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작은 능력

중국의 끝나지 않던 기차선로

20살 중국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중국의 기차는 가도 가도 끝이나질 않더군요.

끝도 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

언어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

무슨 생각이었는지 중국 변방의 기차 침대칸에서 저는 단잠을 잤습니다.

불안함 없이 잠들 수 있었던 이유는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는 저보다 6살 정도 나이가 많은,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형이었습니다.

그가 한자를 남들보다 조금 많이 알고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 우리는 거침없이 중국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세상의 원리도 비슷한 것 같더군요.

우리는 가지고 있는 내 작은 능력을 소중히 하지 않습니다.

남들보다 아주 조금만 특별해도 우리는 우리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데 왜 스스로를 못 살게 구는 것일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이 나지 않던 중국 변방의 그 기찻길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기차는 출발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남은 선로의 길이는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길고 먼 곳까지 뻗어있을 것입니다.

내가 다른 기차들보다 뒤처져 있어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똑같이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차에 타서 일을 하는 동안 아래 칸 침대 외국인 부부의 코 고는 소리를 듣는 동안

20살 같이 중국여행을 했던 그 형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