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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Dec 17. 2024

사진-강의 노트

[10화 틀]

초점을 맞추기 위해 검은 천을 둘러쓰고 프레임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스릴이다카메라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라운드 글라스 위에 맺히는 이미지의 변호를 보는 것은 계시와도 같은 순간이다사진가는 탐험가가 된다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에드워드 웨스턴, The photographer’s eye, P65-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렇게 말한다. “길을 건너기 전에는 양쪽을 잘 살피렴.”, “녹색불이 켜져 있다고 할지라도...”,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단다.” 

사진가들도 마찬가지다. 주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물에만 집중하다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또는 사각 프레임 밖에서 벌어지는 위험에 대비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프레임이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만을 강요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본 것을 같이 동감해달라고 하는 호소일까. 아무튼 원근법적 소실점으로 같은 방향을 우리는 마주하게 된다. 프레임에 갇혀 있다보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쉽게 언뜻 지나치게 된다. 그러다 막상 놓치고 나서야 그것이 진정 행복이었음을 깨닫듯 뒤늦게 아쉬움을 짓게 된다. 아, 좋은 장면을 놓쳤네 하고 말이다. 순식간에 날아가는 새들처럼, 그런 작용의 중심에 원근법과 프레임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어쩔 수 없는 원근법과 프레임에서 연유할지 모른다. 사고를 벗어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다들 자기만의 프레임을 가지고 들이댈 것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프레임에 담을 수는 없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검은 천을 둘러쓰고 있듯이 우리는 우리들이 만든 틀 안에 갇혀 있다. 존 자코우스키(John Szarkowski)는 “사진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하는 프레임은 그 안에 있는 것에 관중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결정하는 행위야말로 사진의 중심 행위”라고 말한다.    

 

사진은 수직, 수평이 맞아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시장에서도 레이저 레벨장비는 수직각도 측정 및 정확한 수평면을 결정하기 위한 도구이다. 수직, 수평이 맞지 않는다면 우리는 뭔가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들은 사진의 구도면에서 거의 교본으로 삼는다(그의 결정적 순간은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회화의 전통에서부터 우리는 화면구도가 삼등분할이나, 황금분할의 가상선들을 보게 된다. 수직, 수평의 가상선들은 가장 안정감 있는 구도를 권하고 있다. 프레임을 구성한다는 의미의 Framing은 구도를 말한다. 화면 구성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과는 달리, 현대 사진가 유진 리차드(Eugene Richards)는 기울어진 프레임을 사진에 적용시킨다. 구도를 수평으로 하지 않고 카메라를 기울여 촬영하는 방법을 영화에서는 더치 앵글(Dutch angle)이라고 말한다. 영화의 경우에 더치 앵글 샷은 공포와 불안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시민 케인(오슨 웰스 감독)등이 주로 사용하였다. 대가들의 사진이 기울어진 프레임을 사용한다고, 기본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하다보면, 그것은 자신의 의도가 뭔지도 모르고 따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의 떡이 좋아보이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고민은 훈련되지 않는다. 유진 리차드는 자신의 프레임에 대한 수많은 연습을 하라고 권한다.  

      

내가 불만인 것은 많은 사진가들이 기본이 안 되어있다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음반을 잘못치지 않는다발레리나가 언제나 좋은 조건에 있어야 하듯 사진가들은 언제나 연습을 해야 한다더 정확해지기 위해서 연습할 수 있어야 한다훌륭한 사진가들에게 우리가 배우는 것은 사진은 우연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점이다왜냐하면 사진가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보여지고 어떤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주제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느냐?하는 문제인데 이것이 매우 힘들다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어떻게 프레임을 만들까빛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항상 시각적 사고를 해야 한다여자는 그늘에 가려 있고 남자는 반정도 그늘에 가려있다면 그것들의 다른 점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그렇게 시각 연습을 하면 훌륭한 사진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브레송의 유명한 사진은 우연이 아니다왜냐하면 그만큼 열심히 독자적인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흥미 있는 얼굴을 봤을 때 그것만으로 사진이 되지 않는다주위에 어떤 것이 일어나야 한다그것은 보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몸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빠르게 해야 하는 것처럼 빠르게 무엇을 볼 수 있느냐?를 연습해야 한다.”  

-유진 리차드-     

   

사진가는 연출과 비연출이라는 두 가지 프레임에 대한 고민들을 수없이 하게 된다. 연출하진 않은 사진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연출한 사진이 더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연출과 비연출이 무색(無色)할 수도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구도를 잡고, 그 구도 안에 약간의 포인트를 주기 위해 사람이 지나갔으면 할 때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있다 보면 누군가 사람이 지나가면 셔터를 누르는 방식을 가진다. 물론 모델을 섭외해서 연출할 수도 있겠지만. 광고사진이 아닌 보도사진에서는 ‘연출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많은 논란이 있다. 두 명의 사진가가 있다. 돌로레스 마라(Dolores Marat)와 우에다 쇼지(Ueda Shoji)이다. 이 둘의 사진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지만, 한 명은 연출하지 않은 사진이고, 다른 한 명은 연출한 사진이다. 두 사람 다 독학으로 사진을 배운 점은 닮았다. 돌로레스 마라의 사진의 주제는 버려진 장소, 버려진 물건 그리고 그 안의 인물들의 혼란스럽고 불안한 이지미들을 포착함으로써 우리의 깊은 불안감을 환기시키고 있다. 현실의 변두리, 앗제(Eugene Atget)가 파리의 뒷골목을 찍은 것처럼,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초현실적이기도 한 모습들이다. 우에다 쇼지(植田正治)의 사진은 돗토리 사구에서, 모자와 우산, 다양한 의상 등의 오브제(인물들도 오브제로 존재한다)들을 이용해 연출된 사진이다. 르네 마그리트나 살바도르 달리를 연상시키는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모래언덕 사진들은 훗날 서구에서 '우에다조'(Ueda-cho, 우에다 스타일)라고 불린다. 연출과 비연출은 기록과 표현이라는 두 관점에서 출발한다.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상황에 개입하느냐, 마느냐의 질문들은 여전히 사진가의 태도를 요구한다. 카메라는 폭력성을 가지고 사진가는 현실의 방관자인지, 참여자인지, 기록자인지 많은 질문들을 자신에게 되묻는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어떤 프레임으로 보고 있는가.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활동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존경받으면서도 우에다는 언제나 자신을 시골에 사는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그러나 이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만은 아니다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돈과 명성을 추구하는 프로와 달리자신이 좋아하는 것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순수한 기쁨을 추구할 수 있는 아마추어의 특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거기에는 언제나 도전해볼 만한 미지의 영역이 나타난다이 정신적인 아마추어리즘이야말로끊임없이 새로운 대상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던 작가가 자신에게 부여한평생에 걸쳐 달성하고 싶은 과업이었다.”

-우에다 쇼지모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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