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뽑기를 한다니

성령칠은 뽑기요? 그럼 뽑아야죠

by 울새


오늘 5월 28일은 가톨릭에서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예수님꼐서는 부활하시고 40일 뒤에 승천하셨는데 이 날을 예수승천대축일로 제정하고, 성령강림대축일은 부활 50일이 지난 뒤 사도들에게 성령이 강림한 것을 기념하는 대축일이다.


일요일 오전에는 명동성당으로 예비자교리를 들으러 가야 하니 주일 미사를 토요일 저녁에 드리곤 하는데 토요일 저녁에 성당을 가니 성령칠은(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 카드 뽑기를 미사 중에 할 거라는 안내를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성당에서 뽑기를 한다고?' 하면서 혼자 신기해했고, 알고보니 봉헌금을 낼 때 봉헌금 바구니 앞에 있는 카드가 담긴 바구니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아가는 방식이었다. 개신교에서는 해본 적은 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이벤트라 신기하기도 하고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교회에서 예수님 승천 후 성령이 내려왔다는 것을 학생 때 배워서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랜덤뽑기로 직접 뽑아서 읽어보고 하니 이런 내용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새로웠다.



출처 : 내 인스타(@bipolar_paroo) 스토리


그래서 내가 뽑은 은사는 경외, 열매는 인내다.


사실 이 날 주보에 사다리타기로 성령칠은 뽑기를 하는게 실려있어서 미사 시작 전에 재미삼아 해본 것이 경외가 나왔는데 뽑기에서도 은사는 경외가 나와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열매는 인내가 나온 것을 보고 지금의 나 자신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찔려했다. 정신과적 이슈로 몇 년간 병원 치료와 응급실, 입퇴원을 반복하며 그 과정에서 신은 나를 미워한다-사실 이건 불가지론주의자 시절에 가졌던 생각이라 지금은 이런 생각을 특별히 하고 있지 않지만- 또는 정식적으로 가톨릭 예비신자가 된 이후에도 정신적으로 쪼들리고 힘들어지면 왜 하느님은 나한테 이런 일을 겪게 하시는건가 하는 불평 비슷한 의문을 갖곤 했는지라 더욱 찔려했던게 아닐까 싶다. 우스갯소리로 성령칠은 뽑기에서 당장 필요한 것을 뽑게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고 신선하고 새로운 풍경이고 경험이었다. 부디 이 경험이 단순하게 새로움을 넘어서 새롭게 내딛은 세계관에 더 나아가는 걸음이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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