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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34장 소확행(小確幸)]

by 노용헌 Mar 22. 2025

大道汎兮 其可左右 萬物恃之以生而不辭           (대도범혜 기가좌우 만물시지이생이불사)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공성불명유 의양만물이불위주)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 而不爲主              (상무욕 가명어소 만물귀언 이불위주)   

可名於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가명위대 이기종부자위대 고능성기대)

         

큰 도(道)가 넘치니(大道汎兮) 좌우 어느 쪽이든(其可左右) 만물이 생을 의지해도 사양하지 않고 일을 이루고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萬物恃之以生而不辭). 이 말은 “도(道)라는 것은 모든 곳에 존재하며, 편재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라는 말일 것이다. 도라는 것은 우리 주변에 항시 존재한다. 그것을 공기와 마찬가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행복은 사실 가까운 곳에 있는데, 우리는 행복을 멀리에 있는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불행한 탓에 그 행복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지막 구절은 끝내 스스로 위대하다고 하지 않기 때문에(以其終不自爲大), 자신의 위대함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故能成其大).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자신이 행한 것에 행복을 찾을 때 그는 비로소 행복을 정복할 수 있다. 그것이 아마도 소확행이다.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말이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을 ‘소확행’이라고 했다. 요즘은 다른 말로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라고도 말한다. 세상은 소란스럽고, 불안하기만 한데,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버트런드 러셀(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은 수학자이자 논리철학자이다. 화이트헤드와 공저한 그의 <수학 원리>는 논리적 분석을 통해 현대수학과 논리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수학 원리>의 '1+1=2'를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뭐 간단한 것을 이리 어렵게 풀어놓아나 싶다. 이 증명에는 페아노 공리계(Peano's axioms)를 소개하고, 덧셈이라는 연산을 정의한 뒤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책 중 하나는 <행복의 정복>,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에세이가 있다. <행복의 정복>은 그의 제자 비트겐슈타인은 이걸 보고 구역질난다고 비판했지만. 그의 비판적 사고는 무아(無我), 윤리적 삶 같은 개념에서 동양철학과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고정된 실체(본질)는 존재한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변화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불필요한 걱정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름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뒤를 이어 태어나는 사람들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때도 괴로워하지 않는다.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좇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브런치 글 이미지 1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의 사진집 <The Animals>와 <Women Are Beautiful>은 동물원의 방문객, 도시의 여성들에 대한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1964년 뉴욕, 동물원의 한 부부는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를 안고 있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아이러니한 풍경을 제시한다. 그의 사진들은 일상 속에서 놓치는 것들을 발견한다. “현실이 보다 재미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진은 현실 이상으로 재미있는 것, 현실 이외의 무엇인가가 되어서 나타나주면 좋다.”고 그는 말한다. 사진은 현실을 넘어서 그 이상의 무언가(아름다움)를 나타낸다. 그것이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The Animals>의 원숭이를 안고 있는 부부의 모습은 1960년대 미국의 사회적풍경을 담았다. 요즘 우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길거리 풍경은 아이가 아니라 애완견을 유모차에 태워 가는 모습이라든지, 아기가 아니라 애완견을 포대기에 매고 있는 모습이다. 게리 위노그랜드는 개인화된 사회의 분열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Garry Winogrand: All Things Are Photographable>(2018)가 있다.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마치 티켓을 구입해 입장한 극장과 같다. 큰 쇼처럼. 만약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았다면, 그곳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진은 내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준다.”

-게리 위노그랜드-      

브런치 글 이미지 2

스윙 뮤지션이자 재즈 클라리넷 연주자 베니 굿맨(Benny Goodman)는 재즈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1928년 첫 음반인 ‘재즈 할리데이’를 시작으로 1986년 타계하기 전까지 약 50장에 가까운 음반을 발표했다. 그의 대표곡인 ‘Sing, Sing, Sing’, ‘Stompin’ at the Savoy’, ‘Let’s Dance’, ‘Moonglow’, ‘Bugle Call Rag’ 등과 함께, 그의 ‘Oh, Lady Be Good’은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이 작곡하고, 1924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Lady Be Good>의 대표곡이다(https://youtu.be/g74yEtaXUrM?si=cTkl4bzY4woTgEEZ). 이곡은 베니 굿맨의 클라리넷 연주를 돋보이게 한다. 1955년 전기 영화 〈베니 굿맨 이야기The Benny Goodman Story〉가 있다(https://youtu.be/WyRv6bv4cfM?si=IfoRVn54ZWXXIssL).

     

Benny Goodman - Oh, Lady Be Good

https://youtu.be/eO5ubzr6xZg?si=tJvX6CeYd6Fh2F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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