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 동네에 이사를 온 지 어연 1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이 주변이 낯설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주소만 이 곳에 있을 뿐이지 모든 일처리와 약속은 옆 동네 또는 서울에서 해결하다보니 이 곳 시내에 올 일이 없고 그래서 더욱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벤치에 앉아있고 개는 그 옆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있고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으면서 멀찌감치 보이는 성모상을 바라보았다. 이 곳은 아니지만 평소 주일미사를 드리는 성당에서도, 교리 수업을 듣는 성당에서도 성당 마당의 성모상을 보곤 했는데 오늘 이렇게 성모상을 보고 있자니 그간의 복잡한 생각들이 물 위로 떠올랐다. 수녀님은 고의적으로 그러신 것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내가 상처받은 그 날의 말들부터 시작해 아마 평생 나를 따라다닐 이런저런 꼬리표와 지고 가야 할 짐까지. 단 하루도 그 일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고 늘상 죄책감 투성이인 그 일도.
그런 내가 예비신자 6개월의 여정에서 막바지를 달려가고 있는데 그대로 괜찮은지, 그렇게 할 자격이 있기는 한건지에 대한 의문이 항시 있었다. 내 판단만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제는 너무 멀리까지 왔기에 되돌리는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정말 쉽지도 순탄치도 않다. 지금 이것이 진짜 하느님의 뜻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포기하지 않을거고 이제는 중도포기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러지는 않을거다만 심란하다고 해야 하나, 복잡하다고 해야 하나. 같이 온 녀석도 있고 현금도 전용 라이터도 안 들고 있었기에 컵초 봉헌을 할 수는 없었지만 멀리서라도 성모상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찌되었던 지금은 벗어나서 탈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리라 마음을 굳혔다. 내 뜻과 판단만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면 아예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