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 Control - The Internet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소화불량 시 꿀팁을 알려드리겠다. 근 일주일 동안 속이 더부룩하면서 명치끝이 답답했기에 같은 증상이 있으시다면 참고해 보시길 바라면서…
‘매력적인 장 여행(기울리아 엔더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로엠헬드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위에 가스가 차면 심장과 장 신경이 압박되어 현기증을 느끼거나, 메스껍거나, 호흡곤란 혹은 가슴통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경우 가스차는 음식을 끊고, 위나 장 미생물을 살리고, 술을 끊을 것을 권한단다.
참고로 위에 가스가 차면 왼쪽으로 누워있으면 된다고 한다. 2014년도에 나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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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유튜브 관련 다큐를 유튜브에서 봤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마나 유튜브를 많이 보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다큐였다. 그간 나의 행적을 계산해 보니 내가 유튜브에서 배회하는 시간만 모아도 주에 10시간은 될 것 같았다.
다큐에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적인 영상만 보게 되는 것이 특정하게 편향된 시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맞는 이야기다.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만 해도 내 입맛에 알맞은 영상만 내놓는다. 주제부터가 그러하다. 나는 유튜브를 주로 아이돌 음악방송 영상을 보거나 브이로거 영상을 보고, 때때로 시사다큐나 역사, 과학 쪽 정보성 영상을 본다. 근래에는 영화나 책 관련 추천 영상 - 이동진 평론가, 안현모 통번역가,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님 세 분이서 영화 이야기하는 '라플위클리' 채널 - 을 많이 봤다. 정치, 경제 유튜브를 선택해서 보는 건 드물다.
사람들끼리 모여있어도 외로워지는 건,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위와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적 시청이 낳은 건 '상호 간 공감대 없음', '공통된 주제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주제를 알더라도 전혀 다른 시선으로 사건을 이해하고 있음.', '대화 안됨', '대화시도조차 안 하게 됨', -> '현대인의 외로움'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daNzhOR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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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머신과 마찬가지로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여러분의 친구도 아니고, 여러분을 더 총명하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는 점을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그저 여러분이 가만히 앉아 온갖 쓰레기를 사들이고, 마치 블랙잭을 하듯이 주식 투자를 하게 만들 뿐이죠.
오직 교양 있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만이 다른 이들에게 영원히 기억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게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은 그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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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이들 근처에 컴퓨터와 텔레비전은 두지 마세요. 외로운 바보가 되어버린 아이가 물건을 사려고 여러분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걸 바라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책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책은 느낌이 아주 좋으니까요. 적당히 무게가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민감한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달콤한 망설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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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인터넷의 유령들로 대가족을 만들려고 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오토바이를 사서 폭주족에 들어가세요.
-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커트 보니것, 문학동네, 김용욱 옮김, 47-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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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라는 책은 커트 보니것이 대학교 졸업식 연사로써 연설한 글을 담은 책이다. 위에 인용한 문장들은 1999년 5월 15일 조지아 주 아그네스 스콧 칼리지에서 발화된 내용이다. 1999년도 당시 컴퓨터(인터넷)에 대한 커트 보니것의 생각이다.
1999년도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이다. 아마 이 지점에 대해서 누군가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라며 컴퓨터 사용에 대한 반론을 내놓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 글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게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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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간에, 그래서 일단은 인스타그램부터 삭제했다. 완전히 계정을 없애지는 않았는데 그건 아직도 어느 쪽이 훨씬 이득인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는데. 하여튼 간에 숏폼을 보면서 마가 뜨는 시간을 없애고 싶어졌다.
참고로 아이패드에 유튜브 어플이 깔려있진 않다. 하지만 safari로 들어가서 유튜브를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마 집에 가면 나는 또 유튜브를 보게 될 것이다. 여태껏 그래왔으니 말이다. 다만 좀 시간을 줄여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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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걸어가면서 생각해 봤다.
문자가 생기고 책이 생겼고, 0과 1의 컴퓨터가 생기고 디지털 영상물이 생겨났다. 정보전달 방식의 메인스트림이 책에서 영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영상을 보는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뭐든 과해지면 낳는 부작용이 있을 뿐인 것 같다.
영상의 경우 책과 달리 출판과정의 허들이 낮다. 창작자의 전문성, 발화의도를 생각하면서 시청한다면 좋겠다. 비판적 읽기를 영상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활용 능력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얻게 되는 정보에 대한 이해, 판단, 평가, 활용 등의 활동을 포괄한다.)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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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던 시간을 줄이고 스도쿠를 풀거나 듀오링고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오늘 스도쿠는 푸는 데에 꽤 시간이 걸렸다. 3번을 지웠다가 4번째에 완성했다. 참고로 스도쿠를 완성하고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는 딱히 확인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