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you understand - Mind combined
> 느좋력에 대해서.
'느좋'이라는 단어를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처음 들어봤다. 느좋 셰프 ㅇㅇㅇ라고 소개하는데 처음엔 '뭐야, 느좋이... 어감도 이상한데 진짜 이 말을 쓴다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뭔가 너무, 너무... 뭐랄까, 너무 괜찮은 사람을 보면 속으로 '느좋인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느좋이라고 느낀 영상 - 유튜버 KOS.(언어적 장벽이 있어 이 분이 무슨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약학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하고 주요 콘텐츠는 공부/일상 브이로그인 듯하다.
느좋은 단순히 멋짐, 화려함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루틴 있는 삶, 충실한 영역을 보여줄 때 느끼는 호감에 가까운 것 같다. 특히 어떤 멋지고 화려한 옷을 걸쳤다고 되는 게 아니라 흰 티에 후드집업을 입더라도 '제 옷을 입었다'라고 느껴지면 그게 느좋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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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사는 느좋력.
요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보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일련의 실패를 겪고 나서 돌이켜봤다. 어느 시점부터는 - 깊게 생각해 본다 -라는 과정이 제거되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일 보러 갈 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갔었다. 별거 아닌데 그냥 잠시라도 스크롤을 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의식하고 그랬던 것은 아니고,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면 뭐라도 스크롤해서 도파민을 얻곤 했다. 참고로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인스타브레인, 76p)
도파민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싶어서 출처와 메모를 남긴다.
'주변 환경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의 결과로 자연은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게 하는 본능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본능에 작용하는 뇌의 물질이 무엇인지는 아마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도파민이다!
- 인스타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김아영 옮김, 78p
뇌가 보상 시스템을 빈번하게 활성화시키는 것은 돈, 음식, 섹스, 인정 혹은 새로운 경험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이에 대한 기대감이다.... 20~30년 뒤에는 원숭이들에게 벨 소리를 들려준 다음 착즙 주스를 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원숭이들의 도파민 수준은 벨소리만 들려도 높아졌으며 심지어 주스를 마셨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이 연구는 도파민이 만족감을 주는 '보상 물질'이 아니라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물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 인스타브레인, 안데르스 한센, 김아영 옮김, 81p
그래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 나의 화장실 가는 기억을 떠올려봤다. 보통 그 시간에 나는 소설책이나 만화책을 들고 들어갔었다. 그때 나는 순간적으로 책의 내용에 집중하는 게 더 쉬웠던 것 같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할 것도 없이 고요한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스크린타임을 유의미한 수치로 줄여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내 뇌는 도파민에 절여져 있던 것 같다.
현재 내 스크린타임은 5시간 5분인데, 못해도 1/4 수준으로 낮추고 싶다. 일주일 안에 1시간 30분 정도로 낮춰보도록 해야겠다. 영상을 보고 싶거나, 무작정 스크롤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차라리 산책을 하던지, 음악을 듣던지, 책을 읽던지, 글을 쓰던지, 언어공부를 하던지, 운동을 하던지 아무튼 뭐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 보도록 해야겠다. 사실 음악을 듣는 것도 스크린타임에 포함되는 일이라 음악도 외출 시에만 들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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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화면을 오래 봄으로써 생기는 부산물들이 내 삶을 크게 방해한다는 걸 경험했다. 이를테면 모든 경험을 다 화면으로 한다던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은 유보한다던지(해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을 텐데 아무튼.).. 무엇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데 나의 낮은 '집중력'과 낮은 통제력 때문에 불가능할 것 같다고 판단하고 유보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아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될 일은 없을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서 내가 똑똑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살고 싶지만 그건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영상을 자주, 많이 보면 좀 머리가 느려진다.
우리는 한 번에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과제 사이를 뛰어다니고만 있는 것이다.((mental bandwidth))...
뇌는 하나의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 전환기가 있는데, 넘어간 다음 작업으로 주의력이 바로 따라오지 못하고 조금 전까지 하던 일에 여전히 남아 있게 된다. 이를 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이라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초점을 바꾼 이후 뇌가 다시 임무에 100% 집중할 때까지 수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 인스타브레인, 97-98p
멀티태스킹을 할 때,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을 분비하여 보상을 한다. 그러니까 뇌 스스로 자신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는 셈이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 인스타브레인, 99p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전두엽이 더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는 의미다.
- 인스타브레인,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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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월드 다녀온 후기.
지난주에 경주월드를 다녀왔다. 드라켄이라는 62m 높이에서 90도로 수직낙하하는 무지막지한 롤러코스터가 있는데, 그걸 타러 간 것이다. 나는 놀이기구를 찾아서 스릴을 즐길 만큼 대담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친구가 논문 심사에 통과해서 축하 겸 따라간 것일 뿐이다. 사실 속으로 속 편한 생각을 하고 가긴 했다. '정 못 타겠으면 타지 말고 추로스나 먹으면서 산책하지 뭐.'
경주월드 오픈시간 10시에 맞춰 이동했고, 짐 보관소에 가방을 두고 곧장 드라켄으로 이동했다. 사실 나는 드라켄이 뭔지 그때까지도 실감하지 못했고 '줄이 그나마 적을 때 타야 시간적 이득이다'라는 생각에 친구를 따라간 셈이다.
평일에 갔기 때문에 줄이 생각보다 짧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기다리면서 드라켄에 대해 알아보니 굉장히 긴장되기 시작했다. 놀이기구를 탈 때 내 몸이 무중력상태, 그러니까 공중에 붕 뜨는 기분을 느끼는 것을 굉장히 아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스릴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것을 죽음의 공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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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 밝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방심을 해버렸다. '탈만 하구나.' 하지만 이후 깨달았다. 약간의 웃음과 흥분은 공포를 경험할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반응 중 하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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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같은 강렬한 감정은 신체에 큰 긴장을 유발합니다. 이때 웃음은 일종의 '안전밸브' 역할을 하여 과도한 감정적 압박이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등)을 조절하고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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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안전바가 내려와서 허벅지, 어깨를 단단히 고정시켰을 때, 나는 약간 후회했다. 그리고 출발했을 때 크게 후회했다. 뒤로 빠꾸할 수 없는 게 앞으로만 가는 인생과도 같다고 느끼면서. 올라가면서 나는 온갖 신을 찾았다. 이 기구는 4명씩 3열을 이루어 타는 기구로, 나는 3열 중 가운데 열에 앉아있었고, 또 그중에서도 안쪽에 앉아있어서 그나마 감사함을 느꼈다. 아주 약간의 발판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90도로 내 몸이 쏠리는 순간에도 조금이나마 발판에 내 심장을 기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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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타서 그런지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생각보다 잘 참아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나는 놀이기구를 탈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기절도 하지 않았고, 손에 땀은 좀 났지만 울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후에 스콜 앤 하티라는 한 명씩 8열로 타는 롤러코스터도 연이어 타고, 온갖 방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모양 놀이기구도 타고, 경주월드의 빅 3중 하나라는 파에톤도 탔다. 파에톤은 무중력 구간이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재미만 느꼈다. 그리고 크라크,라는 아주 무지막지한 놀이기구가 있는데 그건 백기를 들고 애초에 타지 않았다. 그걸 타면 정말 '죽음의 공포'를 뼈저리게 느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궁금할까 봐 적어두는 건데 크라크는 사람을 180도 뒤집어서 공중에서 2~3초간 홀드 한다.
친구 A의 후기 : 오로지 안전바가 제 기능을 하길 기도하며 타게 된다.
친구 B의 후기 : 안전바가 두껍고 튼튼하기 때문에 그저 재미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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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월드를 다녀온 나의 전체적인 인상은.. 긴장했지만 긴장을 풀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 생각보다 그게 잘 먹혔다?. 드라켄 꼭대기에서는 "하느님 아버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라며 대뜸 감사기도를 올리지 않나..(물론 나는 무종교인이다. 그땐 종교가 필요했다.) 스콜 앤 하티에서는 "훠우! 신난다! 훠우!!" 이런 식으로 내 긴장을 속이곤 했다. 실은 스콜 앤 하티를 타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긴 했다. 그게 바람 때문이었는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스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