뱀의 머리가 등에 달려 있어 머리만 해도 총 50개이고, 청동과 같이 울리는 목소리에 용의 꼬리를 가지고 어느 누구에게도 겁먹지 않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생포는커녕 맞상대부터가 어려운 놈이었고, 또 어떻게 때려잡는다 해도 에키드나의 자식이자 네메아의 사자와 히드라의 남매이고 라돈과 게리온의 조카로 남매들과 외삼촌의 원수인 헤라클레스를 고분고분 따라나올 리도 없었다.
헤라클레스느 하도 어이가 없어 에우리스테우스에게 내가 무슨 재주로 저승에 살아서 가냐고 물었으나 에우리스테우스는 그거야 알아서 하는 거라며 나 몰라라 했고, 결국 헤라클레스는 정말로 죽어서 저승에 내려갈 생각까지 했는데, 다행히 헤르메스가 도움을 주어 죽지 않고 저승에 갈 수 있었다.
저승에 간 헤라클레스는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를 만나 사정을 말해주며 케르베로스를 생포하겠다고 부탁하자, 하데스는 엄연히 저승의 문지기인 케르베로스를 무턱대고 데려가라 할 수는 없어서, 맨손으로 제압할 수 있다면 데려가도 좋다는 조건부 허락을 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세 목을 동시에 졸라버려 제압하는데 성공했고, 하데스도 진짜로 성공할 줄은 몰랐는지 이를 보고는 놀라며 어이없어했다고 한다.
헤라클레스는 생포한 케르베로스를 붙잡아 과업을 완수하고 이승에 돌아왔는데, 이때 하데스에 의해 붙들려 있던 친구 테세우스를 발견하곤 겸사겸사 구출해 같이 이승으로 데리고 돌아왔다고 한다. 명부의 파수견을 진짜로 본 에우리스테우스 왕은 깜짝 놀라고는 무서워서 청동 항아리에 또 숨어버리며, 과업은 끝났으니 왕궁에서 나가 달라고 애걸하여 이때부터 헤라클레스는 완전한 자유가 되었고, 헤라클레스는 케르베로스를 원래 장소인 명계에 놓아주었다.
2. 옴팔레 여왕의 노예가 되다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제를 끝냈고, 한동안은 잘 지냈으나 다시 문제가 생겼다.
오이칼리아의 왕 에우리토스의 딸인 공주 이올레(Iole)와 재혼하기 위해 오이칼리아에서 궁술 시합에서 우승을 했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의 광증을 우려한 왕 에우리토스는 자신의 딸이 사위가 될 헤라클레스에게 헤라클레스의 전처였던 메가라처럼 죽임을 당할까 봐 이올레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우리토스의 말들이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나자 왕은 헤라클레스를 의심했고, 헤라클레스는 화가 나 오이칼리아를 나오게 된다. 이때 당시 왕자였던 이피토스는 헤라클레스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영웅이 되어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받는 헤라클레스를 본 헤라가 헤라클레스의 광증을 재발시켰고,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도와준 이피토스를 살해하고 말았다. 헤라클레스는 이 와중에 넬레우스에게 이피토스 살인죄를 정화시켜달라고 요구했지만, 넬레우스는 에우리토스와 친분이 있었기에 거절했고, 결국 헤라클레스는 그 보복으로 넬레우스와 그 아들들을 죽였다.
그후 헤라 클레스는 이피토스 살인건에 대해 델포이 신전으로 가서 신탁을 받으려 했으나, 예언녀 퓌티아에게서 어떤 신탁도 받질 못하자 퓌티아가 앉은 삼각대 모양의 의자를 빼앗으려 했고, 이에 아폴론이 나타나 헤라클레스를 제지하려 했다고 한다. 결국, 제우스가 나서서야 둘은 싸움을 그만두었고, 헤라클레스는 이후 죄값을 치르기 위해 3년간 윤락과 쾌락을 일삼았던 모계 중심국가 옴팔레 여왕의 노예로 살게 되는데, 이때는 옴팔레와 옷을 바꿔서 입는다든가 시녀 옷 입고 시녀들과 길쌈이나 실을 짠다든가 축제 때는 곁에 동반하면서 황금 양산으로 시중을 드는 등 지금까지는 몰랐던 여성성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되고, 이 경험으로 원초적인 야만성이 조금은 누그러졌다고 한다.
이후, 헤라클레스는 12과업을 완수하러 케르베로스를 사로잡으러 명계에 갔을 때, 친구 멜레아그로스(Meleagros)로부터 받은 "누이 데이아네이라(Deianeira)를 아내로 삼아달라."는 부탁을 지키려 데이아네이라를 찾아가게 되는데, 강의 신 아켈로오스도 마찬가지로 데이아네이라를 차지하려 해서 헤라클레스는 강의 신 아켈로오스와 결투했다. 당시 아켈로오스는 헤라클레스를 이기기 위해서 뱀이며 황소며 변신까지 하며 달려들었지만, 뱀은 헤라클레스가 갓난아기 때 둘이나 해치웠으니 쉽게 처치했고, 황소로 변신했을 때는 뿔 한쪽을 뽑아버려 결국 헤라클레스가 승리하여 데이아네이라를 차지해 두 번째 아내로 삼았다.
헤라클레스가 두 번째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데리고 제 갈 길을 가는데, 길목에는 강이 자리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아내와 강을 건널 때 반인반마 종족 켄타우로스의 일원인 네소스(Nessus)가 한 명씩 강을 건네주는데, 흑심을 품은 네소스가 데이아네이라와 헤라클레스와 서로 떨어지는 순간을 노리는 바람에 데이아네이라가 겁탈당할 뻔 했다. 놀란 헤라클레스는 네소스에게 히드라의 독화살을 쏘았고, 네소스는 그대로 절명하게 된다.
3. 헤라클레스의 최후
헤라클레스의 최후는 이렇게 다사다난한 생을 보냈던 대영웅에 걸맞지 않게 비참했는데, 아내 데이아네이라를 노리고 있었던 켄타우로스 네소스의 음모 때문이었다.
네소스는 데이아네이라를 납치하려다가 히드라의 독화살을 맞고 죽어가면서, 복수를 위해 데이라네이라에게 거짓 사과를 하며 사죄의 표시로 자신의 피를 받아뒀다가 남편의 사랑을 되찾고 싶으면 남편의 속옷에 바르라고 했다.
데이아네이라는 네소스의 피를 받아 보관해 두었고, 이후 헤라클레스가 오이칼리아를 정벌하고 예전에 활쏘기 내기에 도전하면서 얻으려고 했던 그곳의 공주 이올레를 데려온다는 이야기를 듣자, 데이아네이라는 헤라클레스의 속옷에 독화살을 맞아서 히드라 독이 섞인 네소스의 피를 발라 인편에 보냈다. 헤라클레스는 이 속옷을 입자마자 전신이 불에 타는듯한 고통을 느꼈고, 옷을 가져온 시종 리카스를 집어 던져 절명 시키고 속옷을 벗으려 하나, 옷이 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자신의 살까지 함께 뜯어내 버렸다. 그 길로 헤라클레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돌아왔고, 이 꼴을 본 데이아네이라는 자기가 네소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죄를 뉘우치며 자살했다.
다른 전승에서도 헤라클레스의 최후가 묘사되었는데, 과거에 제우스로부터 산 자가 아닌 죽은 자에게 죽을 거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 예언대로 네소스에게 속은 데이아네이라가 보낸 예복을 입고 히드라의 독 때문에 고통받는다. 데이아네이라가 아들들과 남편에게 원망을 듣고 자살하자, 아들 힐로스(Hyllos)는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데이아네이라를 원망하며 힐로스에게 이올레와 결혼하라고 한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테지만,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젖을 먹은 불사의 몸이기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고통을 받다가, 결국 자신을 화장할 나무들을 죄다 모아 오이타 산의 높은 곳에 쌓아 놓고 그 위에서 불로 분신해 최후를 맞았다. 이때 헤라클레스는 장작더미에 누운 뒤 사람들에게 어서 빨리 자신에게 불을 붙이라고 명령했지만, 감히 헤라클레스에게 불을 붙여 죽이려는 짓을 할 수 없다며 대성통곡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에 계속 지연되었다. 그러다 행인으로 지나가던 테살리아의 멜리보이아 왕이 된 목동 포이아스(Poeas)가 용기를 내어 불을 붙여주었는데, 전승에 따라서는 포이아스의 아들인 필록테테스(Philoctetes)가 울면서 불을 붙여주었고, 헤라클레스가 보답으로 자신의 활과 화살을 필록테테스에게 물려주었다는 설도 있다.
4. 신이 된 헤라 클레스
헬라클레스가 불로 자신의 몸을 태워 어머니에게서 받은 인간의 육체는 사라졌지만, 그의 영혼은 신인 제우스에게 받은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죽은 게 아니었고, 아테나가 제우스의 명령을 받아 헤라클레스를 올림포스로 데려오는데, 물론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올림포스에 온 것에 대하여 불평했다.
이윽고 예언대로 올림포스 신들과 기간테스의 전쟁 기간토마키아가 벌어지고, 헤라클레스는 신들의 편에 서서 싸우게 되었다. 헤라클레스는 기간테스의 우두머리인 알키오네우스와 에피알스테 등 수많은 기간테스를 몽둥이로 때려 죽이거나 활로 쏴 죽였고, 헤라를 살해하려고 하던 기가스로부터 헤라를 구하기도 했다.
전쟁은 예언대로 위대한 인간 영웅 헤라클레스의 도움을 받은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끝났고, 마침내 헤라클레스는 승리의 일등공신이 되었으며, 아버지 제우스와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르메스 등 제우스의 자녀들과 데메테르, 헤스티아 등 제우스의 누이들도 헤라클레스를 올림포스의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무엇보다도 평생 자신을 괴롭혔던 여신 헤라에게 그동안의 일을 정식으로 사과받고 빚을 지게 되며 화해하게 되고, 헤라의 또 다른 보답으로 제우스와 헤라의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Hebe)를 정식 아내로 맞이하고 신이 되었으니, 헤베가 신들의 공주인 만큼 헤라클레스는 신들의 부마가 된 것이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가 이룩한 불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북쪽 하늘에 헤라클레스 자리를 만들었고, 지금도 여름철 북쪽 하늘에서는 몽둥이를 들고 있는 헤라클레스를 만나볼 수 있다.
제5장 제10편: "그리스 로마신화 영웅 시대의 영웅 디오스쿠로이 형제"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