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 셀프>를 읽고
지난달,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신랑과 팔짱을 끼고 버진로드를 걸어오는 친구를 보며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들의 새로운 앞날을 축하 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모두 다른 고민 거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직과 잔류 사이, 직장인과 사업가 사이, 결혼과 싱글 사이, 자녀 계획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문득 추운 겨울, 야간 자율 학습을 마치고 친구들과 팔짱을 끼고 하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만 가면 모든 걱정과 고민이 사라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현재의 우리는 너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고민을 들어줄 뿐 어떠한 조언도 쉽게 건네줄 수 없었다. 고민과 선택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었다.
책 <퓨처 셀프>의 작가는 인생의 선택지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p. 28 원하는 것에서 시작해 거꾸로 가라. 목표를 향해 가기보다 목표라는 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라. 가고자 하는 곳이 명확할수록 무수한 선택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이 줄어든다.
서울에서 출발해 LA에 간다면 배보다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부산에 간다면 자가용보다는 KTX가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분명할수록 선택지가 줄어들고 한정된 자원에서 최선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사실 우리가 미래 관점에서 현재를 살라는 이야기는 조금 낯설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좌우명은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이며, 유재석의 성공 비결은 “나는 목표가 없다. 하지만 무언가가 맡겨지면 그 순간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한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표한다. 현대 사회의 기대 수명이 증가할수록 미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p. 81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장기적인 계획이라는 말은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인간은 이렇게 오래 살며 먼 미래를 계획하도록 진화되지 않았다. 다음 달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대비해 음식을 저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은퇴 후 30년 넘게 살면서 '은퇴 자금이 바닥나버리면 어떡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는 상황은 상당히 낯설다. 이제 새로운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
저자의 의도를 정리해 보면 ‘미래의 나를 뚜렷하게 상상할수록 현실의 나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나의 현재와 미래를 더 가치 있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뚜렷하게 상상하는 방법으로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편지쓰기를 제안한다.
p. 85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미래를 상상하고 자세하게 그려보라. 그 미래가 언제인지는 마음대로 선택하라. 이때 미래의 나는 자신의 삶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 연습을 통해 나는 미래의 내가 살 집을 똑똑히 볼 수 있다. 미래의 내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얼마나 행복한지도 볼 수 있다.
나는 평소 갈림길 사이에서 고민될 때, 현재 시점에서 보다 좋은 선택을 해왔다. 그래서 책에서 제시한 “미래”라는 시점 변화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미래의 나는 어떤 선택을 원할지 고민해 보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선택지가 명확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믿고 시도해 보려 한다. 선택을 망설이고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아니, 방황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