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기간 동안 감사했습니다
예비신자교리를 명동성당에서 받고 있기에 일요일에 평소 가는 본당을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서 명동까지는 최소 1시간 반, 길게는 2시간 이상도 걸리기에 제 아무리 경기도인은 강하다 한들 아침 일찍부터 한참 버스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본당을 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일요일 교중미사에서 주임 신부님 전별식이 있을거라는 소식은 들었지만 갈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교중미사는 오전 11시고 예비자교리는 오전 10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다른 내 클론을 예비자교리 강의실에 앉혀두고 나는 본당 교중미사에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래도 내 가톨릭 인생 첫 주임 신부님이시고 워낙 멍청한 예비신자나 할법한 질문을 신부님께 했음에도 상대해주시고 답해주셨기에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어서 선물을 준비해 떠나시는 날 일찍 성당을 찾아갔다. 성당 주차장에는 포장이사 때에나 볼법한 이삿짐센터 차량이 와 있었고 마침 내가 들어서자마자 주임 신부님께서 지나가시는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후다닥 달려가 선물을 드리면서 어떤건지 간단하게 설명드리고 그간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렸다. 안 받으시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신부님께서는 선물을 받아주셨고 예비자교리 잘 받으세요 라고 인사를 하시며 손을 내미셨다. 그렇게 악수를 하고 다시 인사를 드린 뒤 나는 급히 빠져나와 성당 건너편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초코케이크와 아아메를 한 잔 시켜서 테이블에 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이별에 대한 섭섭함에 눈물이 났다. 일부러 창가를 등지고 앉아 멍하니 있다가 초코케이크를 먹는데 정말 너무 달게 느껴졌다. 이게 이렇게 자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달았나 싶을 정도로. 아아메도 그 날따라 별로였다. 원체 커피를 그닥 안 좋아하긴 했지만 원두콩의 탄 맛이 강하게 맴돌아서 그 순간의 내 기분도 덩달아 더욱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신부님은 새로 가시는 곳에서도 멋진 사목을 하시고 사제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다 하시리라. 그러실 거고 굳이 내가 생각하지 않더라도 잘 하실거다. 내 가톨릭 인생에서 첫 주임 신부님이시기에 더욱 마음쓰이고 섭섭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적인 감정을 넘어서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조심스레 이를 위로로 생각해본다.
이 글을 쓰면서 사제를 위한 기도문 중 하나가 떠오른다.
○ 지극히 사랑하올 예수님,
주님을 충실히 따르고 사랑하는
사제들을 굽어살피시고
그들의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소서.
● 사제들이 주님의 사랑을 깨닫고 증언하며
주님의 믿음을 따르고 지켜 가게 하소서.
또한 주님의 희생을 본받고 실천하며
주님의 가난을 받아들여 자유로워지고
주님의 겸손을 배워 스스로를 낮추게 하소서.
○ 사제들이 언제 어디서나 주님만을 바라고 의지하여
하느님 백성의 길잡이가 되고
일치의 중심이 되게 하소서.
● 사제들이 모범이 되어
성실한 젊은이들이
주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기꺼이 응답하게 하소서.
◎ 아멘.
다른 소임지로 인사이동 하시는 모든 신부님들께 항상 평화가 함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임 신부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